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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뒤에 있다

작성자천장암|작성시간16.08.13|조회수95 목록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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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뒤에 있다
승인 2016.08.12  (금)  23:48:10
정덕_시골절 주지

“부처님들은 어떤 분들일까? 궁금하지. 모든 부처님들은 진리(眞理)를 깨달은 분들이야. 그 진리가 뭐냐구. 그건 모든 것은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거구. 모든 것은 내 하기 나름이라는 거야”

화엄경의 유명한 게송 若人欲了知(약인욕요지)  三世一切佛(삼세일체불) 應觀法界性(응관법계성)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를 어린아이에게 설명하였다. 모든 것은 내 마음먹기에 달렸고 모든 것은 내 하기 나름이라는 말씀은 우리에게 엄청난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준다. 외부환경이나 조건에 의해 행불행(幸不幸)이 결정되기 보다는 내가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가짐에 의해 가치가 메겨지고 행불행(幸不幸)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일체유심조의 가르침은 어리석음을 제거해 나가면 자유의 세계에 이르고 어리석음을 키워나가면 생사윤회의 고통을 계속 받아야 하는데 너는 어느 길을 갈 것이냐고 묻는다. 그 어리석음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탐진치의 치를 어리석음이라고 하지만 그 어리석음도 더 쪼개서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바른견해가 없는 것이다. 바른견해를 가지면 괴로움이 점점 소멸하고 잘못된 견해를 가지고 살면 점점 고통이 심해지게 된다. 그 어느 길을 가든 선택은 너에 달려있다. 어느 길도 선택하지 않는 것조차 너에게 달려있다. 그것은 부처님의 유훈인 자등명 법등명과 같은 표현으로 인간은 누구나 주인공으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며 자신만이 자신을 구원할 수 있다는 엄중한 가르침이다. 절대자를 믿거나 상정하지 않는 불교에서는 진리를 보는 자도 나이고 탐진치의 속박에서 자유를 찾아가는 자도 나이다.길은 가는 자의 것이고, 말은 하는 자의 것이고, 마음은 쓰는 자의 것이다.

이와같이 모든 것은 내 마음먹기에 달렸고 모든 것은 내 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진실로 모르기에 불평불만을 토하고 남 탓을 한다. 어떤 보살님의 문제의식은 가족이 화목하려면 남편이 잘해야 하고 절이 잘되려면 주지스님이 잘해야 하고 나라가 잘되려면 대통령이 잘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님들도 불교가 발전하려면 어른스님과 선배스님들이 잘 이끌어 주어야 하고, 종단이 역할을 잘해야 하고, 확철대오한 도인이 나와서 수행자들을 이끌어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가 그럴듯한 이야기 이지만 이런 말 속에 말하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말하고 있는 자신은 늘 환경을 탓하고 조건을 탓하며 방관자로 비판자로 구경꾼으로 남아있길 원한다. 이들은 불교역사에 나타난 흥망성쇠의 원인을 진단하고 역사에서 배울점을 제시하고 종단의 행정의 잘못된 곳을 지적하고 종단 책임자들을 비판하고 현대사회에서 포교전략을 말하지만 그 어디에도 자신의 할 일은 없고 그러기에 책임도 없다. 밥도 자신이 먹고 똥도 자신이 싸고 잠도 자신이 자면서 왜 다른 일은 자신의 일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할까? 2학년 4반의 학생이 2학년 4반을 욕하면서 왜 자신은 2학년 4반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까?

  
 

일체유심조는 모든 상황에서 내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며, 내가 주인이며,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모든 변화가 시작된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그 인식의 전환은 모든 것이 “내 탓이다” “내가 역사다” “내가 길이다”라는 자존감과 어떤 일이든 남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겠다는 책임감을 갖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 마리 나비의 날개짓이 태풍을 몰아오듯이 그들은 자신의 말 한마디가, 발걸음 한 자국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사찰을 변화시키고 종단을 변화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을 믿는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내 탓이기도 하지만 모든 것이 “내 덕이다”라는 당당함도 함께한다. 어딜가나 주인이고 어디서나 주체고 스스로가 세계의 중심이다. 부처님은 우리에게 그렇게 살라고 가르쳐 주셨는데 우리는 이 가르침을 얼마나 제대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내가 가는 발걸음이 길이 되는 것이기에, 길은 언제나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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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황선화 | 작성시간 16.08.15 스님 요즘 불볕더위에 잘 계시는지 ? 언제 시간내서 스님이 따라주시는 차 한잔 먹고 싶네요 ! 오래간만에 천장사 홈페이지 클릭하니 정덕스님의 글이 올라와 있네요 삶을 영위하고 사회생활에 참 좋은 내용인거 같습니다. 모든것은 내 마음먹기에 달려있고 또한 모든것은 내 하기 나름이라는 말씀 ! 단순하면서도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 같네요, 가정 , 사회에서 능력을 받을려면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고 열심히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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