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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명상음악

[스크랩] [명상음악]오늘의 명상음악 - 불교의식음악 '화청' & 박범훈의 소릿길

작성자🌈화양연화|작성시간22.07.17|조회수45 목록 댓글 2

 

1. 화청이란?
화청의 본 뜻은 제불보살을 고루 청하여 불국토왕생을 비는데 있었으나 현재에는 화청의 방법이 된 음악, 즉 음곡을 통칭하여 화청이라 부르고 있다. 다시 말하여 화청은 원래 의식의 격식을 말한 것이었으나, 그 방법을 음악적으로 하게 되어 음악적 의미로 전용된 것이다. 화청은 일명 걸청(乞請), 또는 지심걸청(志心乞請)이라고도 하며, 보통 불교의 추도의식에서 망인의 극락정토 왕생을 발원하는 의식으로 불린다. 그런데 화청의 역사를 살펴보면, 불교의 정토사상에 입각하여 불교 대중화 과정에서 폭넓게 불렸던 것으로 보인다.
화청의 생성시기에 관해서는 확실한 증거가 없어 알 수 없으나, 불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후 범패와는 다르게 창작된 불가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화청의 율은 범패가 전래되기 이전부터 존재했으리라 추측된다. 즉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부터 불렸던 민속적인 민요, 또는 그와 유사한 생활요의 일종으로 본다는 것이다.
홍윤식은 <<무형문화재조사보고서>>에서 화청이, 안락국에 왕생할 것을 원하여 극락에 나서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려는 원왕사상(願往思想)에 바탕을 두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화청의 유래를 원효의 ‘무애가’에서 찾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라 한다. 이와 같은 주장에 근거해 본다면, 화청의 ‘율’은 우리의 민속적인 가락에서 생성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화청은 일반 대중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가락으로 짜여진, 새롭게 탄생한 한국적 범패라 할 수 있다.
중국으로부터 전래된 범패는 불교의식 음악으로서 대표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으나, 그 음악은 예불의식에서나 불릴 뿐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한 불법포교에는 활용될 수 없었을 것이다. 특히 범패 가사가 한문과 산스크리트어로 되어 있어,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어려웠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는 가운데 불교가 생활화되면서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불가의 필요성이 증대되었을 것이고,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가사에 ‘율’을 붙여 화청이 탄생하게 되지 않았을까 한다.
화청은 불교 포교의 한 방편으로, 대중이 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가락에다 불교 교리를 쉽게 이해시키고 신봉하게 하는 사설을 얹어서 부르는 음악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화청은 추도의식에서만 불린 것이 아니라 불교의 생활음악적 기능을 담당했던 것으로도 보인다. 화청을 신라승인 원효, 혜숙, 혜공 등이 불교대중화를 위해 불렀던 세속적 가요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보고, 또한 결론적으로 그러한 노래를 향가 탄생의 근원으로 추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향가가 화청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리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를 테면 향가인 도솔가를 부름으로써 산화공덕을 지어 도솔에 왕생하려는 사상적 뒷받침에서 현행 화청의 권왕가와 의식의 본질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향가가 불교흥법을 목적으로 신라시대 생성된 포교가요로서 민중포교를 위한 대본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도 화청과 그 기능을 같이 함을 알 수 있다.
 
2. 화청의 종류와 가사의 예
 
① 화청이 불교의식에서 불릴 때는 상단축원화청과 중단축원화청으로 구분된다.
* 상단축원화청1
 
공덕공덕(功德功德) 상래소수불공덕(上來所修佛功德) / 원만원만(圓滿圓滿) 회향삼처(回向三處) 성실원만(聖悉圓滿) / 정유리광(淨琉璃光) 상덕홍연(上德紅連) 융궁현전(隆宮現前) 반지수의(攀枝受依) / 제천입극(諸天立極) 성덕대부(聖德大夫) / 복원(伏願) 성은이광대(聖恩而廣大) / 항위(恒爲) 만승지존(萬乘之尊) / 도안원명(道眼圓明) 영작천추치보감(永作千秋之寶鑑_ /... / 법륜상전전어무궁(法輪常轉於無窮) 국계항안어만세(國界恒安於萬歲) / ......
 
