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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01월01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9.01.04|조회수131 목록 댓글 0



 2019.01.01.. 흐림, , 개임, 흐림, 어둠



 

 

 

 0101,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눈이 펄펄 날리고 있었다. 이런 풍광을 설명하기에 더 멋지고 좋은 표현이 없을까 생각해보지만 눈에 보이는 대로라면 눈이 하늘에 어지러이 펄펄 날리고 있었다. 절에서 이런 눈을 본 지가 꽤 오래되었다고 생각을 했다. 함박눈도 아니고 떡눈도 아니었으나 몸에 품고 있는 물기가 적어 하얀 색종이처럼 바람에 잘 날아다니는 눈이 하늘아래 허공중을 소란스레 채우고 있었다. ‘95년도로 기억을 하고 있는데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데리고 오대산 월정사에 간 적이 있었다. 겨울방학 중인 아이들에게 민속적인 놀이를 포함한 시골이나 산골체험을 시키고 싶어서 적당한 프로그램을 찾다가 어느 시민단체에서 신문에 홍보중인 프로그램을 보았더니 산골마을에서 고구마 구워먹기, 썰매 타기, 대보름 쥐불놀이, 산토끼몰이 등이 있어서 바로 신청을 하고 그 팀에 합류를 했던 것이다. 여러 가지 행사 중에서도 특히 산토끼몰이가 관심을 끌었던 것인데 한편으로는 과연 눈 쌓인 들판이나 경사진 산비탈에서 초등학생을 데리고 시행하는 산토끼몰이가 가능할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으나 다양한 프로그램이 충분히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얀 눈밭에 찍혀있는 신기한 동물들의 발자국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환성을 질러서 실제로 산토끼는 구경도 못해봤지만 가족과 함께 했던 아주 유익하고 즐거웠던 민속체험이었다. 그 민속체험여행 첫 번째 경유지가 오대산 월정사여서 그 근방에서 점심식사를 마친 뒤 월정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그 해에는 눈이 자주 그리고 무척 많이 와서 월정사 경내뿐만 아니라 주차장도 눈을 잘 쓸어 정리를 해놓았는데, 보행로를 제외하고 길 가장자리에 쌓여있는 눈의 높이가 거의 허리높이까지 올라와있었다.





 

