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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모음

2016년 백인대중공사 방향 제안

작성자천장암|작성시간15.11.26|조회수160 목록 댓글 1

백인 대중공사 방향 제안

 

허정(서산 천장사 주지)

 

1. 들어가는 말

 

2015128일 수요일 오전 11시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사부대중이 함께 하는 대중공사가 출범하였습니다. “대중공사를 하는 동안에는 나이. 지위, 승속을 넘어 평등하게 말하고 듣겠습니다.”라는 동참자의 약속처럼 우리 종단에 평등한 소통의 장이 열린 것입니다. 부처님은 사람들이 자주 모여 바른 일을 서로 의논한다면 그 국가나 단체는 쇠망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1월부터 11월 까지 총9회의 대중공사에 참석한 참가자들은 누구나 이렇게 모여서 토론하는 것이 매우 긍정적이고 유익하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대중공사 참가자들에게 받은 설문지에는 응답자의 94%가 어떤 방식으로든 대중공사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대답했는데 이것은 대중들이 얼마나 소통을 염원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대중들은 대중공사가 개인의 인식변화, 토론문화 형성,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하는데 매우 효과가 있었다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이제 앞으로 진행될 대중공사를 어떤 구성원으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2. 소통부재의 근원, 소유의 문제

승가는 부자여도 스님은 가난해야 한다.”는 이 말은 대중공사의 목표이자 결론입니다. 무소유공동체인 승가가 2600년간 유지되어온 비결은 승가는 부자여도 스님은 가난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올해 대중공사에서 논의 해온 모든 주제를 함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승가는 부자여도 스님은 청빈한 공동체가 된다면 승려노후복지(9)가 실현 될 것이고, 사찰재정 투명화(3)가 이루어지며, 그로인해 종단불신(4)이 해소되고 불교의 사회화(10)와 지역불교가 활성화(11)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불멸후 100년경 첫 번째 승가분열이 교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금은(金銀)을 받는 소유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깊이 사유해 보아야할 대목입니다. 부처님시대에 출가자는 금은을 받지 못하게 되어 있었고 토지와 임야와 사찰은 사방승가에 보시된 것으로 현재와 미래의 출가자들이 사용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토지와 임야와 사찰같은 승가의 재산은 승려가 소유하거나 매매를 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터인가 승려의 사유재산이 묵인되어 승가는 각자도생하는 집단이 되어버렸습니다. 사유재산을 많이 소유할수록 대화와 토론이 불필요해지며 승려끼리 빈부의 차이가 커지면 승가의 화합은 무너지게 됩니다. 배움과 경험에 따라 사람의 의견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소유의 정도에 따라 사람의 견해는 달라집니다. 외제 고급승용차를 타고 재산이 100억 이상을 갖고 있는 사판스님과 오로지 대중처소에 의지해 살아가는 300만원 이하의 재산을 가진 스님이 만나면 무슨 공통점을 가지고 어떤 이야기를 하겠습니까? 사회인과 마찬가지로 승려들의 사유재산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로비자금과 선거자금이 되어 지속적으로 세력형성 하는 데에 사용됩니다. 그런 부익부빈익빈의 승가는 승려들끼리 경쟁하게 만들고, 소유의 정도에 따라서 끼리끼리 어울리고, 공심(公心)으로 살아가는 승려를 무능한 바보로 취급하게 됩니다. 이러한 어려운 시절에 승가공동체의 회복을 위한 백인 대중공사는 우리가 찾아낸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유재산을 묵인하는 승가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우리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은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모여서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눈다면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길은 더욱 뚜렸해져서 대중은 올바른 승가의 길을 열어 보일 것입니다.

 

 

3. 대중공사 진행 방향 제안

 

1). 참가자 선정 방법

대중공사가 성공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토론에 참가한 구성원의 자질과 열정입니다. 올해의 대중공사 구성원이 종단고위 지도층에 편중되었고 비제도권 인사의 비중이 낮았다는 지적은 숙고해야할 대목입니다.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방식의 대중공사가 되기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참석 가능한 열정의 소유자들을 선정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인터넷과 신문을 이용하여 처음부터 자발적인 참여자를 모집하거나 기존의 참가자들에게 2~3인씩 추천하게 하는 방법도 권할만합니다. 추천된 사람들에게 매회 대중공사에 참석하겠다는 서약을 받고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과감하게 탈퇴시켜야 합니다. 매회 참석률이 50%를 넘지 않으면 주최측에서 대중공사가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하고 대중공사를 중단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올해 1월의 첫 번째 대중공사에는 총167명중에서 120명이 참석했지만 마지막 몇 달은 195명중 약 70명정도가 참석할 정도로 참석률이 저조하였습니다.

 

2). 참가자에 대한 예우

종단에서는 백인대중공사 위원들이 자긍심을 갖도록 마땅히 교통비를 지급해야합니다. 스님들이 하루종일 시간을 내기도 어렵지만 재가자는 더욱 시간을 내기 어렵습니다. 이들에게 信心페이를 강요하는 것으로 대중공사가 성공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것을 위해서는 해마다 대중공사 예산이 적절하게 책정되어야 합니다. 백인대중공사에 참가한 횟수에 따라 종단연수교육 수료한 것과 동등한 자격을 주어야 하고 소임자인 경우에는 인사평가에도 반영되어야 합니다. 토론장에는 항시 따듯한 차()와 간식이 준비하고 딱딱한 의자를 교체하는등 쾌적한 토론장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포교사단, 대불청, 대불련, 신도회등을 활용하여 행사진행을 돕는 도우미와 대중공사를 참관하는 참관인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이들의 도우미와 참관인들이 대중공사에 대한 참관기를 쓴다면 홍보효과는 물론 토론은 한층 진지해지고 활발해질 것입니다.

