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머니의 기적같은 삶과 아들
법정 스님
죽음이 싫으면 살 줄 알아야 해요. 죽음을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까. 사는 즐거움을 누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삶의 어떤 목적이 있어야 해요. 무엇 때문에 내가 사는지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살아갈 이유를 갖고 있는 사람은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살아남습니다.
오래 전 들은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지요. 한 어머니는 큰 수술을 여덟 번이나 받고 마치 몸이 굴 속 같데요. 자궁암을 비롯해서 위암, 장암 등 암이 전이되면서 그때마다 위험한 큰 수술을 되풀이하게 됩니다. 이런 수술을 받고도 그 어머니가 어떻게 살아있는지 의사들 자신도 아주 놀라워하면서 신기해해요.
삶은 기적 같은 일입니다. 그 어머니가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은 집에 정신박약아 아들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 누워서만 지내기 때문에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합니다. 나이가 스무 살인데도 서너 살짜리 유아 정도의 지능밖에 없어요. 말도 한 세 살 먹은 아이 정도 밖에 못합니다. 아이가 부실하게 태어난 후 얼마 안 되어서 남편과 이혼을 합니다. 의사들 말로는 아이는 3년을 넘기지 못 할 거라고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생명의 신비를 현대의학은 모릅니다.
그 어머니가 밖에서 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아들이 이불 속에서 어머니를 보고 웃음 가득 띠면서 좋아서 어쩔 줄 모른 데요. 종일 혼자 누워 있다가 ‘단 두 식구’ 엄마가 밖에서 돌아오니까 그렇게 좋아 반겨서 어쩔 줄 몰라 한데요. 이런 아들을 대할 때마다 어머니는 하루 일에 피로를 잊고 어떻게 해서든지 이 아이를 위해서 내가 살아야 한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큰 수술을 여덟 번이나 받았으니 오죽 하겠습니까. 날씨가 궂거나 무거운 것을 들면 수술자리가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답니다. 차라리 죽었으면 하고 자살도 몇 번이나 결심하게 됩니다. 그러다가도 이 아이를 혼자 남겨두고 내가 죽을 수는 없다. 내가 살지 않으면 저 아이 혼자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다. 이 한 생각으로 자신이 고통 받는 것은 생각할 여유조차 없습니다. 이것이 그 어머니가 여덟 번이나 수술을 받고 살아갈 수 있는 비결입니다.
집안에 정박아가 있어서 어머니만 기다리고 어머니만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아이를 돕고 이 아이를 보살피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이런 염원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지요. 의사들이 3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아이가 스무 번째 생일을 맞이하던 날 그 어머니는 아들이 좋아하는 팥을 넣은 찹쌀밥을 지어서 생일을 축하해줍니다.
이날 아들은 어머니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엄마, 고마워요" 이렇게 말하더래요. 아들은 생일을 축하해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겠지만 어머니로써는 여태껏 스무 살 성년이 되도록 키워주어서 정말 고맙다는 말로 들렸다는 것입니다. 정박아의 자식을 연민의 정으로 보살피는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이 어머니 자신 죽을 고비를 몇 번이고 무사히 넘기게 된 것입니다.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인생은 살아가는 가치가 있습니다. 불구자인, 정박아인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인생은 살아갈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어쩌면 그 어머니를 병고로부터 살려내기 위해서 보살이 그 집에 정박아로 태어난지도 알 수 없습니다. 세상일은 알 수 없습니다. 의미로 보면 충분히 그렇습니다. 살아갈 이유를 충분히 갖고 있는 사람은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살아남습니다. 병든 자식을 위해서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간절한 소망과 염원이 어머니 자신을 구하고 아들을 구한 것입니다.
합장하고 저를 따라 외우세요.
중생이 끝없지만 기어이 건지리라.
중생이 끝없지만 기어이 건지리라.
중생이 끝없지만 기어이 건지리라.
출처 : 길상사 6주년 기념법회 법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