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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사랑과 효

[스크랩] 부모를 제사 지낸 글 - 서산대사

작성자향상일로|작성시간20.07.11|조회수391 목록 댓글 2

부모를 제사 지낸 글

 

서산대사 청허휴정(西山大師 晴虛休靜)

 

병자년(1576, 선조 9) 정월에 출가를 행한 소자, 겸 판선교사(判禪敎事) 사자(賜紫) 도대선사(都大禪師) ()는 묘향산 심원동(深原洞) 위 남대(南臺)의 초암(草庵)에 병들어 누워 향폐(香幣)를 갖추고서 사람을 보내 부모님 쌍묘(雙墓)아래에 삼가 고합니다.

 

삼가 생각건대 구천(九天)은 창창(蒼蒼)하고 구원(九原) 망망(茫茫)한데, 아버님은 어느 곳에 계시며, 어머님은 어느 쪽에 계십니까? 어떤 사람이 부모가 없겠습니까마는 우리 부모님의 은혜는 다른 사람과 아주 다르며, 어떤 사람이 생사가 없겠습니까마는 우리 부모님의 죽음은 실로 가슴이 아픕니다.

 

지난 일을 추억하건대 사람들은 자기 모친의 자()를 일컬으면서도 그 유간(幽間)의 자애는 알지 못하고, 사람들은 자기 부친의 엄()을 일컬으면서도 그 도덕(道德)의 엄은 알지 못하는데, 우리 어머님의 자()는 후사(後祠)를 무위(撫慰)하기에 넉넉하였고, 우리 아버님의 엄()은 선열(先烈)을 잇기에 넉넉하였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세 아들이 머리를 묶고 소자(小子)가 이를 가는 시절에 자모(慈母)께서 홀연히 난봉(鸞鳳)의 날개에 올라타시고, 엄부(嚴父)께서 잇따라 기미성(箕尾星)을 타고 앉으셨단 말입니까. 바람은 고목(古木)의 가지를 슬프게 울리고, 달빛은 텅 빈 문을 애도하였습니다.

 

소자가 뜰에서 절을 한들 누가 시()를 가르쳐 주겠으며, 문에서 절을 한들 누가 베를 자르겠습니까. 아버님을 그리워하다 애기 이미 끊어졌고, 어머님을 호곡(號哭)하다가 눈물이 피로 변하였습니다. 천하의 어떤 비통함과 인세(人世)의 어떤 참혹함도 이보다 더 심할 수가 있겠습니까. , 가슴이 아플 따름입니다.

 

소자가 당시에 외로운 그림자를 나부끼며 이름을 관학(館學)에 걸었다가, 과거 공부를 그만두고 산림에 들어가서 낙발(落髮)한 뒤에, 선교판사(禪敎判事)의 직책을 맡아 두 번이나 금궐(金闕)에 입조(入朝)하였습니다. 세월이 물처럼 흘러 백발이 성성한 가운데 두 분 형님도 뒤이어 세상을 떠났고, 한명의 누이도 잇따라 세상을 버렸습니다. 하늘에 부르짖자니 하늘도 높아서 호소할 길이 없고, 땅을 두드리자니 땅도 두터워서 하소연할 길이 없습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 은애(恩愛)를 끊는 것이 비록 불교의 법제(法制)라고는 하나, 돌아가신 분을 추모하는 것은 또한 유교의 강령(綱領)입니다. 화서(禾黍)를 탄식하며 옛 동산을 생각하면 구름 모양이 참담하고, 송추(松楸)를 바라보며 의관(衣冠)을 생각하면 바람 소리가 슬픕니다. , 가슴이 아플 따름입니다.

 

또 생각건대 소자가 처음 태어남에 무릎 아래와 손바닥 위에 두고서 애지중지하셨으니 아버님의 은혜는 하늘과 같고, 쓴 젓은 당신이 삼키시고 단 것은 소자를 먹이셨으니 어머니의 은혜는 대지와 같습니다. 또 생각건대 우리 어머님이 돌아가시던 아침에 어머님이 소자에게 아가야라고 세 번 부르시며 한 소리로 통곡하셨으니, , 가슴이 아플 따름입니다. 또 생각건대 우리 아버님이 돌아가시던 밤에 아버님이 소자를 안은 채 베개를 높이 하고 이불 속에서 조용히 가셨으니, , 가슴이 아플 따름입니다. ※ 대사님 9세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듬해 봄에 아버지 마저 돌아가셨다.

 

청등(靑燈)만 벽에 걸렸을 뿐 길쌈하시던 어머님은 다시 뵐 수가 없고, 고산(故山)에 달빛만 연기에 어렸을 뿐 시주(時酒)를 즐기시던 아버님은 다시 뵐 수가 없습니다. 이제 목소리와 용모가 아득해진 가운데 천추(千秋)토록 영원히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이승과 저승도 이치는 하나요, 부모와 자식은 기운이 하나인지라, 천 리() 밖에서 한번 통곡을 하고, 만 번 절하며 술잔을 올립니다. 백발의 한 형님이 저를 대신해서 제사를 올리오니, 아득한 제 세상에 영혼이 있다면 애달프게 여겨 조감(照鑑: 신불이 밝게 보살핌)해 주소서.

 

출처 : 청허당집(淸虛堂集)/이상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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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jeje 청산 가자 | 작성시간 20.07.12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작성자들마을(전법심) | 작성시간 20.07.13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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