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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02월10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9.02.13|조회수56 목록 댓글 0



 2019.02.13.. 맑음



 

 

 

 210,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걷기수영숨쉬기는 참 좋은 운동運動이고, 건강법健康法이고, 명상법瞑想法이다. 물론 달리기까지를 포함시켜야 하겠지만 달리기를 하면서 명상을 즐기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이들을 즐기기 위해 투자하는 비용이 아주 저렴하기까지 하니 아주 좋은 섭생법攝生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숨쉬기를 명상법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호흡법을 익혀야하는 것처럼 걷기도 걷는 법과 함께 호흡법을 익혀야한다. 걷기를 명상법으로까지 즐기기가 부담스럽다면 그냥 산책이나 운동으로 행해도 된다. 걷기를 산책散策으로 한다면 평상복을 입은 그대로 어디든, 얼마만큼이든, 언제든 밖으로 걸어서 나갔다오면 되겠지만 운동運動으로 한다면 계획을 짜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 운동은 항상 운동량과 부상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걷기를 산책이나 운동으로 할 때 두 가지의 가장 큰 차이라면 바로 신발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산책 시에는 무슨 신발을 신든 관계가 없으나 운동으로 할 때는 반드시 운동화를 신어야한다고 본다. 나도 운동화를 여러 켤레 가지고 있어서 일반 주로용과 트랙용으로 나누어놓기는 하나 실은 트랙 훈련은 일 년에 몇 번 가지 않는다. 한 가지 더, 산책이든 운동이든 걷는 시간이 길어지면 지루함을 달래고 흥미를 돋우기 위해서 코스를 바꾸어주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미리 지도를 보고나서 예상 거리와 시간을 염두에 두고 노선路線을 정한 뒤 직접 걸어보고는 마음에 들면 그 코스를 자주 활용하게 된다.


 내가 평소 사용하는 코스는 탄천2교를 지나 양재천변을 타고 대치교부터 영동1교까지 갔다 오든지, 영동1교를 지나쳐 과천 방향으로 양재천교까지 더 다녀오든지, 아니라면 잠실종합운동장을 한 바퀴 돌아 새마을 시장을 거쳐 우성아파트를 지나 돌아오든지 혹은 새마을 시장을 지나 잠실역 부근 석촌 호수를 두어 바퀴 돌아오는 경로가 되겠다. 보통 1시간 반에서 2시간 반가량 걸리는 경로經路이다.





 

 그러니까 지난 1월 중순경이었다. 얼굴과 손에는 하얀 마스크와 까만 장갑을 끼고 발에는 노란 띠 운동화를 신은 채 지도에서 보아둔 대로 집을 나섰다. 미세먼지는 다소 심했으나 겨울날씨치고는 푹한 날씨였다. 정신여고와 우성아파트의 한적한 틈새 길을 걸어서 큰길이 나오면 잠실종합운동장역 통로를 통해 계단을 오르내려 종합운동장으로 들어갔다. 야구장을 거쳐 주경기장 왼편 옆으로 붙어있는 보조경기장을 지나다보면 둥근 기둥 사이로 한강 고수부지 쪽으로 빠져나가는 은밀한 통로가 있는데, 이 통로를 아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또 사용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는 곳이다. 벽에는 88올림픽 한국 금메달리스트들의 벽화가 가지런히 붙어있는데 그게 벌써 30여 년 전의 일이라 풍경風景이 흐릿한 과거가 되어 색 바랜 사진 속 밝은 그들의 미소가 무언지 애잔하고 쓸쓸한 정취情趣를 자아내주기도 했다. 나도 이 통로를 모르고 있다가 몇 년 전 어느 여름밤에 보조경기장에서 늦게까지 트랙훈련을 마친 후 이 통로를 통해 한강 고수부지로 나가 그곳 편의점에 모여앉아 시원하게 강바람을 쏘이면서 맥주를 한 캔씩 마셨던 것이다. 그건 그런데 한강 고수부지高水敷地라니!