* 상단축원화청2
 
공덕공덕(功德功德) 상래소수불공덕(上來所修佛功德) / 원만원만(圓滿圓滿) 회향삼처(回向三處) 성실원만(聖悉圓滿) / 법륜정상전어무궁(法輪淨常轉於無窮) 국계항안어만세(國界恒安於萬歲) / 원아(願我) 금유차일(今有此日) / 사바세계(娑婆世界) 남섬부주(南贍部州) 동양대한민국(東洋大韓民國) 云云…
 
위의 <축원화청 1>과 <축원화청 2>는 모두 상단에서 불리는 축원 화청이고, 오늘날 전하는 것을 예로 든 것이다. 두 사설 모두 “공덕공덕 상래소수불공덕~”으로 시작해 “마하반야바라밀”로 마치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하지만 <축원화청 1>의 내용이 “법륜상전어무궁 국계항안어만세(法輪常轉於無窮 國界恒安於萬歲)” 앞부분에 많은 불교적 교리를 담은 내용이 삽입된 것과는 달리, <축원화청 2>는 바로 망자를 축원하는 내용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축원화청 1> 앞부분의 내용은 뜻이 분명치 않지만, 두 축원 화청의 뒷부분은 영가를 위한 축수 발원임을 알 수 있다. 즉 앞서 간 부모, 종친, 일가친족 등 모든 영가들이 염불공덕으로 윤회의 번뇌에서 벗어나, 상품(上品) 극락세계로 천도되고, 올바른 깨달음을 얻어 저 언덕너머 깨달음의 세상으로 가기를 축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상단에서 불리는 축원 화청의 노랫말은 순 한문가사로 되어 있고, 운율(韻律)이나 정형(定型)을 찾기 힘든 산문체로 되어 있다. 따라서 축원 화청은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4•4․조의 순 우리말 가사에 재주를 축복하는 기능과는 거리가 멀다.
 
* 중단 축원화청: 중단(中壇)에서 불리는 축원 화청의 노랫말은 지장보살에게 축수발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오늘날 불리는 <지장축원화청>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원력원력(願力願力) 지장대성서원력(地藏大聖誓願力) / 고해고해(苦海苦海) 항사중생출고해 (恒沙衆生出苦海)/ 옥공옥공(獄空獄空) 십전조율(十殿調律) / 지옥공(地獄空) 인간인간(人間人間) / 업진중생방인간(業盡衆生放人間) 마하반야바라밀(摩訶般若波羅蜜) 마하반야바라밀(摩訶般若波羅蜜) (박송암 창)
 
<지장축원화청>의 가사내용은 지장보살의 서원력으로 중생들이 고해의 바다에서 벗어나 깨달음의 세계로 나가기를 발원하는 것이다. 박송암 스님의 소리에서는 “마하반야마라밀”을 두 번 더 부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지장축원화청> 또한 순 한문가사로 되어 있는 점에서는 상단의 축원 화청과 다름없지만, 글자 수에서 네 자(字), 일곱 자로 규칙성을 보이는 것은 상단 축원 화청과 다르다.
축원화청을 www.google.com을 이용해 감상해 보자. 구글의 검색창에 ‘축원화청’을 쳐보라. 2011년 3월 8일 현재, 맨 처음에 검색되는 게 동희스님이 부르는 ‘축원화청’이다. 클릭해서 들어가면 동영상 12분 37초 짜리를 감상할 수 있다. 필자가 국악과 마지막 학기에 체육과에 개설된 불교 바라춤 실습강좌를 공부했는데, 태고종단의 비구니 스님이 강사였고 그 비구니 스님의 스승이 동희스님이었다. 아주 엄격하게 범패와 춤을 가르치는 스승 동희스님을 수업 중 가끔 찬탄하던 강사스님의 기억이 새롭다. 동영상을 보며 독자 여러분은 화면에서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 스님의 북장단과 가끔씩 동희스님이 직접 치는 태징 장단에 맞춰 우리에게 익숙한 구성진 전통가락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전반부에는 쉬운 우리말로 노래해 가사가 거의 이해되나, 5분을 조금 지나면서 축원화청의 한자 가사로 노래를 부른다. 축원화청의 원래 한자로 된 완전한 가사를 알고 싶으면, 역시 구글 검색창에다 “축원화청과 불교가사 화청”을 친 뒤, 맨 첫 항목에서 검색되는 PDF 파일을 열어, 찾기 기능에다 ‘축원화청’을 쳐넣으면 찾을 수 있다. 이하에서 소개되는 화청곡의 가사는 불교가사에 유래를 둔 경우가 많다.
 