 경내 참배와 구경을 마치고 나서 주차장을 지나 보행로를 따라 절 주변을 거닐고 있었는데 그때 버스 두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버스 전면 창에 臺灣... 라고 쓰여 있는 걸로 봐서 아마 대만에서 한국으로 겨울관광을 온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속으로 중국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리면 중국 사람들 특유의 시끄러운 소리가 온통 산골을 울려대 요란하겠군! 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버스 문이 열리고 붉은 깃발을 든 안내원이 먼저 내린 뒤 두툼한 겨울 파커로 중무장을 여행객들이 줄줄이 따라 내려왔는데 수많은 중국 관광객들이 버스 앞에 나란히 서서 멍한 표정으로 눈앞에 펼쳐져있는 하얀 눈 세상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그렇게 많은 중국 사람들이, 그렇게 긴 시간동안을, 그렇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을 나는 처음 보았던지라 그 광경이 영화의 정지된 장면처럼 묘하고 이상異常하게 느껴졌다. 한동안 그렇게 서있던 중국여행객들은 잠시 후 뭐라뭘라뭘랄라... 하고 설명을 하는 안내원의 말소리를 듣고 난 후에야 천천히 쌓여있는 눈 쪽으로 다가가 신기하다는 듯 눈을 만져보기도 하고 눈밭으로 걸어 들어가 보기도 했었다. 그래서 안내원에게 물어보았더니 그해 겨울이 시작하면서 한국에 눈이 많이 와서 대만사람들 사이에서 한국으로 눈 구경을 가는 관광이 붐을 이뤄 이렇게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오게 되었다고 대답을 해주었다. 대만은 아열대성 해양기후로 겨울평균온도가 13도나 되니 평생 가야 눈 한 번 구경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라 말로만 들어봤던 눈을, 그리고 엄청나게 많아 운해雲海처럼 펼쳐있는 눈을 처음으로 보았으니 아마도 감동적感動的이었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평생 바다를 본 적이 없던 사람이 처음으로 바다를 보고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를 보여주었던 영화가 있었는데, 말로만 들었던 것을 직접 보고 듣고 체험을 하는 순간 또 거기에다 그것이 압도적인 모습으로 눈앞에 밀려들어왔을 때라면 그 놀라움과 충격을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지난 1230일 무술년戊戌年 한해 마지막 일요법회를 마치고 난 뒤 새해 11일에는 절에 모여 기해년己亥年 첫 사시마지巳時摩旨를 올리고 함께 산행을 하자는 의견이 나와서 모두 동참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래서 11일 아침 맑은 정신으로 일찌감치 집에서 절을 향해 출발했다. 집에서 아침 차를 한 잔 마시고 길을 나서면 한 시간가량 걸리는 화성휴게소로 들어가 잠깐 볼일을 보고 다시 고속도로로 나서야하는데 오늘은 그런 부담이 느껴지지 않아서 그대로 행담도 휴게소를 지나고 서산휴게소를 지나치고 싶었는데 고남 제1주차장 화장실이 동절기에는 문을 잠가놓는 바람에 서산휴게소에 들렀다가기로 했다. 서산휴게소에서 하늘을 보았더니 실올 같은 눈이 어쩌다 한 올 한 올 보이기는 했으나 이대로 눈이 되어 내릴지 혹은 공중에서 눈 녹듯 슬그머니 없어져버릴지는 알 수가 없었다. 절에 도착해서는 날씨는 흐린 대로 눈기가 없었는데 사시마지가 끝나고 공양간으로 내려가 점심공양을 하고 있는데 눈이 점점 송이가 커지더니만 제법 펑펑 눈으로 바뀌어갔다. 차를 돌계단 옆 제2주차장에 주차시켜놓은 사람들은 별 상관이 없었지만 도량 안쪽으로 올려다놓은 거사님들은 비탈길에 눈이 쌓이기 전에 차를 아래 주차장으로 내려다놓아야겠다면서 서둘러 공양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눈에 물기가 적어 가볍고 날리는 눈이라 쉽게 쌓일 것 같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눈이 얼마만큼 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 미리미리 대비하는 것이 좋을 듯했다. 오늘은 11일이라 도반님들이 법단에 올릴 공양물을 많이 가져오셨는데 몇 분 도반님들은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서 케이크를 사들고 오신 분이 있었다. 그래서 공양을 마치고 나서는 케이크에 불을 밝히고 주지스님의 새해 덕담을 들은 뒤 촛불을 후욱~ 불어 끄고 나서는 식탁에 둘러앉아 케이크를 먹었다. 안쪽 차실茶室에서 공양을 드신 선방스님들께서 들여보낸 케이크를 풀지도 않은 채 들고 나와 우리들은 케이크를 먹지 않으니 신도님들 드시라고 다시 보내오시는 바람에 케이크 한 통이 더 생겼는데 덕분에 모처럼 케이크를 맛나게 많이 먹게 되었다. 내가 부침개나 떡뿐만 아니라 빵과 케이크를 좋아해서 곧잘 먹는데다가 본래 뭐든 음식 자체를 즐기는 유형의 사람이라 점심공양으로 맛난 떡국을 한 그릇 먹은데 더해서 생크림 케이크와 요구르트 케이크까지 배가 빵빵해지도록 많이 먹어버렸다. 공양간 방바닥은 따뜻하고, 창밖에는 눈이 펄펄 날리고, 배는 빵빵하게 부르고, 이럴 때 구수한 옛이야기만 있으면 세상만사世上萬事 이고득락離苦得樂 만사형통萬事亨通으로 그만이지만 그 옛이야기를 해야 할 사람이 나인지라 조용히 입을 다물고 따스함과 설경雪景과 포만飽滿을 번잡한 세상으로부터 멀찌감치 떨어져 한가로이 누리고 있었다.





 

 절 주변에는 연암산과 삼준산이 있고, 서편 바닷가인 팔봉에는 팔봉산八峯山, 개심사가 있는 상왕산象王山, 부석사가 있는 도비산都飛山이 있으나 본시 충청도 산이란 험산유곡險山幽谷 첩첩산중疊疊山中이 아니라 어디를 가도 마을 앞마당이 내려다보이는 아담한 뒷동산의 분위기인지라 부담 없이 슬슬 오를 수 있는 산들이었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펄펄 날리면 산행이 쉽지가 않아 보였다. 10분여 걸리는 경사진 비탈길 하나 차이였으나 위쪽 도량 안에는 눈이 쌓이고 있었는데 주차장 아랫길에는 눈이 녹아 있었다. 역시나 같은 이치로 산 위쪽의 눈들은 녹지 않고 계속 쌓이고 있을 것이다. 서해안을 따라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으로는 영광, 함평이 다설多雪 지역으로 꼽히는데 위치상 대체로 산중 깊숙하게 묻혀있는 사찰에서는 겨울이면 눈 치우는 일이 그야말로 중의 긴요한 일인 경우가 많았다. 밤새 내린 눈이 허벅지까지 쌓여있으면 눈 치우는 일이 거의 중노동에 가까워졌다. 하기야 스님들과 함께 하는 노동은 언제나 중노동이고 스님이 아프면 그대로 중환자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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