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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01월27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9.01.28|조회수55 목록 댓글 0



 2019.01.27.. 모처럼 따스하고 공기 질은 그저 그런대로 무난無難



 

 

 

 0127,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어제 저녁참에 딸아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제 아침에는 딸아이로부터 엄마 생일 축하축하하는 문자가 들어왔는데, 같은 어제이지만 딸아이가 사는 뉴욕시간을 기준으로하면 어제 아침은 25일 저녁이 되고 어제 저녁은 26일 아침이 됩니다. 어제 아침 딸아이 문자를 받아본 서울보살님이 , 전화는 안 오고 문자만 보내주었네라고 했습니다. 엄마 생신이면 딸아이는 꼭 집으로 전화를 해서 엄마에게 생일축하노래를 불러주었는데, 한 이삼년 전부터 노래는 없이 생일축하와 안부만으로 전화내용이 바뀌었습니다. 아하, 그러고 보니 전화를 통해서 들려오는 딸아이 목소리의 톤도 재잘 재잘~에서 단정하고 사무적인 숙녀의 목소리로 바뀌어졌습니다. 아마 목소리의 변화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 4,5년 전부터라고 생각을 합니다. 예쁘고 귀여운 딸에서 책임감 있는 사회인社會人으로 자연스럽게 성장을 했다고 생각을 하지만 한편 무언가 서운한 마음이 가슴 한켠에 남아있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아빠의 심회心懷라고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어제 저녁에 집 전화가 부우~ 부우~ 하고 울렸습니다. 그래서 전화를 받아보았더니 생각하지 않았던 딸아이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서울 집으로 걸려오는 딸아이 전화는 거의 아침에 받게 됩니다. 딸아이가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저녁을 먹기 전에 서울 집으로 전화를 하기 때문인데 아주 드물지만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서 서울 집으로 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어제는 엄마 생일 축하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맞추어 전화를 한 것인데, 수화기를 들자 아빠 안녕!” 하고 갑자기 예상하지 않았던 딸아이 목소리가 들려오자 우웅, 오복상 이 시간에 웬일이지하고 나서는 아하 엄마 생신축하 전화구나하고 느꼈던 것입니다. 보통은 아빠와 한바탕 이야기꽃을 피우고 나서 엄마와 전화를 교대해주는데 어제 저녁에는 여보, 오복상 전화요!” 하고는 바로 서울보살님을 바꾸어주었습니다. 그렇게 모녀간의 수다를 한동안 들은 다음에야 겨우 아빠 차례가 돌아와 딸아이와 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딸아이가 유학을 간 후로 벌써 15년째 거의 매주每週 해오는 전화통화라 특별한 내용이 별로 있을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미국 홈스테이 가족 안부부터 시작해서 친구들 소식과 회사와 업무이야기와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기도 합니다. 그중 딸아이가 대학친구들과 모임을 만들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독서클럽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쏟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가 읽어보았던 책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딸아이가 독서클럽에서 읽었던 책을 소개받아 내가 그 책을 찾아 읽어보기도 합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지난해 봄에 딸아이에게 소개받아 읽었던 ‘WHEN BREATH BECOMES숨결이 바람 될 때입니다. 그런데 문제라면 딸아이는 미국에서 영어원문으로 읽는데 반해 나는 한국에서 출판된 한글 번역본으로 읽기 때문에 독후讀後 느낌이나 감상에 다소간 차이가 나타납니다. 이 책을 읽고 딸아이 첫 감상이 아빠 문체文體가 아름다워요!” 라고 했는데, 내가 그 책을 읽어본 바로는 글의 흐름이 좋고 전문적인 작가의 매끄러움이 아닌 아마추어리즘의 순수함이 돋보이는 글이라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물론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쓴 저자는 현직 의사이면서 작가를 꿈꾸는 영문학 석사출신의 문학도文學徒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글쓰기에 대한 열정熱情과 자질資質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딸아이와 더불어 영어원문으로 읽을 수 있다면 작품에 대해 서로 공감하는 폭이 넓어지겠지만 각자 영어와 한글로 쓰여 있는 동일한 작품을 읽고 대화를 하는 즐거움도 또 있기는 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딸아이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딸아이 목소리에서 감기기운일까 약간 피곤함이 묻어나고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물어보았는데, 딸아이 회사가 보스턴에 있는 동종의 회사를 인수해서 업무량이 그만큼 늘어난 까닭에 1월을 매우 바삐 보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딸아이는 미국에서 제 자리를 찾아 든든하게 뿌리를 내리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서울보살님이 집에 들어오면서 짙은 갈색의 동그랗게 생긴 생크림모카 빵을 몇 개 들고 들어왔습니다. 그 시간이 밤8시경이라 이걸 먹느냐 참느냐를 잠시 고민하다가 딱 하나만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시작은 미약微弱하고 순수純粹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탐욕貪慾이 개입해서 하나뿐만 아니라 있는 대로 몽땅 다 먹어버렸습니다. 나는 커피를 즐겨하지도 않고 더욱이 모카를 좋아하지도 않는데 어제 밤 따라 모카향이 매우 적극적으로 기분 좋게 코를 자극해댔습니다. 그래서 내일 시간이 되면 모카 빵을 더 먹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요일 오전은 어어~ 하다보면 휭하니 시간들이 지나가버립니다. 그래서 일요일의 느긋함이 있겠지만 날짜의 체계를 칠일씩 모아 일주일 단위로 나누어놓은 시간의 단위가 참 흥미롭습니다. 월요일月曜日부터 일요일日曜日까지 일주일一週日 단위의 문화는 메소포타미아 인류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문명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하니 참으로 오래된 인류의 습관이기도 합니다. 오후가 되자 모처럼 날씨도 풀어진데다가 공기질도 무난해서 서울보살님에게 산책을 권유해보았습니다. 서울보살님이 감기에 걸려 지난주에 고생을 좀 했는데 이제 회복기에 들어서 몸을 조심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음 오후3시경이 되어 가볍게 동네 한 바퀴 돌아오자고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공기질이 괜찮아 마스크는 쓰지 않고 운동화에 장갑만을 손에 끼고 집을 나섰습니다. 동네 뒤편으로 걸어 나와 유수지를 따라 걷고 있는데 구름이 해를 살짝 가려 흐릿한 햇살이 사방으로 번져나면서 철 이른 봄 분위기를 팡팡~ 풍기고 있었습니다. 우리 동네 유수지遊水池 한켠을 정비해서 축구장과 야구장을 만들어 놓았는데 일요일에는 유년 축구와 유년부 야구 활동이 있는 날인지 어린이들의 축구와 야구경기가 한창이었습니다. 나도 야구를 좋아합니다만 구기球技 중에서 배가 나와도 할 수 있는 유일한 경기가 바로 야구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다른 구기에 비하면 야구는 다소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느긋한 경기라고 생각을 합니다. 유수지 끝에 있는 굴다리를 지나 우성아파트 뒷길을 따라 돌아가다 붉은 벽돌의 정신여고 뒷담 사이 길로 빠져나가 아시아공원을 거쳐 슬슬 걸어갔습니다. 종합운동장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 잠실새내 역 쪽으로 곧장 쭈욱 걸어 내려가면 새마을 시장이 나왔습니다. 시장을 지나치면서 커다란 마트에 들려 우유와 햄을 하나 샀습니다. 집에 싱싱하고 실하게 생긴 토마토가 많이 있는데 맨 토마토만 먹는다면 별로 입맛이 당기지 않지만 치즈를 넣고 햄과 토마토와 양파와 버섯을 함께 넣어 볶아주면 엄청 맛이 있어서 잘 먹게 됩니다.





