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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요 법 회

03월03일,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19.03.10|조회수80 목록 댓글 0



 2019.03.05.. 잿빛 이 스삭한 풍경風景들을 어느 영화에선가 본 것 같은데



 

 

 

 0303, 일요법회 늬우스 데스크.



 

 

 

 여보세요, 일요법회 앵커맨 밸라거사입니다.



 

 

 

 어느 외로운 수행자修行者의 기나긴 하루.




 

 

 

 음력으로 33일이면 삼짇날이라고 해서 사람들이 들로 답청踏靑을 나가 새 풀을 밟으며 꽃놀이를 즐기고 지난 해 99일 중양절重陽節에 강남 갔던 제비기 돌아온다는 봄이 무르익어가는 시기이다. 아직 날짜로는 한 달여가 남았지만 요즘 기온만큼은 벌써 훌쩍 삼짇날을 넘어서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온화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당연히 강남 갔던 제비는 보이지 않고 사람들은 들로 산으로 답청을 나가지 않는다. 이런 잿빛 투미한 공기 속에서는 내가 제비라도 다시 돌아오기 싫을 것이고 사람들은 마스크나 방독면을 쓰고 답청踏靑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심각한 공기 오염으로 인해 지난 열흘간은 야외활동은 물론이고 운동을 전혀 하지 못했다. 가끔 하얀 마스크를 착용하고 동네를 슬슬 산책삼아 걸어보기는 했으나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을 듯해서 찜찜한 마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버리고는 했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는 거실에서 바닥에 지압판을 깔아놓고 제자리 걷기라도 하면서 답답한 가슴을 조금이나마 해소하자고 생각을 했다. 지압판 위에 깔개를 덮어놓았지만 지압판을 발로 밟을 때마다 발바닥을 자극해대는 통증이 발바닥을 통해 무언가 운동이 되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삼십분씩 두 번에 걸쳐 걷기로 하고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오늘 저녁에도 그렇게 한 삼십 여분가량 걸었을까 이제 등에 땀이 배일만한 참에 비디오폰이 딩동~ 하고 울렸다. 지압판에서 내려와 비디오폰의 통화를 눌렀더니 택배아저씨가 화면에 떠올랐다. 택배아저씨와 몇 마디를 주고받은 뒤에 택배를 받으려고 마스크를 쓰고 현관으로 내려갔다. 택배박스를 확인하고 나서 택배아저씨를 보았더니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아서 이런 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건강에 몹시 해로우니 마스크를 하나 가져다주겠다고 했더니 택배아저씨가 이렇게 대답을 했다. “아니요, 차에 마스크가 있는데요,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할 수가 없어서요.” 그 말을 듣고는 흐흠, 그것도 그렇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택배박스를 들어보았는데 끙~ 하고 양팔로 추켜올리기에는 상당히 무거워서 박스 안에 뭐가 들어있지 하고는 보낸 사람과 물품이 적혀있는 수취인 표를 보았더니 목탁암 스님이 보내오신 청국장이라고 쓰여 있었다. ‘아하, 목탁스님께서 봄을 맞아 목탁암 연중행사인 청국장을 띄우셨나보구나했다. 그런데 청국장뿐이라면 택배박스가 이렇게까지 무거울 리가 없어서 박스 안에 뭐가 또 들어있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더니 지난번 목탁스님이 서울에 오셨을 때 그저 지나가던 말로 했던 대화가 생각이 났다. “스님 이번에 김장김치를 보내주셨을 적에 왜 갓김치는 안 보냈지요?”






