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08.火. 맑음
‘절밥은 맛있다’ 와 ‘교회 밥은 맛있다’ 의 의미意味.
지난 일 년 동안 서산을 기점으로 해서 당진, 예산, 홍성, 태안지역을 주로 사찰순례를 다녔던 것이 이 년 차에 접어든 이제부터는 무대를 한 단계 넓혀 보령, 청양, 공주, 아산, 부여지역에 걸친 사찰순례를 하게 되었다. 물론 일행 모두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있고 빼어난 도량에 훌륭한 스님이 계시는 사찰이라면 순례가 몇 차례라도 상관이 없겠으나 역시 처음으로 가보는 절집에 대한 기대감期待感이나 관심도關心度가 높은 것은 사실이었다. 보령 사찰 순례를 마친 뒤 백운사 주지스님께서 추천을 해준(딱 한 번 가본 적이 있다고 하셨는데...) 시내의 음식점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함께 모여 밥을 먹는다는 일은 사람들이 빨리, 그리고 깊숙이 친밀감을 갖게 하는 뛰어난 방법方法이고 묘약妙藥이다. 중동지방의 속담인 ‘함께 식사를 하면 모두 형제가 된다’ 는 말의 의미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함께 식사를 하고, 함께 차를 마시고, 함께 법法을 이야기하고, 함께 기도祈禱를 하고, 함께 비를 맞으면서 걷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소복한 눈을 쓸어가면서 차를 타고 엉금엉금 비탈진 산길을 내려와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형제 이상의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는 말이다. 그래서 절집에서는 그런 사람들의 절실切實한 관계를 전통적으로 도반道伴이라고 불러왔다. ‘도반道伴’ 이란 ‘진리眞理의 길을 함께 가는 친구親舊’ 라는 뜻이다.
우리들은 일요일이면 절에 가서 법당에 앉아 일요법회를 보거나 사시마지를 모신 뒤에 대중방에 모여 점심공양을 하게 된다. 그리고 사월초파일이나 성도재일, 우란분절, 동지冬至 등 봉축행사를 하는 불교 명절에는 하루 세 끼 식사를 절에서 다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때마다 공양을 하면서 우리들끼리 항상 하는 이야기가 ‘절밥은 맛있다’ 라는 말이다. 왜 그럴까? 절밥이 맛있는 이유가 따로 있을까, 아니면 절밥은 맛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저절로 그렇게 생각이 드는 것일까? 이에 관해서 나는 매우 흥미로운 경험을 가지고 있다. 대략 12년 전쯤에 교회에 다닐 일이 있어서 2년 동안을 빠짐없이 일요일이면 동네 큰 교회의 아침예배에 참석을 했다. 아침예배는 오전10시에 시작을 해서 12시가 조금 지나 끝나고 나면 그날 설교를 해주시는 목사님과 목사님 부인께서 조금 먼저 나와 교회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예배당을 나서는 교우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그때마다 의미 있는 사담私談을 몇 마디씩 건네주었다.
“와, 오랜만에 봅니다. 점심식사를 같이 하시면서 나하고 이야기나 좀 나누고 가시지요.” “엉, 어째 얼굴이 안돼 보이는데 어디 아프셨나요? 그럴수록 점심을 잘 드셔야하는데.” “어유, 아이가 많이 컸어요. 엄마를 꼭 닮아 앞으로 자라면 미인이 되겠어요.” “아이쿠, 몸이 불편하신데 예배에 참석을 해주셨네요. 오늘 점심에 떡이 나오니 점심 드시고 떡을 꼭 챙겨가세요.” “예배에 안 빠지고 잘 나오니 참 예쁘구나. 교회에서 점심 먹고 교회친구들과 놀다가거라.” “야아, 더 젊어지셨어요. 회춘하시나 봅니다. 점심 드시면서 비결을 좀 알려주세요.”
목사님이 교우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면서 부담 없도록 가벼운 사담私談으로 하는 말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예배를 마친 후에도 교회에서 점심을 먹고, 교회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라는 이야기와 교회에서의 활동이나 교회에서 먹는 음식은 항상 은총의 대상이어서 훨씬 좋다는 내용들이 말씀의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학습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학습은 역시 반복학습反復學習이다. 이렇게 다정하고 친밀한 목사님 말씀을 몇 달, 몇 년씩 반복해서 듣다보면 생각의 구조가 모두 ‘교회를 중심으로’ 형성이 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교회를 위해서’ 로 전환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교회에서 먹는 음식은 맛이 있고, 교회에서 하는 활동은 보람되고, 교회에서의 인간관계는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나도 거의 2년 동안 아침예배가 끝난 후 교회에서 점심식사를 해보았는데 실제로도 맛이 있었지만 인간관계가 형성되어갈수록 식사 분위기까지 즐거워지더라는 사실이었다. 어느 날 우리 장년층 담당 목사님의 생일을 맞아 목사관으로 장년부 교우들이 생일축하 겸 놀러 갔는데, 목사님 부인께서 우리를 위해 떡과 과일을 내오셨다. 찬송가도 부르고 기도도 함께 했다. 그리고 내 옆에 앉아 있던 예쁜 여교우님께서 노란 귤을 한 개 까먹으며 이렇게 말하는 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뭘 먹어도 교회에서 먹는 것은 항상 맛있더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그렇구나. 그렇구나!”
(- ‘절밥은 맛있다’ 와 ‘교회 밥은 맛있다’ 의 의미意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