 요즘에도 이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딱 보아도 일본식 한자어라는 생각이 드는데, 우리말로 순화하면 둔치또는 둔치마당이 된다고 한다. 이렇게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사용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들을 때마다 못내 불편한 말이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들이 먹거리, 지인, 어마무시, 빵 터졌다 등이다. ‘사람은 언어를 만들고 언어는 사람의 품격品格을 만들어낸다고 했는데 어떤 종류의 언어를 만들어내는 사회분위기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회와 언중言衆의 품격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여하튼 통로를 지나 한강 둔치로 나가면 강가의 한강 수상레저파크가 보이고 저쪽 오른편으로는 편의점이 보였다. 그리고 강변도로에 들어섰다가 아차, 화장실에 들렸다가야지 하는 생각에 지나왔던 화장실 표시가 있는 작은 건물을 보았다. 화장실은 단층으로 된 박스형 건물로 외장은 베이지색이나 밝은 회색으로 색칠되어 있었고 왼편이 숙녀용, 오른편이 신사용 화장실이었다. 이때가 아마 오후4시경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화장실을 향해 10m가량 떨어진 곳을 걷고 있었는데 그때 신사용 화장실 문이 스르르 안쪽으로 열리면서 30Cm가량 벌어졌다. 30Cm 사이로 보이는 화장실 안쪽은 아주 어두워서 문의 바깥쪽과 안쪽의 밝고 어두움이 매우 대조되어 보였다. 그래서 나는 화장실 안에 있는 누가 나오려나보다 하는 생각에 그 앞으로 슬슬 걸어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열렸던 화장실 문이 다시 슬그머니 닫히고 있었다. 순간 왜 사람은 나오지 않고 문이 도로 닫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별 의심 없이 신사용 화장실 문 앞에 도착해서 나는 문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문이 꿈쩍을 하지 않았다. 조금 전에도 보았지만 문이 안쪽으로 열렸다 다시 닫혔으니 여닫이문이 분명한데 제법 힘을 주어 밀어보아도 역시 화장실문은 움직이지를 않았다. 그래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미 용무가 급해져서 다른 화장실을 찾아보았더니 한 50m 떨어진 곳에 똑같은 모양의 화장실이 있었다. 그래서 바로 그쪽으로 걸어가서 화장실 앞에서 문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역시 문이 열리지가 않아서 고개를 갸웃하다가 혹시 하는 생각에 미닫이문을 열 듯이 왼편으로 밀어보았더니 문이 스르르 열렸다. 이 부근에 설치되어있는 박스형 건물 화장실문은 여닫이문이 아니라 미닫이문이었던 것이다. 일단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용무를 보고나서 화장실 안 구조를 살펴보았다. 정면 오른편으로는 소변기가 두 개 있고 왼편으로는 큰 용무실이 있었다. 소변기 벽 위로는 가로로 길게 창이 있어서 빛이 들어오고 있긴 하지만 만약 화장실 안에 불이 켜지지 않는다면 화장실 안은 낮에도 어두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에서 나올 때도 문을 오른편으로 밀자 문이 힘들지 않게 스르르 열렸다. 화장실에서 나와 저만큼 건너편에 있는 박스형 화장실을 쳐다보았다. 하늘 비스듬히 어슴푸레 하던 해가 구름에 가려진 채 마르고 황량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면서 부스스한 황혼을 부추기고 있었다. 왜 화장실문이 여닫이 형태로 안쪽으로 열렸다가 다시 닫혔을까. 화장실 안에 누군가가 있어서 문을 열었다가 닫힌 것일까 아니라면 문이 절로 열렸다가 닫힌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화장실문이 여닫이문이 아니라 미닫이문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이것은 무엇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았다. 한번 다시 그 화장실로 가서 문을 열고 화장실 안을 확인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별로 내키지가 않았다. 그래서 강변도로로 들어서서 먼 한강 경치를 구경하면서 속보로 걸어 양재천으로 넘어와 영동5교까지 갔다가 U턴을 해서 탄천2교를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이렇게 한바탕 에둘러 걸은 거리도 제법 되었든지 2시간30여분이 걸렸다


 우리들이 눈으로 보는 것을 다 믿을 수만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눈으로 직접 본 것을 스스로 타당할만한 납득 없이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수많은 관계關係 속에서나 사물과의 대면對面 속에서 유심有心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일들이 생각보다는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가끔 혼돈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원래 세상이란 글쎄, 다소간多少間 혼돈스러운 곳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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