 

 지난 1월 중순경에 목탁스님으로부터 문자가 들어왔다. ‘강원도에 갈일이 있어서 서울에 들렸다가 가게 되었는데 시간이 괜찮으시면 얼굴이라도 한번 뵙도록 하지요.’ 그리고 며칠 지난 후 또 문자가 들어왔다. ‘여기 상일동인데 오늘은 시간이 어떠슈그래서 스님을 만나러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바로 4호선 성신여대역으로 나갔다. 요즘에는 치의緇衣에 바랑을 맨 채 거리를 활보하는 스님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아마 스님들도 차를 몰고 다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목탁스님은 출타를 할 때면 꼭 먹물 색 바랑을 매고 다녔다. 목탁스님은 차도 없고 운전을 할 줄도 모르신다. 목탁암에는 전화도 없고 컴퓨터도 없다. 물론 011로 시작하는 핸드폰이 한 대 있기는 하지만 산으로 둘러싸인 도량 안에서는 전화가 터지지 않아 문자로만 통화가 가능한데 그 문자통화마저도 법당 앞 돌계단과 장독대 부근에서만 가능하다. 나는 먼저 인터넷으로 들어가 서울 지하철노선도와 공기상태를 확인하고 마스크를 쓴 뒤에 집을 나섰다. 잠실운동장역으로 나가 2호선을 타고 가다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4호선으로 바꾸어 탄 후 성신대역에서 내렸다. 개찰구를 막 나섰더니 저만큼 계단이 있는 곳에 목탁스님이 눈에 익숙한 모습으로 서있는 게 보였다. 목탁스님은 어디에 서있더라도 항상 둥근 모습으로 보인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포대화상布袋和尙과 흡사하게 보였다. 스님과 마주서서 합장을 하고 스님 손을 잡아보았다. 크고 두툼하고 둔탁하게 생긴 손이지만 그 안에서 넘쳐나는 따스한 기운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스님은 그 손으로 농사를 짓고, 음식을 만들고, 시를 쓰고, 목탁을 쳤다. 그리고 헤어질 때면 아직도 나는 이별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하시면서 살래살래 손을 흔들어주었다. 서로 식전이라 먼저 저녁공양을 드시자고 했더니 뭔가 걸찍한 걸 드시고 싶다고 해서 몇 마디 말을 주고받은 후 만두전골이 어떻겠느냐고 물어오셨다. 그리고 아는 전골집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자고해서 스님을 따라 나섰는데 밤길에 언젠가 보았던 집이라니 두세 번 길을 맴돈 뒤에야 겨우 그 집을 찾았다. 자그마하고 허름한 식당인데 손님마저 아무도 없어서 분위기가 약간 스산하기는 했으나 스님을 모시고 함께 공양을 하며 대화를 나누기에는 오히려 좋아보였다. 주문한 만두전골이 나와서 후후~ 불어가면서 식사를 하는데 속이 가득 찬 만두 맛이 살짝 텁텁한 느낌이 들어서 스님을 쳐다보았더니 이 집이 평양식 만두전골 전문이라고 하더니 북한 만두 맛이 맞다고 스님이 말씀해 주었다. 예전에 북한이 고향인 보살님 한 분 있어서 가끔 만둣국이나 만두전골을 끓여주었는데 지금 이 맛과 거의 유사하더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먹다보니 만두를 다 건져 먹어버려서 만두 일인분을 더 추가하고 육수를 보충받아 스님과 끊임없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맛나게 먹었다. 빈 식탁에 앉아 직접 만두를 빚고 있는 여사장님에게 물어보았더니 자신의 어머니께서 원래 평양 분이시고 자신은 월남해서 서울에 정착한 뒤 식당을 운영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라면서 흘러간 이야기를 잠깐 해주었다. 배가 든든하게 저녁공양을 마친 후 예전에 스님과 함께 가보았던 커피집으로 향했더니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았다. 별수 없이 밤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어느 2층 커피집으로 들어갔는데 아메리카노 맛이 뛰어난 커피집이었다. 스님께서는 커피를 리필까지 받아가면서 이바구저바구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거의 밤11시가 다가오고 있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성신여대역으로 돌아가 개찰구 앞에 선 채로 스님과 한동안 이야기를 한 후에야 인사를 드리고 개찰구 안으로 들어섰다.






 

이번 정초 기도에는 어때 절에 오실 수 있겠소?”

