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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단문제 시원하게 풀어지는 게 하나도 없다-정성운

작성자천장암|작성시간15.08.17|조회수78 목록 댓글 0
한 주를 열며 시원하게 풀어지는 게 하나도 없다

 

그냥 놔두면 대개 나쁜 쪽으로 흐르기 마련
승인 2015.08.16  (일)  23:56:42
정성운 편집주간

뭔가 시원하게 풀어지는 게 없다. 문제가 터지면 시간이 지나면서 좀 나은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하나도 없다. 의현스님 재심 파동은, 대중공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7.29 대중공사가 분기점이 되길 기대했다. ‘논의 결과’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중의 뜻을 존중한다는 점에서 대체로 4개 항의 논의 결과가 실행되길 바랐다. 그러나 재심호계위원들이 버티기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의현스님 재심 파동은 94년 이후 지나온 시간을 반성케 하면서 다시 개혁의 과제를 던져주었지만, 앞으로 나가기는커녕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마곡사 돈선거, 용주사 사태는 마무리되지 않은 채 그냥 현재진행형일 뿐이다. 용주사 사태에 대해 호법부는 6월 22일 열린 202회 임시종회 종책질의 답변을 통해 “금품을 수수한 10명 중 무승적자 1명을 제외한 9명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조사 중에 있으며 현재까지 6명이 등원조사를 받았다.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진행 중인 사건인 관계로 공개가 불가하다”고 밝혔다.

금권선거 의혹, 범계 의혹을 거론하며 종단 자정 방안을 묻는 명진스님의 질의에 대해서도 총무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는 호법부가 조사 중이며 위법 사실이 확인될 경우 종법에 근거해 처리하겠다”며 답했다. 마곡사 돈선거에 대해 공주지원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도 “금원 교부 행위는 조계종의 산중총회법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내부 징계를 받아야 마땅한 사실이다”고 판결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 종책질의에 대한 답변이 있었던 시일로부터 두 달 가깝다. 조사가 마무리되었는지, 징계에 회부했는지 알 수 없다.

동국대 학생들은 광복절 날 경주캠퍼스 코끼리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거리로 나섰다. “불법적 선거 개입으로 총장을 선임한 조계종 총무원장, 종단 개입을 헌신적으로 주도했으며 문화재 절도 이력도 있는 일면 이사장, 다른 연구자의 논문을 표절하고도 철회를 했으니 표절이 아니라 주장하는 총장 보광스님….” “20일에 해운정사를 가려 하는데 절에서는 종정스님이 안 계셔서 뵐 수가 없다고 하네요. 불자들이 얼굴을 들고 학교를 다니기 쪽팔릴 만큼 학교가 심각한 문제에 처해있습니다. 종정스님, 제발 저희 이야기 좀 들어주십시오”라고 했다.

고위소임자의 16명의 도박 의혹도 깔끔히 가신 것이 아니다. “이 사건 내용은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한 법원 판결문을 기억한다. 33대 총무원장선거를 앞두고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약속 드립니다’ 문건과 관련한 사안은 자승스님이 친필감정에 응하지 않은 가운데 재판에 계류 중이다.  

며칠 전 설조스님 등 7명의 스님이 ”작금 종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부정부패와 총무원장 자승스님에 의해 발생한 편파적이고 불편부당한 사태들은 그 정도를 벗어나 회복불능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은처승과 도박승 척결, 재정 투명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총무원장 퇴진운동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35대 총무원장 임기 중에 퇴진운동을 경고한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경고한 스님들이나 자승스님 모두에게 현실의 무게감을 느끼게 했을 것임에 틀림없다.  

자승스님이 현실을 매우 중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천칠백 년 성상을 자랑하는 현재 한국불교의 모습은 어떠합니까?“라며 성찰을 촉구했던 것은 자승스님이 대중공사 1차 회의에서 했던 말이다. 그렇다면 변해도 크게 변해야 할 텐데 변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말은 참도 거짓도 아니며, 행위의 원동력이기도 하지만, 행위를 붙잡아매는 올가미 구실도 한다. 자승스님의 말은 말뿐이었음을 서의현 재심 파동에서도 여실히 드러내고야 말았다.

능소화와 백일홍과 맥문동 꽃색이 짙다. 여름 꽃이 한창인 것은 머지않아 가을이 온다는 소식이다. 풀벌레 소리가 크게 들린다. 광복 70주년의 연휴 마지막 날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 비가 내리더니 무더위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이렇게 계절은 한 마디를 긋는다. 사람 사는 일도 자연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맺어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한 발 앞으로 가려면 내딛어야 하듯, 작용이 있지 않고서는 어림도 없다. 사람의 일이란 그냥 놔두면 대개 나쁜 쪽으로 흐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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