 

 새마을 시장을 지나오면서부터는 세상의 일이란 일에 모두 참여하듯이 이것저것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걸었습니다. 하얀 새우튀김도 있고, 노란 닭 강정도 있고, 붉은 족발과 갈색의 곱창잡채도 보였습니다. 빨리 걸으면 속도는 빨라지지만 앞밖에 보이지 않으나 천천히 걸어가면 속도가 늦어지는 만큼 사방이 두루두루 잘 보였습니다. 이렇게 걸어가는 것을 옛날 어른들께서는 해찰을 하면서 걷는다고 했습니다만 빨리보다 느림의 미학을, 긴장보다 이완의 여유를, 그리고 밀착보다 간격의 거리를 중시하는 세상에서는 해찰의 느슨함이 마음의 평정平靜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듯합니다. 잠실초등학교 사거리를 건너 왼편에 있는 빵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공기가 좋고 푸근한 겨울날이라 사람들이 모두 축제나 스키장으로 빠져나갔는지 빵집에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휭~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매장을 슬슬 둘러보았는데 모카빵이 없어서 직원에게 물어보았더니 모카빵은 다 나갔는데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고객을 위해 준비한 빵이 다 팔려나갈 정도로 장사가 잘 되었다면 좋은 일이지만 매대가 군데군데 비어있는 썰렁한 매장 분위기가 직원의 메마른 목소리와 함께 한국 경제의 불경기를 작은 동네 빵집을 통해서 느끼는 듯했습니다. 사람이든 시장이든 영업장이든 활력活力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그 활력이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밖으로 나와 이번에는 오른편 빵집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매대에 딱 하나 남아있는 짙은 밤색 모카빵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나야 빵도 잘 먹고, 떡도 잘 먹고, 밥도 잘 먹고, 라면도 잘 먹으니 무엇인들 먹어도 되겠지만 저녁식사로는 김치를 넣고 라면을 끓여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모카빵은 디저트 삼아 우유와 함께 또 먹었습니다. 서울보살님은 시장통에서 잉어빵을 이천 원어치 사서 혼자 다 먹었는데도 따뜻한 미역국에다 동치미국을 훌훌 떠 마시면서 밥 한 그릇을 또 다 먹었습니다. 우리의 세 끼 식사 습관이 확실하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아마 고려 때까지는 하루 두 끼 식사가 정설인 듯합니다. 그렇다면 하루 세 끼의 식습관은 조선 중기 이후부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는데 아마도 이것은 농산물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농지의 확보와 단위면적당 생산성향상인 농업혁명과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는 보일러 온수를 켜고 설거지를 했습니다. 그리고 세계 최고부자인 아마존 최고 경영자인 제프 베조스가 했던 말을 생각했습니다. “내가 하는 일 중 가장 섹시한 일은 집에서 설거지를 하는 일입니다.” 라고 했던 대머리 성실남이 어느 날 불륜설에 휩싸여 스캔들을 마구 퍼트리다가 지난 9일 조강지처糟糠之妻와 이혼을 했다고 하니 설거지를 순수한 마음으로 대하지 않고 섹시의 대상으로 보았던 탓이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나야 집에서의 설거지를 섹시의 대상으로 보지도 않고 설혹 섹시의 대상으로 보는 일이 있더라도 세계 최고 부자가 아닌 까닭에 설거지를 계속 하더라도 별 일이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인 즉 나는 설거지가 한 살림의 헌신獻身에 대한 정화의식淨化儀式이지 전혀 섹시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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