, 그야 저도 정초 기도에 가고 싶지만 꼭 가겠다고 확답을 하기는 조금 힘 들겠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그 안에 마무리가 된다면 시간을 맞출 수 있겠지만 일이라는 게 해봐야 아는 것이라서요. 지지난해 정초 기도는 스님 모시고 즐겁게 잘했고, 지난해에는 가겠노라고 했다가 결국 내려가지 못했고, 올해는 가보려나 했는데 일정이 애매하게 걸린 바람에 이렇게 망설이고 있는 중입니다.”

하아~ 그러니까 오신다는 말씀이요 못 오신다는 말씀이요?”

그러니까 가고는 싶지만 상황에 따라 못 갈지도 모른다는 말씀입니다.”

상황 타령 그만하시고 일 년을 시작하는 기도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에 있다고 그러시오. 망설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아무튼 오시는 걸로 알고 준비하고 있을 터이니 내려오시도록 하고 정히 일이 바쁘시면 꼭 일주일 시간을 다 채우지 않아도 되니 일단 내려오시구랴.”

.”






 

 택배를 받고 조금 있다가 서울보살님이 집에 들어와 함께 택배 박스를 열어보았더니 그 안에는 청국장 여러 덩이와 김장김치와 갓김치가 커다란 비닐봉지 안에 포장되어 담겨있었다. 비닐 포장 주둥이를 풀고 보관통으로 옮겨 담으면서 하도 침이 입안에 괴어 다소 늦은 시간이었지만 갓김치와 김장김치에 밥을 한 그릇 뚝딱 해치워버렸다. 물로 수요일인 다음날 아침식사도 목탁스님께서 보내주신 김장김치와 갓김치에 밥을 맛나게 먹었다. 그리고 점심께가 되어 이제 슬슬 목탁스님께 택배로 보내주신 물품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문자로 보내드려야지 생각하고 있는 참이었다. 그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핸드폰을 열어보았더니 모르는 전화번호가 떠있었다. 나는 거의 습관대로 핸드폰을 열고는 여보세요~” 하고 말했다.






 

여보세요~”

, 여보세요~ 저 혹시 목탁스님이라고 아십니까?”

목탁스님요. , 압니다만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 . 여기는 화순 남면 파출소 이 경위인데요, 목탁스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네에, 목탁스님께서 돌아가셨습니다.”

“......”

지금 제가 신고를 받고 목탁암에 와 있는데요. 보살님 두 분이 오늘 점심 무렵에 목탁암에 왔다가 스님이 돌아가신 것을 발견하고는 신고를 해왔기에 119구조대와 함께 목탁암에 출동을 해서 스님 핸드폰을 확보하고 거기에 들어있는 전화번호로 연락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목탁암에서 전화를 하고 계신다고요?”

, 그렇습니다. 그리고 목탁스님 누님께서 서울에 살고 계신다는데 혹시 주소나 전화번호를 알고계신지요?”

어어... 누님이 서울에서 사는 것은 알고 있지만 주소나 전화번호는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전화를 해주신 분이 누구라고 했습니까?”

, 화순 남면 파출소 이익광(가명) 경위입니다. 지금 전화를 받고 계신 분 성함은 어떻게 되십니까?”

제 이름은 ooo입니다.”

그럼 가장 최근에 목탁스님은 언제 만나셨습니까?”

지난 126일에 목탁스님께서 강원도 가는 길에 서울에 잠시 들렸는데 그때 만나보았습니다. 그럼 경위님 옆에 목탁스님이 누워계십니까?”

, 목탁스님이 계시고요 그리고 처음 목탁스님을 발견했던 두 분 보살님이 옆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보살님을 좀 바꿔주시겠습니까?”

, 물어보았더니 목탁암에 다닌 지 한 달여밖에 안 되어 ooo님을 잘 모르신다고 하네요.”

그러면 신도회 회장님이나 다른 분들께도 연락을 하셨습니까?”

목탁스님 핸드폰에 ooo 님의 전화번호가 맨 앞에 저장되어있어서 이제 전화를 시작하고 있는 중입니다.”

네에, 아무튼 신도회 회장님께 연락을 해주시고요 핸드폰에 두 자 이름으로 저장되어있는 분들은 모두 스님들이니 스님들께 바로 연락을 좀 부탁드립니다.”

, 알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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