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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02월03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2.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9.02.06|조회수48 목록 댓글 0



 2019.02.06.. 거친 우윳빛 하늘, 공기는 흔들어놓은 소금물처럼 밀려다니고



 

 

 

 0203,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2.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지난 월요일인 4일이 입춘立春이었다. 그리고 다음날인 5일이 설날, 그리고 그 다음날인 6일이 오늘이다. 나는 해마다 입춘절立春節이면 양평에 있는 조그마한 절로 입춘맞이를 다녔는데, 근래 몇 년 동안은 충청도의 작은 암자로 다녔고, 올해는 집 근처의 봉은사로 가기로 했다. 입춘立春이면 글자 그대로 봄이 된다는 말인데, 사실 우리 계절로 24일은 아직 겨울이다. 입춘을 포함한 절기節氣가 중국 화북지방을 기준으로 해서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우리들의 계절 감각보다는 2,3주가량 날짜가 빨리 예정되어있다. 만당시인晩唐詩人 두목杜牧의 시 산행山行을 보면 3구와 4구가 이렇게 되어있다. ‘정거좌애풍림만停車坐愛楓林晩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수레 멈추고 앉아 늦은 단풍나무 숲을 즐기노라니 서리 맞은 단풍 이월 꽃보다 붉구나) 두목의 시에서처럼 중국 화북 지방은 2월이면 봄꽃이 만발하기 시작하는데 우리는 3월이 되어야 이 표현에 수긍이 가는 만큼의 시간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나저나 올 겨울은 날씨가 대체로 따뜻해서 입춘날도 매우 따뜻한 날이었다. 입춘이나 동지는 본래 불교 명절은 아니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민속民俗과 풍습風習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제는 절의 큰 명절이 되었다. 그래서 입춘절이 되면 가족의 복과 안녕安寧을 빌고 입춘첩立春帖을 받아오려고 사람들이 절에 많이 오는데 올해는 다음날이 설날이라 예년보다 사람들이 많이 오지는 않은 듯했다. 법당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얼어붙어있던 땅바닥이 입춘법회를 마치고 법당에서 나올 무렵에는 따스한 햇살에 녹아내려 여기저기가 질퍽거렸다. 대웅전 옆 소각로에 가서 묵은 입춘첩과 부적을 불사르고 종무소 앞에 줄을 서서 새 입춘첩을 받아왔다. 예전에는 입춘첩을 얼마씩 가격을 정해놓고 받았는데 언제부터인가 탁자위에 투명함을 하나 올려놓고 자율보시自律布施라고 크게 써놓았다. 달력은 종무소 안에서 나누어준다고 해서 종무소 안으로 들어갔더니 벽 한켠에 달력이 쌓여있어서 한 부씩 들고 나오면 되는데 아, 잠깐만 거기에도 자율보시 함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만약 차 발동을 걸고 P에 있는 기어를 R로 변속한 후 자리를 뒤로 이동해서 앞에 공간이 생기자 차 방향을 바꾸어나가려고 D로 변속을 하고 앞으로 가려는데 어쩐 일인지 차가 계속 뒤로만 간다면, 쉽게 말해서 기어가 D에 있는데도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가 뒤로만 이동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요? 뭘 어떻게 하기는요, 한두 번 더 해보다가 오작동이다. 하고 판단되면 차를 세워놓든지 만일 차가 길을 막고 있다면 주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원래 자리로 밀어놓고 나서 전화를 꺼내어 사람을 불러야지요. 눈 녹듯 마당 표면이 녹아 질퍽거리는 땅을 밟고 차에 몇 차례 오르락내리락 하느라고 차 바닥이 흙투성이가 되어버렸으나 급히 달려온 정비사가 차에 앉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하게 정상 작동되는 차를 보면서 아하! 전문가가 따로 있기는 하는 모양이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그럼, 그렇다고 하면, 책상에 앉기만 해도 글이 절로 슬슬 써지는 전문가가 되기까지에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걸릴까? 집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고 나서는 식탁에 앉아 설날 차례상茶禮床에 올릴 밤을 쳤다. 밤을 쳐놓고 나서는 운동화를 신고 삼전동을 지나 잠실역까지 갔다가 다시 새마을시장을 통해 되돌아왔다. 그렇게 한 바퀴 휘어진 둥근 궤적을 따라 한 시간 반가량이 걸렸다. 하도 푹한 날씨라 땀이 등에서 흘러내려 집에 들어서자마자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했다. 책상에 앉아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어느 보살님이 선물로 주신 차를 뜨거운 물에 타서 한 잔 마셨다.





