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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가능한 100인 대중공사-수정

작성자천장암|작성시간15.03.26|조회수70 목록 댓글 0

예측 가능한 100인 대중공사가 되어가는거 같아

(3100인 대중공사를 다녀와서)

 

나에게는 매번 해제만 하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도반이 있다. 그 도반과 어떤 이야기도 나누지 못할 주제는 없다. 이번 제 3사찰재정 투명화라는 주제의 대중공사를 다녀와서 드는 생각은 20158월 봉암사에서 해제하고 돌아온 도반스님과 나는 이런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 같다는 것이다. 8월이면 대중공사 총 9회중 제7회가 끝난 막바지에 다다른 시점이다.

 

[도반] 스님은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 ... 선방스님들과 정진하고 주지소임도 보면서 지냈지. 스님도 정진하는데 별 어려움 없었나?

[도반]나야, 이게 가장 적성에 맞는 일이니 주는 밥 먹고 잘 지내다 왔지. 그런데 얼핏 신문에 보니 백인 대중공사라는 걸 했나 본데 그건 어떻게 됐어? 스님도 참석한거 같드만.

[]아 그거, 종단의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이 약 이백명 가량 모여서 종단의 백년대계를 논의해보는 자리였는데 논의 해보는 것으로 그쳤지.

[도반]뭐 변화된 건 없고 이야기만 한 건가?

[]글쎄 처음부터책임 있는 자리앉은 사람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사람을 모셨어야 했는데 그것이 좀 안된 건 같고. 책임감이 없다보니 열정이 없고 열정이 없다보니 대중공사에 빠지는 사람이 많았어. 승가공동체의 문제점을 논하는 자리라면 참석한 개개인의 통렬한 자아반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도 안보였고 결국 내 문제를 남의 문제처럼 말하다가 그치고 말았지. 예를들면 청소년 포교를 위해서 논의해보자라고 해놓고는미래세대위위원회를 만들어 거기에 맡기자라는 식이야. ‘미래세대위위원회는 포교원에서 맡아서 하게 되었는데 포교원에는 이미 그런걸 연구하는 포교연구실이라는게 있거든. 중앙종회도 있고 교육원 포교원도 있는데 다시 백인대중공사라는 걸 만들어 이야기 할 때는 나름대로 이유와 절박성이 있는 것인데.... 대중공사는 원래 대중이 원하면 소를 잡는다고 대중공사에서 결정하면 곧 실천해야 하는 거거든. 결정도 안하고 실천도 안하고...

[도반]스님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그랬어. 스님이 참석해서 조금이라도 변화를 줄 수가 있잖아.

[] 그래. 나도 그런 맘으로 참석했지. 지금 생각하면 좀 더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실천과제를 이끌어 냈어야 하는 건데.....

그런데 내가 직접 총무원장스님 면전에서 번역된 초기경전 판권을 사서 인터넷에 올려놓으면 그것이야 말로 지금 이 시대에 할 수 있는 대작불사라고 2번이나 이야기를 했는데 메아리가 없더군. 아마 그때부터 나는 맥이 빠진거 같아. 이 사람들에게는 말해도 소용 없군하는...

[도반]왜 그걸 안하지. 그게 그렇게 돈이 많이 들거나 어려운 일이 아닐 텐데.

[] 인식부족이지. ‘붓다로 살자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이니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자라는 말은 가슴에 와 닿지가 안나봐. 자신의 불교관에 따라서 처방이 다르지. 종교평화선언도 그랬고, 붓다로 살자도 그렇고, 청규도 그렇고...

[도반]스님이 개인통장 없애자는 이야기도 했다며?

[] 그게 가능할까? 요즘 초발심을 내어 출가하는 사람들조차 개인통장을 가지고 출가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 인데.적어도 우리가 출가할 때는 모든 걸 버려 봤잖아. 지금 출가하는 사람들은 완전히 버려본 경험도 없는 거 같아. 개인통장이야기는 토론할 때 누군가 부처님 법에 어떻게 사설사암을 인정하느냐고 강경하게 말하길레 개인통장을 놔두고 사설사암만 문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한 거야. 나는 현실적으로 우리의 통장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기에 적어도 총무원장등의 중요공직에 출마하는 사람은 재산공개를 해야 한다고 말한 거지.

[도반] 대중공사에서 뭐 배운거는 없어?

[] , 많은 사람을 알게 된거. 그리고 선배스님들하고 나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는 거 정도. 사실 이런 논의는 현안문제를 가지고 본사와 말사주지 스님들이 치열하게 논의하는 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어. 문제는 우리가 토론을 하게끔 교육되지 않았다는 거고 각자의 권위를 내려놓기 힘들다는 거지. 이런 상황속에서라도 토론이 가능하려면 소임자들이 공심이 있어야 하지. 공심이 있어야 남의 이야기를 편하게 들을 수 있고, 자신의 견해에 덜 집착하게 되고, 결정된 것을 실천하려는 의지도 생기거든. 그리고 가난이 힘 이라는 거. 내가 내 생각을 떳떳하게 말하는 것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내가 가난하기 때문이라는 걸 느꼈어. 잃을 것이 없으면 용감해지잖아.

 

어제 제3차 대중공사가 끝났다. 허망한 말잔치가 되리라는 예측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이제까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논의를 해 왔는가? 201112월 교육원장 현응스님은 그해 11회의 대중토론 끝에한국불교 중흥의 길을 향하여라는 글에서 조계종이라는 종명을 바꿔서라도 종파불교를 벗어나 회통불교를 정립해야 하며 조계종의 종단운영 시스템의 일대혁신을 주장했고” 201410월 종단개혁 20주년 기념세미나에서는조계종단의 미래와 과제라는 기조발제에서 지금의 조계종단의 현실은 무소유공동체냐, 사유화각자도생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결단의 분기점에 서있는데 정신 차리지 않으면 5년 이내에도 종단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었다. 그렇치만 그걸로 끝이다. 이런 경고를 다급하게 받아들여 해결책을 내놓고 실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백년대계를 위해서 토론을 해보자고 시도한 것이 이번 대중공사였다. 종단 최초이자 최대의 백인대중공사라는 의미를 붙여가며 약간의 희망을 걸어 보기도 했지만 제3차 대중공사에서 나온 몇 가지 사항들을 당장 실천하겠다는 결의조차 못하였다. 이런 대중공사를 보니 예측이 현실이 될까봐 점점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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