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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01월27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3.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9.02.01|조회수31 목록 댓글 0



 2019.01.31.. 하늘은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0127,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3.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의왕 기.



 

 

 의왕을 다녀와야 해서 자동차대신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서울보살님은 차를 가져가시라고 했지만 그냥 지하철을 이용하겠다고 했다. 의왕 쪽 길이 낯설어 차를 가져가더라도 어차피 내비게이션에 의존해야할 듯했고, 그것보다는 오랫동안 차의 편리함에 취해서 소소한 대중교통의 즐거움을 놓쳐버리고 있는 것 같아서 두 발로 돌아다니기로 했던 것이다. 직접 차를 운전하고 다닐 때와 두 발로 걸어 다니면서 이런저런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은 당연히 세상을 보는 관점이랄까 시야가 달라질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먼저 잠실종합운동장역까지 걸어가서 2호선을 타고 사당역까지 간 뒤 사당역에서 4호선으로 바꾸어 타면 되었다. 사당역은 2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장소라 항상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돌아다녀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볼 수는 있지만 정말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因緣들이라 다음 어딘가에서 또 보고 또 보더라도 그들은 항상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일 뿐이다. 그들이 나에게 나도 그들에게 그저 행인行人일 뿐인 것이다. 전동차에서 내려 둥근 기둥을 돌아 환승을 위해 계단 쪽으로 걸어가는데 오른 편 귀퉁이에 빵집이 하나 있었다. 지하철 노선이 교차해서 환승객들이 많은 곳이라 당연 장사가 잘 되는 곳이어서 가격이 착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역시 빵집 앞 판매대에 쌓아놓은 빵도 수북하니 보기에도 좋았다. 계단을 내려가 4호선으로 바꾸어 타고 남태령역에서 경마장역을 지나는 도중이면 언제나 전동차 안의 등불이 깜박거려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제는 스피커를 통해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전기공급체계가 바뀌어져서 잠깐 동안이지만 냉방이 중지되고 전등이 깜빡거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동안의 궁금증은 풀렸으나 전기공급체계라는 것은 무엇인지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겨났다. 직류가 교류로 바뀐다는 말인지 100V200V로 바뀐다는 것인지 혹시 전기 공급처가 바뀐다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인덕원역을 지나 평촌역에서 내렸다. 집에서 이미 지도를 잘 봐두었기 때문에 4번 출구로 나간 뒤 그대로 걸어갔다. 안양과 의왕의 경계가 어느 지점인지 잘 모르지만 지하철역 근처가 아닌가싶었다. 주변이 온통 아파트단지였다. 저 많은 아파트에, 저 많은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 사연들을 안고 모여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농산물시장까지 곧장 걸어간 후 길 위로 거대한 고가도로가 나오는 지점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잡아 조금 걸어가면 사거리 건너편에 롯데마트가 우뚝 서있었다.





 

 롯데마트 건물의 외부 색조가 빨간색이었다. 건물에서 나오는 마트 차량들도 모두 빨간 색조들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물론 코카콜라도 빨간 색조를 사용한다. 먹거나 마시는 음식물은 푸른 색 계열보다는 빨간 색 계열을 소비자가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으나 막상 빨간 색 계열을 사용하는 곳은 몇 군데 되지 않는다. 롯데마트로 들어가 식당가 앞에서 직원에게 물어보았다. “혹시 여기에 죽을 파는 곳이 있습니까? 여기에 죽을 파는 곳은 없는데요. 네에, 그럼 혹시 이 주위에 죽을 파는 곳이 있나요? 네에, 나가시면 길 건너편에서 위쪽으로 조금 올라가다보면 죽을 파는 곳이 있어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가르쳐준 대로 길 건너편으로 건너가 위쪽으로 올라가보았더니 죽 가게가 보였다.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죽 체인점이었다. 벽에 걸린 메뉴판을 쭈욱 훑어보는데 전복죽 특선特選이 보였다. 전복죽은 세 단계가 있는데, 기본이 11,000원이고 전복량이 증가할수록 16,000원과 20,000원으로 등급이 상향되었다. 20,000원짜리로 2인분 포장을 부탁했다. 카운터에는 머리 단정한 50대 중반쯤의 남자분이 서있었고 주방에는 50전후의 여자분이 일을 하고 있는 걸로 봐서 명퇴한 남편과 아내가 창업을 한 가게인 듯했다. 한 십분 가량 기다렸더니 전복죽 포장을 끝내고 결제를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카운터에서 결제를 마치고 나에게 카드를 돌려주는 사장님 얼굴을 쳐다보았더니 공무원이나 회사의 부장님이라면 훨씬 어울릴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마 장사를 시작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와 상의는 단정했으나 바지가 좀 구겨져있었다. 사장님의 단정한 얼굴과 친절한 미소가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상의와 바지가 왠지 서로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변신變身이란 많은 시간과 또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모양이었다. 방문을 마치고 나서 다시 같은 길을 되 집어 평촌역까지 걸어갔다. 지하철을 타고 사당역까지 가서 환승통로를 따라 걸어 2호선으로 바꾸어 탔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돌아다니고 있어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볼 수는 있지만 정말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因緣들이라 다음 어디에선가 보고 또 보더라도 그들은 항상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뿐일 것이다. 돌아올 때는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리지 않고 새내역에서 내려 잠깐 은행에 들렸다가 시장통 길을 따라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잠시 작업을 하고난 후 아무래도 혼자 하는 저녁식사가 될 것 같아 그제처럼 남은 식빵을 활용해서 암식빵과 수식빵 틈새에 햄과 달걀과 토마토를 넣어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을까 생각하다가 더 손쉬운 뜨거운 미역국에 밥을 말아 동치미와 순무김치를 먹기로 했다. 지난 가을 김장은 무엇을 먹더라도 맛이가 있어서 김치나 무나 동치미나 그 무엇이든 맛나게 끊임없이 먹고 먹었다.





