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일 요 법 회

고북의 아침, 낮, 밤 : 그때가 아침이라면 1.

작성자밸라거사|작성시간20.07.27|조회수69 목록 댓글 0


 2020.06.29.. 맑음


 

 

 고북의 아침, , .




 그때가 아침이라면 1.


 

 

 한 달이면 일주일이 네 번, 일요일이 네 번, 내가 자유로이 꿈꾸는 세상을 날아볼 수 있는 시간도 통틀어 네 번 남짓이었다. 넷째 주 일요일은 게으름을 피워볼 요량도 났지만 고북의 아침을 향해 달려가 일요법회에 참가해보기로 했다. 한별은 천천히 눈을 뜨면서 잠자리에서 기지개를 켜보았다. 그러고 나서는 이부자리를 개고, 몸을 씻고, 간단한 몇 가지 물건을 배낭에 챙겨 넣고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일요일 아침은 도로가 한산했다.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해미IC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갔다. 머지않아 고북면 이정표가 보였고, 고북 읍내를 거쳐 연암산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고북 알타리의 주생산지인, 붉은 황토밭이 장관인 대단위 밭 사이를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달려가다가 초록리를 지나고 장요리에 들어섰다. 장요리를 지나면 여기서부터는 마을과 산기슭을 나누는 비밀스러운 경계 같은 것이 은밀하게 사방을 두르고 있어서 눈에 비치는 풍광風光이 무언가 서로 달라보였다. 그 경계 언저리에 공중화장실을 낀 커다란 주차장이 하나 있었다. 뒤편으로는 연암산과 삼준산으로부터 흘러내려온 우쭐한 산기슭이 찰랑거리고, 앞쪽으로는 푸른 논밭을 향해 비스듬히 길쭉하게 밀려나온 산기슭이 멀리 둘러있는 낮은 산들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너른 주차장 한 모퉁이에 차를 댄 후 밖으로 나와서 팔과 다리를 죽죽 펴가며 가벼운 체조를 했다. 한별은 체조를 하면서 이곳에서부터는 산중턱에 있는 절까지는 걸어보아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몇 달 전엔가 친구와 함께 산행을 하다가 우연히 들려보았던 천중암天衆庵의 경관과 법회 분위기가 매우 인상적인 느낌으로 남아 있어서 언젠가 혼자서 다시 와봐야지 하는 생각을 줄곧 품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번 산행은 볼에 닿는 바람의 찬 기운이 가시지 않는 이른 이월이었는데, 이제는 벌써 사월 초파일도 훨씬 지난 유월 하순경이었다.




 

 산중턱에 숨어있는 절인 천중암天衆庵은 도량 안에 선원禪院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 특이한 구조의 절집이었다. 그렇게 자그마한 암자에 선원이 있다는 것도 특별한 경우였지만 선원이 도량 안에 있어서 선원스님들과 암자 대중들이 한 공간 안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도 매우 드문 일이었다. 천중암의 천중天衆이란 원래 욕계, 색계, 무색계에 살고 있는 하늘의 모든 유정有情, 즉 천인天人들을 가리키고 있는데 선원 명칭도 천중선원天衆禪院이었다. 가벼운 체조로 몸을 부드럽게 풀어준 한별은 차에서 배낭을 꺼내어 어깨에 메고는 얼마만큼까지는 도로포장이 되어있는 길을 따라 타박타박 걷기 시작했다. 주렁주렁 고추밭과 튼실한 마늘을 수확해놓은 밭들을 지나고 율무가 잘 자라고 있는 넓은 황토 밭뙈기를 지나 인가가 전혀 보이지 않는 곳에 이르자 자그마한 삼거리 길이 나왔다. 삼거리 길 왼편으로는 천중암天衆庵이라는, 앞으로는 공화사空華寺라는 안내판이 각각 붙어있었다. 공화사로 향하는 길은 다소 경사진 직선 길로 저만큼 수풀 모롱이에 시야가 가려지기 전까지는 도로포장이 매끈하게 되어있는 길이었고, 천중암으로 들어서는 왼편 길은 발바닥에 흙이 자박자박 밟히는 땅이 길가의 수풀에 휩싸여있는 산길이었다. 우림부림 무성하게 자란 길 양켠의 풀들은 한별이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어깨를 투욱.. 투둑.. 건드렸지만 길바닥은 평소 사람들이 다녔던 흔적으로 인해 잘 다져져있었다. 잠시 그렇게 편안한 걸음으로 산길을 올라가자 길 오른편으로 작은 허청이 하나 있고, 그 안쪽으로 낡은 가옥이 한 채 얼핏 보였다. 지난번 절에 왔을 때 그 집에서 사신다는 노보살님과 함께 공양간에서 점심공양을 든 적이 있어서 혹시 물이라도 한 잔 얻어 마실까하고는 그쪽으로 발길을 향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