② 박송암 스님 화청 창의 가사
 
아 - 지심 걸청 지심 걸청 / 일해 대중은 일심 봉청 / 이 세상에 나왔다가 / 동서남북 바라보니 / 초로인생 살아가니 / 해와 달 공하거니 / 세월 믿어 무엇하며 / 처자권속이 공하거니 / 황천길에 쓸 데 없고 / 대장경에 공즉시색 / 반야경에는 색즉시공 / 행화 도화 곱다 마소 / 꽃이 피면 며칠 가며 / 공경세상 복을 보소. / 죽어지면은 허사 되고 / 돌아보고 다시 보니 / 세상일이 허망하고 / 둥근 세상 지내가나 / 근본마음은 청정하오. / 종일참심 언제 쉴고 / 재물마저 걱정일세. / 죽음 길에 노소 있나. / 금은 진보도 소용없고 / 부귀빈천은 돌고 돌아 / 북망산천 무덤 되고 / 화장 장에는 연기된다. / 동쪽에서 돋는 해가 / 서산 낙일 되었으니 / 밤이 되고 닭이 운다. / 청춘세월 웃지 말고 / 허송세월 하지 마소. / 일촌광음 지나가면 / 어린아이 청춘 되고 / 찰나간에 노인 되면 / 세상사가 괴롭고 / 부귀영환들 쓸데 있나 / 살아갈수록 업만 따라 죄만 짓소. / 무명함야 깊은 밤에 / 광명 있는 등불이요. / 생사고해 너른 바다 / 건너가는 돛대로다. / 염불 않고서 어찌 가오. / 염불이라 따로 없소. / 착한 마음도 염불이요. / 순한 마음도 염불이요. / 탐심 덜어 보시함도 염불이라 / ......
 
화청은 지난 번 소개해드린 ‘풍류마을’(http://www.kmusic.org/main.php3)로 들어가 감상할 수 있다. 상단 메뉴 중 ‘국악감상’으로 찾아들어, 왼쪽 편 메뉴에서 일곱 번째 ‘민속악-불교음악’을 클릭하고, ‘19화청’을 클릭하면 감상할 수 있다. 박송암 스님 창이 아닌 하룡남 스님이 북반주를 하며 부르는 창이다. 반복되는 친근한 선율에 실린, 선업을 쌓고 염불하라는 곡진한 가르침을 담은 가사가 앞서 소개한 가사와 비슷하다.
 
③ 회심곡
서산대사(西山大師)가 지었다는 불가(佛歌)다. 이 곡은 불교 포교의 한 방편으로 일반 대중이 잘 아는 가락에 교리를 사설로 붙인 음악이다. 평염불(平念佛) 중 고사덕담 부분을 빼고 인간의 권선징악, 생로병사,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 등의 덕담 부분을 따로 떼어서 부르는 것이다. 회심곡의 노랫말은 3•4조 혹은 4•4조의 가사 형식으로 된 한글 노랫말이다. 음악적으로는 동부 민요조로 되어 있다. 회심곡은 몇 가지 파생곡들을 만들었으니 <별회심곡>, <속회심곡>, <특별회심곡> 등이 있다. 이들 노래는 경기민요 소리꾼들 사이에서도 널리 연행되어, 현재는 김영임 등 민요가수의 애창곡으로 되었다.
 
일심암 정남은 극락세계라 나미아불타불 / 천지지시 분한후에 삼남화성 일어나서 / 세상천지 만물중에 사람에서 또 있는가 / 이보시오 시주님네 이내 말씀 들어 보오 / 이 세상 나온사람 뉘 덕으로 나왔었나 / 불보살님 은덕으로 아버님 전 뼈를 타고 / 어머님 전 살을 타고 칠성님께 명을 빌어 / 제석님께 복을 타고 석가여래 제도하사 / 인생일신 탄생하니 한 두 살에 철을 몰라 / 부모은공 아올소냐 이삼십을 당하여는 / 애윽하고 고생살이 부모은공 갚을소냐 / 절통하고 애달플사 부모은덕 못다 갚아 / 무정세월 약유파라 원수백발 달려드니 / 인간 칠십 고래희라 없던 망녕 절로 난다 / 망녕 들어 변할소냐 이팔청춘 소년들아 / 늙은이 망녕 웃지마라 눈 어둡고 귀 먹으니 / 망녕이라 흉을 보고 구석구석 웃는 모양 / 절통하고 애달픈들 할 일 없고 할 일 없다 / 홍두백발 늙었으니 다시 젊듯 못 하리라 / ......
 