 

 

 고양 기.



 

 

 고양을 다녀와야 해서 자동차대신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서울보살님은 차를 가져가시라고 했지만 그냥 지하철을 이용하겠다고 했다. 고양을 가려면 3호선을 타고가면 환승 없이 가장 쉬운 방법인데 그러려면 동네 뒤편으로 돌아서 탄천교를 지나 학여울역까지 걸아가면 되었다. 몇 가지 책과 서류뭉치를 담은 가방을 들고 유수지를 따라 걸어서 탄천교를 지나고 쌍룡아파트를 지나서 학여울역에 도착했다. 여기 학여울역에서 고양 화정역까지 역 개수를 세어보았더니 스물 몇 개가 되었다. 지하철로 가는데 만해도 시간이 70분가량 걸린다고 했다. 지하철3호선 역중에는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는 역이 꽤 있었다. 학여울역, 무악재역, 연신내역, 삼송역 등등이 그렇다. 학여울역은 사람들 이용이 굉장히 적은 역이어서 언제나 한적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지하철 3호선에는 학여울역 못지않게 항상 한적한 역이 또 있었는데 잠원역이 그랬다. 복잡한 고속터미널역과 사람이 들끓는 신사역 사이에 끼어있어서 더욱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으나 어쩌다 잠원역을 지나칠 때면 잠원역을 하루에 몇 사람이나 이용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시간 맞추어 학여울역에 도착한 지하철 전동차 좌석에 앉아 눈을 감은 채 동대역을 지나고 충무로역을 지나고 경복궁역을 지났다. 어느 순간 슬그머니 눈을 떠보았더니 주변의 앉거나 서있는 사람들의 8할은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무언가를 보거나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스마트폰만 쥐어주면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누구나 혼자서도 잘 노는 세상이 되어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 분위기랄까 근래에 들어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독서를 하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보편화된 스마트폰의 활용도나 일상 생활화는 거의 비슷할 테지만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지하철 안에서 독서를 하거나 신문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다면 기계의 의존도依存度 면에서 우리사회가 압도적인 강세를 차지하고 있다는 말이 되는 것일까. 똑같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책을 통해 활자活字로 읽는 경우와 스마트폰을 통해 화면畫面으로 보는 경우의 차이는 없는 것일까. 책장을 넘기는 것과 화면을 바꾸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미묘微妙하지만은 않을, 그 섬세纖細하고도 심각深刻한 차이를 큰 나무, 작은 나무, 끼인 나무님들 혹시 아세요? 드디어 지하철이 원당역을 지나고 화정역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얼핏 보았던 것 같은데, 역 이름이 화정花井 이라니 이곳이 예전에는 자연自然과 풍광風光이 눈이 좋아할 만큼 수려秀麗했던 곳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고양의 중심 번화가가 되어 높은 건물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그곳에 본래는 아름다운 숲과 주변에 고운 꽃이 피어있고 맑은 물이 솟아나는 샘이 있었을 터이지.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십여 분가량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해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간동안 일을 보는 사이에 금세 시간이 지나가 두어 시간이 뚝딱 흘러가버렸다. 가방을 둘러메고 사무실에서 나와 마스크를 쓰고 화정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화정역에는 가격 착한 빵집이 있어서 판매대를 슬슬 훑어보다가 빵을 좀 샀다. 단팥빵도 사고, 소보로빵도 사고, 오징어먹물빵도 사고, 단호박빵도 샀다. 그러자 보퉁이가 두 개가 되어 가방은 어깨에 메고 빵 봉지는 들고 돌아다녀야했다. 시간 맞춰 들어온 지하철을 타고 스르르 눈을 감은 채 앉아 있다가 올 때 그러했던 것처럼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자 학여울역에 도착했다. 그 넓은 역에 몇 사람 내리지도 않아 2번 출구 계단으로 올라설 때쯤이면 역에 들어갈 때처럼 역시 나 혼자였다. 건널목을 건너 쌍용아파트를 지나고 탄천교를 지난 뒤 유수지를 따라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간단히 몸을 씻고 나서 옷을 갈아입고 음악을 켜놓고 작업을 했다. 어떤 사람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은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글쓰기를 좋아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글 읽기를 좋아한다. 스스로 사진 찍는 것을 셀프사진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글을 스스로 읽어보는 것은 셀프독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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