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사는 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죽지 못해 산다는 사람도 있는데. · · · · · · 중생의 허망한 분별 때문에 살고 죽고, 있고 없고 등등의 온갖 차별법이 있게 된 거요. 태어난다는 것은 마치 돌계집이 아기를 배는 것과 같고, 잠시 머문다는 것은 여름 날 아지랑이 물결과 같고, 변화 변천한다는 것은 뜬구름이 오고감과 같고, 죽는다는 것은 마치 허공 꽃이 모습을 감추는 것과 같다고 했던 옛 고인(古人)인 말씀을 잘 되새겨 시종일관 도무지 아무 일도 일어난 일이 없으니, 이것이 곧 살아간다는 말의 실상인 거요. 그저 바람이 불면 물결치고 바람이 자면 고요할 뿐, 굳이 비유하자면 그런 걸 일러 살아간다고 하는 거요. 이러한 제법실상(諸法實相)을 훌쩍 깨쳐서, 무언가 실제로 살고 죽고, 나고 사라지고 한다는 망상 따윈 훌훌 털어버리고 그저 인연 따라 닥쳐오는 일을 묵묵히 행하되 아무런 자취가 없으면 그것이 바로 참된 수행자의 행리(行履)인 것이니, 별다른 대단하고 오묘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니오.
[현정선원법정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