역시 ‘풍류마을’ 사이트로 들어가 회심곡을 감상할 수 있다. ‘민속악-불교음악’에서 ‘24 회심곡’을 클릭하면 된다. 하룡남 스님 창인데, 우리 귀에 보통 익숙한 여성 창보다 훨씬 담백한 느낌이 들지 않나싶다. 하룡남 스님이 이번에는 태징으로 장단을 맞추며 노래하시는데, 회심곡이 담고 있는 아름답고 다양한 선율에 태어남의 인연 따위를 구구절절 읖조린다. 기본적으로 우수와 애조가 느껴지는 곡이라는 생각이다. 한편, ‘16회심곡-부모은중경’은 내용의 초점이 부모님의 공덕 찬양과 부모님 극락왕생 발원으로 옮겨지는데, 유명 국악인 이광수씨가 자신의 괭과리 장단에 맞춘 빼어난 노래솜씨에 독자 여러분께서 감동을 느낄 수 있을지 않을까 한다. “마른 자리는 골라 애기를 뉘고, 진자리는 어머님이 누옵시며, 음식이라는 건 맛을 보아 다디 달디단 건 애기를 주고 소태깥이 쓰디 쓴 건 불쌍하신 어머님이 사십 평생에 다 잡수시고...” 등등, 가슴 찡하게 만드는 가사와 선율도 접할 수 있어 9분 29초가 순식간에 다 지나간다. 민요가수 김영임의 회심곡을 네이버 검색으로 동영상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네이버 창에 ‘김영임 회심곡’을 치고 새로 뜨는 창에서 ‘카페’란의 두 번째 항목인 ‘[동영상] 김영임-회심곡 2011.03.05’을 클릭하면 된다. 매우 좋은 화질과 음질로 좀더 현대적인 회심곡을 압축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힘찬 남성의 북 장단과 창자의 괭과리 장단, 진지한 공감을 드러내는 청중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화면 하단의 해설 기사에 회심곡의 작사자로 알려진 분을 휴정스님과 서산대사 두 사람으로 거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④ 평염불: 하룡남 스님 창의 가사
 
일심정녕 극락세계라 / 봉오리라 봉오리라 / 어허어 염불이면 / 동참 시방에 어진 시주님네 / 평생 소원을 발원인데 / 가정에 복록효자 / 충신하고 열부열녀를 원인데 / 연만하신 노인들은 / 일평생에 잘사시나 / 왕생극락을 발원하고 / 없는 자손은 생남생녀 / 있는 자손은 수명장수니라 / 아들 따님들은 고이 길러 / 자손으로 벗을 삼고 / 일평생을 잘 사실 때 /......
 
⑤ 고사선염불: 뒷염불과 함께 고사염불을 이룬다
 
국태민안 법륜전 시화년풍 연연이 돌아든다 / 이씨한양 등극시 삼각산 기봉하야 봉학이 주춤 생겼구나 / 학을 눌러 대궐짓구 대궐앞에 육조로다 / 오영문 해각사 각도각읍을 마련할 때 / 왕십리 청룡되고 동구만리 백호되어 / 인왕산이 주산되고 종남산 안산이라 / 관악산 화산비쳐 동작강 수구막아 / 한강수 정남은 여천지 무궁이라 / 원아는 금요차일 사바는 세계로다 / 남섬부주 부줄잡고 해동동양 조선국 / 서울시 관악구 상도동 **사 건명에 / 모씨댁을 거주잡구 작년같은 해운년은 / 꿈결잠시 넹겼는데 금년으로 들어서 / 만사는 대통허구 ......
 
‘풍류마을’ 사이트 ‘민속악-불교음악’에서 ‘25고사’를 클릭하면 감상할 수 있다. 태징반주에 맞춘 하룡남 스님의 창이다. 익살과 해학이 느껴지는데, 좀더 품위있는 각설이타령이라고나 할까.
 