 

 아침부터 차례도 지내고 함께 모여서 식사도 하고, 그리고 어어~ 하다가는 하루가 슬그머니 지나갈 것 같아서 정오正午가 지나자 운동화 끈을 매어신고 양재천으로 나갔다. 아래는 겨울 트레이닝 바지에다 위에는 하늘색 방풍복만 걸쳤다. 일기예보를 확인하고는 하얀 마스크는 쓰고 까만 장갑은 벗어 놓았다. 양재천으로 운동을 나갈 때면 다리만 확인을 하면 내 위치가 자동으로 파악되었다. 탄천2교를 건너서 양재천에 들어서면 대치교를 지나고 영동6교부터 영동1교까지 쭈욱 걸어가면 되었다. 오늘은 컨디션이 좋아서 영동1교에서 돌아오지 않고 곧장 올라가 양재천교까지 걸어가 보았다. 여기에서 과천방향으로 더 걸어 올라가면 LH아파트가 나오겠지만 이쯤에서 돌아서기로 했다. 공기는 탁했으나 따스한 날씨에 힘입어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산책을 하러 양재천변을 걷고 있었다. 인도인 부부와 4,5세가량의 남자아이가 점심을 싸와 3월이 되면 붉게 피어날 화초 주변의 벤치에 앉아 나들이를 즐기고 있었다. 4,5세가량의 인도아이들은 참 예쁘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인도인 특유의 꼴로 바뀌면서 별로 예쁘지가 않다. 그들의 눈에는 우리도 그렇게 보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재천교에서 되돌아서서 속보로 걸어 영동5교를 지날 무렵에는 약간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제부터 진짜 운동이 될 거라는 생각에 페이스를 놓치지 않도록 몸의 중심을 무릎 앞쪽에 놓고 빨리 빨리 걸었다. 이마와 턱밑에서 땀이 뚝뚝 흘러내렸다. 몸도 마음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만큼 운동이 되고 있었다. 1250분에 집에서 출발했는데 350분에 집 앞에 도착했다. 정확하게 3시간이 걸렸고 왕복거리는 대략 16Km쯤 될 것 같았다. 마스크를 벗어서 쓰레기통에 던져놓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으로 올라갔다. 뜨거운 물로 몸을 씻고 난 뒤 책상에 앉아있으니 허벅지와 등을 따라 아득하게 밀려오는 나른함이 그렇게 기분이 상쾌할 수가 없었다. 하긴 이 맛에 운동을 하기는 하지만서도. 우유를 한 잔 마시고 음악을 듣다가 컴퓨터를 켜고 일을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왼쪽 엄지발가락 발톱이 검게 멍들어있었다. 빨리 더 빨리 걸으려고 몸 중심을 자꾸만 앞쪽으로 놓고 발끝으로 걸었던 후유증後遺症인 셈이었다.





 

 오늘은 마스크를 쓰고도 밖에 나갈 수 없을 만큼 공기질이 떨어져있어서 거실창居室窓 밖의 흐린 세상을 간간히 내다보면서 지냈다. 요즘 밖을 돌아다니다보면 하얀 마스크대신 검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젊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입과 코를 가리고 있는 검은 마스크를 처음 보았을 때는 이해하기가 힘 들었는데 이제는 검은 색 마스크를 별로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내가 검은 마스크를 쓰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검은 색 안에는 무언가 더 독하고 힘겨운 것들이 스며들어있는 것 같아서 아니, 하얀 마스크보다 검은 색 마스크가 더 무거울 지도 모른다는 기분 때문에 마음이 사양을 하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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