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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12월30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8.12.31|조회수61 목록 댓글 0



 2018.12.30.. 맑고도 푸르고도 깨끗한 하늘



 

 

 

 1230,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맑아도 푸르지 않은 하늘이 있고, 맑고 푸르러도 깨끗하지 않은 하늘이 있다. 예전 같으면 맑고 푸른 하늘하면 가장 이상적理想的인 하늘을 표현하는 온전하고도 완성된 문장이었는데, 이제는 맑고 푸른 뒤에 깨끗한지 아닌지를 확인해주어야만 천연天然 하늘의 순도를 완성시키는 문장이라고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의 동쪽해안 끝인 산둥반도와 가장 가까운 태안, 서산, 보령에 이르는 라인은 중국으로부터 날아오는 황사, 미세·초미세먼지의 피해를 가장 근접거리에서 직구로 맞받는 곳이어서 황사나 미세먼지가 끼는 날에는 부연 너울 같은 막이, 초미세먼지가 날아다니는 날이면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악마의 음울한 미소가 허공중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 연암산鷰巖山 하늘은 맑고도 푸르고도 깨끗한 하늘이었다. 보통 청잣빛, 또는 깊은 바다 빛 이라고 표현하는 그런 하늘이 계곡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서해보다 훨씬 선명한 모습으로 연암산 제비바위 위로 아스라이 떠있었다. 연암산을 두르고 있는 지붕이라기에는 너무 높고, 천체天體와 교차하는 천정天頂이라기에는 너무 낮은 푸른 하늘은 저 높은 곳을 향해 찌를 듯이 솟아있는 소나무의 강인한 기상을 너그러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나는 산속 작은 암자庵子 위에 떠있는 저 깊고 푸른 하늘을 좋아했다. 그리고 좋아한다. 지구를 감싸고 있는 푸른 층층層層의 중간계中間界를 나는 하늘만큼 땅만큼 좋아한다.





 

 지난 6년 동안 별 불편함 없이 15만여 Km를 달려주었던 차를 새로 바꾸었다. 차가 낡아서가 아니라 이제 여기저기 본격적으로 손을 봐주어야하는 비용이 만만치가 않아 앞으로 투자되는 비용과 감가상각減價償却까지를 따져본다면 차라리 이쯤해서 차를 새로 바꾸어주는 편이 낫겠다고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는 사람이든 기계든 사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유형의 사람이라 일요일 아침 일요법회에 참석하러 절로 가는 길에서 서울보살님이 운전을 하겠다고 해서 그러시라고 했다. 조수석에 앉아 보는 차창車窓너머의 세상은 운전석에 앉아 보는 눈 찌르는 풍경風景과는 뭔지 모를 약간의 느긋함이 있었다. 새로운 기능이 많이 추가된 새 차의 안락과 여유가 은근히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새 차의 질주疾走에 힘입어 약간 과속을 하는 것만 제외한다면 한가로운 고속도로를 달려가는 것은 쾌청한 하늘을 낮게 나는 이른 봄날의 등 까만 제비처럼 상쾌했다. 이번 일요법회는 올해 마지막 법회라는 점에서 그리고 올 일 년 동안의 게으름을 한꺼번에 만회해보겠다는 얄팍한 생각에서 꼭 법회에 참석하자고 보살님과 말을 맞추었다. 고속도로 중간 휴게소에서도 쉬지 않고 그대로 내달려 계단 옆 산비탈 주차장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이쪽 서해안 주변에는 지난밤 살눈이 내렸는지 길섶과 산비탈에는 얕게 층을 이룬 습자지習字紙 같은 하얀 눈들이 깔려있었다. 어느 숲 검고 하얀 언저리에서 산꿩 우는 소리가 꿔엉~ 꿔엉~ 들려왔다.





