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의정까지 역임한 사암 박순(思庵 朴淳)은 얼굴이 희고 아름답기 짝이 없었으며 천성이 또한 청렴결백하였다. 그는 몹시 여비(女婢)들을 사랑하여 밤이면 행랑방을 두루 순례하는 것이 일과였다. 그런데 그 중의 한 여비에 옥(玉)이라는 아이가 있었으나 얼굴이 몹시 추악하게 생겨 누구 하나 제대로 쳐다보는 자가 없건만 대감은 옥이를 끔찍히도 사랑했다. 한 친구가 이를 괴이하게 생각하고 사암에게 물었다. 「대감은 어이하여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그런 추녀를 가까이 하는 것이오?」 「허허, 그녀야 말로 가련한 여인이니 내가 아니면 누가 가까이 해 주겠는가.」 이에 친구는 말문이 막혔거니와 그 뒤 사암은 처가에서 주는 재산을 모두 물리쳤다. 이를 본 그 친구가 다시, 「그대는 재산에 대해서 그렇게도 초연하면서 어찌 처가에서 온 옥이만은 물리치지 않는 것인가?」 「허허, 자네는 아직 『예기(禮記)』를 읽지 못했던가. 예기에 이르기를 <군자는 옥을 몸에서 버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굶주린 호랑이 고기를 탐하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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