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칼럼모음

언제나 젊잖은 스님들에게

작성자천장암|작성시간16.10.21|조회수186 목록 댓글 5

 

언제나 젊잖은 스님들에게

 

요즘 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백인대중공사에서 61%의 지지를 받은 총무원장직선제를 종회가 받아서 입법하라는 발언을 하고 글을 썼습니다. 이런 나를 보고몇몇 분들은 직선제가 되면 현재 종회의원이 가진 선거권을 내놓게 되는데 어느 누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직선제를 지지하겠느냐고 묻습니다. 이어서 그들은 저를 보고 아직 종단정치를 모르고 있다. 공연히 나서서 피해입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종단 호법부에서도 사람을 보내어 글을 쓰지 말라고 하고, 본사에서도 처음에는 말로서 충고하다가 제가 계속 말을 듣지 않자 재산관리인으로 은사스님을 내세우더니 갑자기 다른 스님을 임명하여 저를 떠나게 했습니다. 결국 저는 절을 나와서 갈 곳이 없는 처지가 되었는데, 지금의 나를 보고 그들은 거봐, 내가 조용히 살랬잖아. 스님 혼자 나선다고 될 일이 아니야걱정어린 충고를 합니다. 조용히 살았다면 주지를 다시 할 수 있고, 더 좋은 사찰의 주지도 할 수 있고, 결국에는 토굴이라고 불리는 개인 보금자리를 마련 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어른스님들이 저를 보호해 주지 않아서 제가 천장사를 떠나게 되었다는 글을 보고 어떤 스님은 부처님의 유훈대로 자등명법등명해야 하는 수행자가 애초에 어른스님들에게 의지하려 한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말합니다. 처음부터 누구를 의지하는 잘못된 견해를 가지고 있었기에 지금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그리고는 자신은 일찍이 작은 개인토굴을 장만해 놓은 것이 다행이라고 말합니다.

 

정말 어른 스님들에게 공심을 바라는 것이 잘못된 것일까요? 외부의 압력이 들어오면 어른스님들은 후학들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것이 마땅한 것이 아닌가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공동체를 위해 고언을 하는 것이 해서는 안될 일인가요? 저는 미래에 가지게 될 개인토굴을 위해 조용히 살아야 하는 것인가요?

 

미안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불교는 그런게 아니고, 제가 원하는 중노릇은 그런게 아닙니다. 승가의 구성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공유하는 도반으로서 보시된 물건을 균등하게 나누고 선배스님들과 후배스님들은 서로 탁마하고 의지하며 살아야 합니다. 승가는 지금여기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세상의 의지처가 되어야 하고, 미래의 출가자들과 재가자들에게 귀의처가 되어야합니다. 승가는 또 각각의 수행자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하고, 불교가 사회에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더불어 사는 승가공동체를 회복하는 것과 자등명법등명하는 것은 모순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개인토굴을 마련하여 혼자 편안하게 살면서 승가공동체의 문제에 침묵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요? 자등명법등명을 핑계로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고 사는 수행자가 더 문제 있는 것이 아닐까요? 현재 어른스님들이라고 불리는 스님들, 선배스님들이나 도반스님들은 거의가 토굴이라 불리는 개인 처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안주하며 상황판단을 바르게 하지 못하고, 말해야 할 때에도 침묵하고 있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제가 볼 때는.

 

우리가 공동체의 삶을 포기하고 개인화 되는 쪽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앞으로 만나게 될 선량한 도반들을 잃는 것이며, 혼자서 살아가는 각자는 더 괴로운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스님들이 공공의 재산을 사유화하고 개인화하여 각자도생 하는 승가가 되면 앞으로 대형사찰은 텅텅 비게 될 것이고 불교의 사회적 역할과 존재이유는 사라져 버릴 것입니다. 종단의 일은 신경쓰지 말고 혼자서 수행이나 하라는 스님들과 자등명법등명을 말하며 언제나 젊잖게 살아가는 스님들께 묻습니다. 직선제를 주장하고 승단의 변화를 외치면 저처럼 쫏겨난다는 것을 명심하여 앞으로는 저는 조용히 살아야 하는 걸까요? 부처님은 어떤 분이고 불교는 무엇이며 그래서 부처님 제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내가 이상한 것인지, 선배님들이 이상한 것인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이 시대에 우리는 왜 머리 깍고 가사를 걸치고 살고 있는 것인지, 서로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스님들과 진정으로 대화를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 북마크
  • 공유하기
  • 신고하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묘광명 | 작성시간 16.10.21 저는 30년동안 절에 다니면서 큰스님들을 뵈어 왔지만,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현재에 적합하고 미래에 유익하며 전체의 이익을 위해 어떤 위협에도 끄떡하지 않고 정법승가를 세우기 위해 고행하시는 허정스님이 참으로 우리들의 큰스님이라 여기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처님의 참제자가 우리시대, 우리곁에 계심을 감동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작성자아란도 | 작성시간 16.10.22 니체의 생각이 떠오르는 날들입니다. 다시 읽어보아야 겠습니다.
    거봐...조용히 살랬자나... 스님들이 할 소리는 아닌듯 싶습니다....
  • 작성자길걸음 | 작성시간 16.10.23 스님께 응원의 인사 올립니다..._()_
  • 작성자문수행 | 작성시간 16.10.24 대부분의 스님들이 제목소리를 내기 힘든 이유 중 하나가 노후에 대한 불안감일지 모릅니다.
    모든 출가자가 초발심을 지니고 사는 건 아니니까요....
    스님 발심출가하신 첫마음으로 당당하게 옳은 일을 위해 나아가시길 응원하며
    모든 스님들이 스님과 같은 마음으로 옳은 선택을 하실 수있는 여건을 만드시는 일에도 힘써 주시길 부탁드립니다_()_
  • 작성자자용(慈容) | 작성시간 16.11.23 스님을 응원 합니다.
    돌아 오시면 이곳에서 소식 전해 주시길 고대합니다 _()_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