⑥ 백발가
 
아 지심걸청 지심걸청 / 일회대중이 일심봉청 / 이세월이 견고한줄 / 태산같이 바랐더니 / 백년광음 못다가고 / 백발되니 슬프도다 / 어화청춘 소년들아 / 백발노인 웃지마소 / 덧없이 가는세월 / 낸들아니 늙을소냐 / 적은듯 늙는것이 / 한심하고 슬프도다 / 소문없이 오는백발 / 귀밑에 의막하고 / 청좌없이 오는백발 / 털끝마다 점고하네 / ......
 
www.daum.net의 검색창에다 ‘백발가’를 치고 검색을 클릭하면 뜨는 창에서 하단 동영상 중 2번째 ‘백발가(원정스님)’를 클릭하면 감상할 수 있다. 목탁에서 들리는 독특한, 규칙적인 ‘♩♪♩’ 장단에 맞춘 원정 비구니 스님의 단아하고 꿋꿋한 노래를 통해, 삶과 늙음을 명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배경화면으로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펼쳐지는 가운데, 이 세상에서 잘 살아 청춘 백발이 도무지 없고 생로병사가 없으며 장생불사하는 극락세계로 가자는 긴 사설이 이어진다. 가사를 알아 듣기 쉬운데다, 설득력 있고 고금을 넘나드는 다양한 내용으로, 독자 여러분은 20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⑦ 자책가(自責歌)
 
주인공 주인공아 / 세간탐착 그만하고 / 참괴심을 가지고서 / 일즉염불 어떠하오 / 지난날엔 소년으로 / 오늘은 백발로서 황공하다. /아침나절 무병타가 / 저녁나절 못다가서 / 손발접고 죽는인생 / 목전에 파다하니, / 오늘이야 무사한들 / 명조를 확정할 것인가. / ......
 
⑧ 나옹화상 서왕가(逝往歌)
 
나도 한때는 속세사람의 자식이었으니 / 사람이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을 생각하니 모든 것이 허망하도다 / 부모가 주신 얼굴은 죽은 후에는 아무 소용없이 어찌할 방법이 없다 / 잠시동안 생각하여 속세의 일들을 모두 다 내동댕이치고 / 부모님께 하직하고 표주박 하나만을 차고 반벌 누더기옷에 / 명아부 지팡이차림으로 명산을 찾아 들어가서 / 불경을 아는 훌륭한 스님을 직접 만나뵈어 마음을 밝히리라 / 부처님의 교법과 교리를 하나하나 묻고 찾아서 내 것으로 만들리라 / 여섯가지의 도적을 잡으리라 허공마를 빗겨타고 / 마야검을 손에 들고 오온산에 들어가니 / 제산은 첩첩하고 사상산이 더욱 높다 / 육근 문언저리에 자취없는 도적은 / 나며 들며 하는둥에 번뇌신을 없애 버리고 / 지혜로 배를 만들어 삼계바다를 건너리라 / 염불중생을 배에 실어두고 삼승은 돛대에 달고 / 일승은 돛을 달고 춘풍은 순히 불고 / 백운은 뒤섞이는데 인간을 생각하니 / 슬프고 서럽다 염불하지 않는 중생들아! / 몇 생을 살려고 속세의 일들만 탐내고 집착하여 / 애욕에 잠겼느냐? 하루도 열두시간이요 / 한달도 서른 날인데 어느 날에 한가할 것인가? / 청정하고 자비로운 부처님의 성품은 사람마다 가졌은들 / 어느 날에 생각하며 항사공덕은 / 본래 구족한들 어느 때에 내어 쓸까? / 극락세계는 멀어지고 지옥은 가깝구나 / 이보시오 어르신네! 권하노니 종제선근을 심으시오 / 금생에서 한 공덕은 후생에서 과보를 받으니 / 백년을 재물을 탐하는 것은 티끌이요 / 삼일을 한 염불은 백천만겁에 부족함이 없는 보배로다 / 아아! 이 보배는 천겁을 지나도 낡지않고 / 만세를 지나도 언제나 지금이다 / 맑은 하늘이 넓다고 한들 이 마음에 미치지 못하고 / 해와 달이 밝다고 한들 이 마음에 미칠 수 있겠는가 / 삼세의 부처들은 이 마음을 알으시고 / 육도의 중생들은 이 마음을 저버리시네 / 삼계윤회를 어느 날에 그칠까? / 잠깐동안을 생각하고 마음을 깨쳐먹고 / 태허를 생각하니 산은 첩첩이고 물은 졸졸 흐르고 / 바람은 쓸쓸하게 불고 꽃은 밝고 소나무와 대나무는 떨어지는 / 화장바다를 건너 저어 극락세계 들어가니 / 칠보금지에 칠보망을 둘렀으니 구경하기 더욱 좋네 / 구품연대에 염불소리 자자하고 / 푸른 학과 흰 학과 앵무새와 공작새 / 금빛 봉황새와 부른빛 봉황새가 하는 것은 염불이다 / 맑은 바람이 불어오니 염불소리 아련히 들여오네 / 아아! 슬프다 우리도 인간에 나왔다가 /
염불말고 어이할까? / 나무아미타불
⑨ 학명선사 원적가(圓寂歌)
 