 

3). 토론방식

전체대중이 보는 앞에서 토론을 벌여야 대중공사라는 이름에 부합합니다. 대중공사 참가자들에게 지위와 승속을 묻지 않고 평등하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기에 주제를 빗나간 발언들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런 발언도 대중의 힘에 의해서 걸러지게 만드는 것이 전체토론의 묘미입니다. 주제와 상황에 따라 모둠토론을 하게 된다면 3~4개정도의 큰 모둠을 만들어 참가자가 원하는 그룹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전문사회자를 초청하기보다는 참가자 중에서 사회와 진행을 번갈아 맡게하여 참가자의 토론 능력과 진행능력을 키워 주어야 합니다. 지금의 대중공사는 미래에 추진될 교구별 대중공사를 위한 인재육성의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대중공사의 목적이 소통이라면 한 달에 1번 만나서 토론하고 나머지 시간은 침묵으로 지낸다면 문제가 있습니다. 요즈음은 인터넷 사이트, 스마트폰 문자, 페이스북, 카톡등의 소통방법이 많으니 이러한 것들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속히 결정해야할 사항이라면 즉석에서 카톡으로 투표도 할 수 있고 결과도 즉석에서 볼 수 있습니다.

 

4).주제선정 방법

활발하고 집중적인 토론을 위해서는 선학원문제, 동국대 문제, 용주사문제등과 같은 현실적인 당면주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중공사의 결의 사항이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것은 당면문제를 주제로 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면문제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우리는 교리적이고 사상적인 문제까지 짚어낼 수 있습니다. 당면문제 관련자료를 미리 인터넷에 올려놓고 공유하고 대중공사가 끝난 뒤 참가자나 참관인들에게 소감을 작성하도록 유도하여 못다한 토론이 인터넷상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해야 합니다. 올해의 대중공사는 인터넷 활용면에서는 낙제점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참가자의 다양한 견해는 불교관과 경험의 차이에서 나오므로 사상적이며 교리적인 주제도 가끔 다뤄야 합니다. 최근에 교육원장스님이 던진 깨달음의 정의와 수행법에 대한 중요한 이슈등을 비롯해서 지금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전통의 불교가 혼재해 있으므로 갈등과 대립의 요소가 많기에 토론의 이유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5).후속조치

토론주제가 종단이 당면한 문제인지 아니면 시간이 걸리는 종단의 미래를 설계하는 문제인지에 따라서 후속조치가 달라질 것입니다. 당면문제라면 후속조치는 신속하게 실행되어야 하고 실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집행부에 큰 압박이 되어야 합니다. 교리적인 문제나 사상적인 문제라면 도출된 결론을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만족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로선 대중공사라는 기구의 성격상 대중공사의 결론에 대한 후속조치가 신속하게 처리되기 어렵고 반대로 후속조치가 매번 신속하게 잘 처리되어도 종회등에서 반발이 예상됩니다. 그러므로 대중공사라는 기구를 종법기구나 종령기구로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4. 나가는 말

 

입은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이 가진 최대의 무기입니다. 그리고 토론의 매력은 토론에 참가한 대중들을 상향평준화 시켜줍니다. 대중공사는 승가의 체질을 바꾸는 중요한 불사(佛事)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 종단에 소통의 통로가 없었습니다. 올해 참가자들이 대중공사가 계속 진행되기를 압도적으로 바라고 있는 것은 대중공사의 가능성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평등하게 듣고 말하고자 하면서도 대중공사를 보도하는 교계언론들은 종단고위직에 있는 참가자의 발언은 자세히 보도하지만 쓴 소리하는 사람이나 직위를 갖지 못한 참가자의 발언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구나 요즘 비판적인 언론을 해종언론이라하여 취재를 막아놓고 순종적인 언론들에게만 취재를 허락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것은 대중공사의 취지와 정신에 반하는 행위로서 대중공사 대중은 이 문제를 속히 해결해야 합니다. 종단에 대한 비판을 막아놓고 평등하게 이야기하자는 것은 기만입니다. 저는 불교포커스에 해종언론이라는 이름 붙이기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는 이유로 총무원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본사로부터 기고한 글을 내려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출가대장부가 자신의 견해를 말할 수 없는 승가라면 건강한 승가는 아닐 것입니다. 상대방을 섣불리 판단하고 규정하기 전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은 오늘날 승가에 필요한 덕목이며 이 시대에 대중공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서로가 얼굴을 맞대고 자유롭게 토론을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쪽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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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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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본원( 本 願) | 작성시간 15.11.29 존재의 실존은
    어찌되었든 물질의 토대에서
    시작합니다
    천장암에서 처음
    스님이 따라주신
    저와 아내에게 차한잔의 추억도
    다 물질의 토대에서 비롯됩니다
    승가는 부유해도 스님은 청빈해야 함은 물질의 소유가 청정하고 소유로부터 차별받는 스님이없을때
    세속과 승가의 만남이 의의가있지요
    이것은 차별과 무소유의 아름다운 소통입니다
    좋은 제안 원만히 회향하시길 바람니다_()_
    마하반야바라밀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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