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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바라밀

작성자천장암|작성시간15.03.11|조회수88 목록 댓글 1

정진바라밀(불광 원고)

천장사주지 허정

 

며칠전 갑오년 동안거 해제를 하여 선방스님들이 다 떠나고 나니 다시 도량은 고요하다. 겨울 3개월을 같이 지냈던 스님들의 얼굴이 한분 한분 떠 오르며 고마운 마음 가득하다. 3개월 전에는 전혀 얼굴도 몰랐던 분들이었고 심지어 이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스님들이었는데 말이다이번에 동안거 방부를 드리신 스님들이 특히 고마운 것은 가난한 절 살림을 미리 알고 오셔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화합하고 인내하시며 살다 가셨기 때문이다. 우리절의 경제적 상황과 수용시설의 빈약함 때문에 나는 전국 선원에 방부안내문을 보낼 때 천장사 염궁선원에 입방하는 스님들께 두 가지 방부조건을 달았었다. 첫째는 목욕탕 화장실등 사찰의 주거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생활하기에 불편하다는 것과 둘째는 가난한 사찰이므로 해제비를 적게 드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러한 조건을 알고서도 몇 분의 스님들이 방부를 들이셨는데 가난함을 자발적으로 선택하신 스님들이라 그런지 마음씨에서나 언행에서나 다른 여타스님들과 달랐다. 스님들은 개인의 편안함보다는 대중의 화합을 먼저 생각하였고 물건을 낭비하거나 개인물품을 신청하는 경우도 없었다. 물질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그리고 돈이라면 무엇이든지 안되는 것이 없는 시대에 가난함은 불편함을 넘어서 곧 고행(苦行)이며 하심(下心)일 것이다. 춥고 배 고파야 도 닦을 마음을 내게 된다는(飢寒發道心)말이 절집에 오래 살면 살수록 헛말이 아님을 알게 된다. 진실로 가난함은 정진의 기본조건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은 물론이고 예전에 출가하는 모든 분들은 처자식뿐만 아니라 모든 재산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출가하였다. 모든 것을 버리고도 성취하기 어려운 것이 이 공부 인데 재산을 축척하면서 공부를 하려는 것은 동쪽으로 가길 원하면서 서쪽으로 가는 일이 될 것이다. 보이는 물질도 못 버리는데 안 보이는 오염된 마음을 어떻게 버릴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고 스님이 가난하다고 해서 수행자를 외호하는 승단이 가난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불교가 들어오면서부터 지금까지 기증 받고 건립된 사찰, 피땀흘려 개간하여온 전답, 임야등 사방승가의 청정재산은 불법이 지속되는 한 수행자들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거주처가 되고 불자들에게도 기도하고 수행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야 한다. 역대 선지식들과 선배스님들이 가꾸어온 승단의 재산을 잘 사용하고 활용하면 전통적으로 계승되어 내려온 승단은 부유하지만 스님은 가난한 무소유공동체의 실현이 가능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승가의 현실은 무소유공동체가 파괴되고 변질되어 있는 상황이다. 수행자 개개인에게 사유재산이 인정되어 대중생활보다는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사찰재정은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 집행되고 있어 승가안에서 부익부빈익빈의 모순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한 불평등 구조와 개인주의로 인하여 승가 구성원들간에 소외하고 소외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기주의와 패배주의가 수행자들의 마음 깊숙히 전염되고 있다. 혹자는 이런 폐단이 권력지향의 사판스님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요 참선하는 이판 스님들에게는 해당 없는 이야기라고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입장은 어떤 사람의 다리는 썩어가지만 팔은 멀쩡하므로 그는 건강하다고 하는 소리와 다름없다. 만명이 조금 넘는 한국의 스님들은 이미 문중과 은사와 사형사제의 끈끈한 관계로 묶여있어 분리될 수 없는 한 몸을 이루고 있기에 결코 부분의 문제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수행자들과 불자들에게 정진은 무엇일까? 불자들에게 정진이라는 말을 들으면 먼저 선원에서 참선을 하는 스님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만큼 한국불교에서는 선방에서 화두를 들고 앉아 있는 선승이 정진을 대표하고 있다. 동안거 결제, 하안거 결제에 빠짐없이 참여하는 스님들을 보고 우리는 한국불교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말하곤 한다. 그렇게 정진을 꾸준히 하면 안목이 달라지고 말과 행동의 변화가 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문제가 어느정도 해결되어 그 여유와 힘으로 중생들이 어느 지점에 걸려 고통스러워 하고 있는지를 성찰하고 그들의 아픔을 자비롭게 감싸안는 보살행이 배어 나와야 할 것이다. 깊은 수행을 하지 않고 다만 바른 견해만 갖게 되어도 삶의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 불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 십년을 참선을 하고도 내면의 변화가 오지 않고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된 것일까? 현실의 결과가 이렇다면 우리는 다시 어떤 것이 바른정진인가를 되묻고 우리가 지금 바른정진을 하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할 것이다. 경전에 나타나는 정진의 의미는 좌복에 앉아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어떤 의도를 품고 있으며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를 말한다.