 

 차를 주차시키고 돌계단을 막 올라서려는데 비탈길을 따라 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돌아서서 보았더니 눈에 익은 번호판이 보였다. 매끈하게 주차시킨 차에서 운형궁보살님과 무진주보살님이 내렸다. 합장을 하고 악수를 하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는데 또 검은 색 차 한 대가 연거푸 올라왔다. 솔평거사님과 평택보살님과 화락보살님이 타고 있어서 역시 반갑게 악수를 했다. 돌계단을 따라 걸어 올라가 공양간에 잠깐 들렀다가 법당으로 올라갔더니 정대거사님과 묘은혜보살님이 먼저 와서 법회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주지스님 인도아래 아미타불阿彌陀佛 정진精進을 했다. 보통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고승들께서는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을 많이 염송하지만 실제로는 법회나 정진 시에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이나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또는 지장보살地藏菩薩 염송을 많이 한다. 주지스님께서 축원을 할 때는 계속 참배參拜를 했는데 지난 몇 달 동안 몸이 많이 가벼워져서 엎드려 절을 할 때마다 홀가분해진 몸이 참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지난 가을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턱걸이 동영상을 보았는데, 잘 발달된 근육을 가진 젊은 청년들이 턱걸이 시범을 보이면서 3,40개씩을 시원시원하게 올리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나도 왕년에는~ 하면서 집 근처 학교를 찾아가 옛 시절 생각을 잠깐 회상하며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몇 십 년 만에 해보았던 것이다. 물론 결과는 대 낙담落膽이었다. 딱 두 개를 올리고 나서 세 번째는 발차기까지 시도해서 턱걸이를 하고는 힘이 탈탈 소진되어 버렸다. 그래서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에 다시 아침마다 달리기와 팔굽혀펴기를 열심히 했더니 발차기 없이 다섯 개까지 올리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밥과 고기를 얼마나 많이 먹었는데 하는 생각이 나면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지만 화를 낸다고 갑자기 하늘에 대고 하는 턱걸이가 잘 될 리도 없고 해서 계획표를 작성해서 다가오는 새해부터는 수영과 마라톤과 독서를 좀 더 열심히 하자고 마음을 먹었던 것이다.





 

 각 절 법회를 다녀보고 유명 도량 참배를 다니는 동안에 수많은 공양주보살님들을 봐왔지만 우리 암자의 공양주보살님만큼 음식을 잘 만들고 부지런한 보살님은 아직 보지 못했다. 지금은 동안거冬安居 시기라 선방에 선객禪客 스님들이 일곱 분이 와 계시기도 하기 때문에 각별히 음식에 신경을 쓰는 까닭도 있겠지만 오늘 점심공양 반찬 가짓수만 해도 열 가지가 넘었다. 붉은 실고추를 얹어놓아 자박자박 지져놓은 두부조림에 어슷하게 썰어서 볶은 우엉무침과 빨간 초장에 물미역에다가 새금하게 익어가는 김장 폭김치와 통 가래떡을 뚜억뚜억 썰어서 붉은 소스에 무쳐놓은 쫄깃한 떡볶기와 꿀에 재서 기름에 살짝 볶아낸 호두와 아몬드 볶음에 소금으로만 간을 맞추어 고소하게 하얀 무나물과 국물 맛이 새근 시원한 동치미에 젓가락으로 집어들면 바들바들 떠는 도토리묵과 미끈거리는 점액질에 싸여 무맛이 상맛인 마와 노오란 속 배추에 간드러진 양념간장과 간과 시래기 국물의 조화가 일품인 된장국으로 꾸며진 식탁은 산채 뷔페가 예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도록 했다. 한 끼의 식사로 배를 불리는 목적에 못지않게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도록 온갖 상상력을 키워주는 산채 식탁은 숲과 바람이 가져다준 유연한 사고력思考力과 창의력創意力의 산물이었다.





 

 점심공양 후 잠깐 둘러앉아 차담을 즐기다가 시원하게 열린 하늘과 줄기줄기 내리 쏟아지는 햇살의 도움을 받아 숲길 산책을 나서기로 했다. 암자의 후미진 뒷길로 올라가 언쟁이 고개를 오른 편으로 감고 돌면 구불구불 돌아내려가는 편백나무 숲길이 있는데, 그 아름다움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이고 아랫마을 사람들에게는 옛날부터 있어온 당연한 길이라서 인적人跡이 드문 이 숲길은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일요법회 도반님들만이 즐기는 호사로운 산책로가 되어버렸다. 사복사복 눈길을 밟아가면서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마을 입구를 돌아 비스듬한 비탈길을 따라 다시 암자까지 걸어 올라가는 한 시간 가량의 둘레길 걷기란 우리들에게는 엷은 구름을 밟으면서 잣나무가지를 튕겨보는 유희遊戲나 매한가지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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