잘못된 사유를 버리고 올바른 사유를 하기 위해 노력하면, 그것이 바른 정진이다.라는 말씀은 정진의 내용을 간단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그런데 바른사유를 하려면 선제조건이 있어야 하는 데 부처님은 바른 사유를 하려면 바른견해, 바른정진, 바른 마음챙김이 필수다.”(m117)라고 설명한다. 바른견해와 바른 마음챙김이 있을 때 바른사유가 가능해지며 그 바른사유를 하는 것이 바른정진이라는 말씀이다.

이렇듯 바른정진의 문제는 바른견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어떤 사람이 길을 따라 걷고 있는 상황과 비교한다면 바른견해는 길을 안내하는 눈과 같고 바른정진은 길을 걸어가는 다리와 같다. 눈이 없다면 제대로 길을 따라 걷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바른견해가 없다면 바른 정진이 나올 수가 없게 된다. 이 바른 견해는 다시 어떤 이가 출가하여 첫 마음을 낸 발심의 내용이기도 하고 어떤 이가 원을 세워 보살행을 다짐하는 서원의 내용이기도 하다. 팔정도에서 바른견해가 맨 앞에 등장하는 것도 바른견해의 중요성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대승의 육바라밀에서는 지혜바라밀 대신에 보시바라밀이 맨 처음 등장한다. 사실 보시와 지계는 초기불교에서 팔정도를 설하기 이전에 재가자에게 설해지던 설해지던 예비법문이었다. 보시와 지계의 법문을 육바라밀의 처음과 두 번째 두었다는 것은 대승불교가 재가자를 위한 불교요 수행이 출가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육바라밀은 보시바라밀이 맨 앞에 등장시키면서도 진정한 보시바라밀은 지혜바라밀에 바탕을 두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하며 다시 초기불교처럼 바른견해가 바탕이 되어야 함을 잊지 않고 있다.

 

참선을 하는 스님들이 바른견해를 가지고 화두를 들고 위빠사나를 하고 있는 것이 바른정진이라면 포교일선에서 활동하는 주지스님들이나 일반불자들에게 바른 정진이란 무엇일까? 나는 공심(公心)으로 사찰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주지스님들의 바른정진이며 직장에서 혹은 가정에서 맡은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재가자들의 바른정진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공심(公心)은 나와 남이 같이 이로워야 한다는 공평한 마음이고 이것이 불교의 자리이타정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심(公心)에는 보다 좋은 세상, 평등한 세상, 고통이 없는 세상을 이루어야 한다는 가치관이 들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불교의 원력과 바른견해와 상통한다. 또한 공심에는 슬픔을 같이 슬퍼하고 기쁨을 같이 기뻐하는 자비심도 들어가 있다. 공심은 점점 더 커나가는 것이고 점점 깊어지는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의 사찰과 신도에서 시작하여 우리지역의 사찰 그리고 우리나라의 사찰과 불자로 확장되다가 궁극에는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나 공심(公心)을 가지고 일한다면 그것은 일속에서도 바른정진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 공심을 가지고 소임을 보는 것이 8정도의 실천이요 육바라밀의 실천이 되는 것이다. 공심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은 후회하거나 지치는 법이 없다. 모든 중생이 성불하기까지는 자신의 성불을 늦추겠다는 보살의 서원 때문에 정말 그 보살은 가장 늦게 성불하게 되는 것인가? 오히려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그 마음, 모두를 생각하는 그 마음, 빨리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아도 불만이 없는 그 마음을 가졌다면 그는 이미 도달한 것이 아닐까. 그러한 대서원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누구보다도 빨리 목적지에 도달해 있는 사람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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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백팔십 | 작성시간 15.03.18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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