나는 가네 나는 가네 / 오든 길이 어디메뇨 / 나 간다고 설어 말고 / 만고제왕(萬古帝王) 후비(后妃)들도 / 이 산(山) 저 산(山) 피는 꽃은 / 이 골 저 골 장류수(長流水)는 / 저 봉(峰) 너머 떴던 구름 / 공산야월(公山夜月) 두견조(杜鵑鳥)는 / 부귀영화(富貴榮華) 받던 복락(福樂) / 실상(實相)없이 사는 몸이 / 몽중(夢中)같은 이 세상(世上)에 / 인간칠십(人間七十) 고래희(古來稀)는 / 진실사업(眞實事業) 하던 사람 / 생각대로 못한 한(恨)은 / 영결(永訣)이냐 왕생(往生)이냐 / 무상(無常)이냐 생멸(生滅)이냐 / 천당(天堂)인가 극락(極樂)인가 / 천지소멸(天地消滅) 될지라도 / 연화대(蓮花臺)로 간다더니 / 명당(明堂) 찾아 간다더니 / 악심독심(惡心毒心) 모진 사람 / 탐욕심(貪欲心)이 많은 사람 / 이기생활(利己生活) 하는 사람 / 상애심(相愛心)이 적은 사람 / 아만심(我慢心)이 많은 사람 / 무상심(無常心)이 없는 사람 / 명리장(名利場)에 기댄 사람 / 주색계(酒色界)에 부랑자(浮浪者)는 / 의식(衣食)으로 구속(拘束)된 자 / 구식(舊式)으로 굳은 사람 / 신식(新式)으로 밝은 사람 / 종교심(宗敎心)이 없는 사람 / ......
 
⑩ 권상로의 열반가(涅槃歌)
 
우리 형제(兄弟) 자매(姊妹)들아 / 대자대비(大慈大悲) 우리 세존(世尊) / 일대사(一大事)을 위(爲)하여서 / 칠십구년(七十九年) 주세(住世)하사 / 중생제도(衆生制度) 하옵시고 / 구시라성(狗尸羅城) 나아가서 / 니련하칙(尼蓮河側) 쌍수간(雙樹間)에 / 세계(世界) 다시 장야(長夜)되니 / 금강불괴(金剛不壞) 그 몸으로 / 후대아손(後代兒孫) 궁로(窮露)함을 / 이십일년(二十一年) 감수(減壽)하사 / 이른 은덕(恩德) 못 갚으면 / 오늘날을 당(當)하오니 / 감심(感心) 들러 환심(歡心) 지어 / 우리 불교(佛敎) 만만세(萬萬歲)라 /.....
 
⑪ 지형의 천도송(天道頌)
 
천도송(天道頌)을 들어 보소 / 세간명리(世間名利) 친척권속 / 중품하품(中品下品) 지계(持戒)하면 / 부모친족 동내노소(洞內老少) / 가지가지 공양(供養)하여 / 계법률(戒法律)을 닦았으며 / 사무량심(四無量心) 정진하여 / 얼굴 희색(喜色) 항상 가져 / 계법률(戒法律)을 범(犯)치 않으며 / 정법문(正法門)을 갖춰 지녀 / 지혜(知慧) 닦아 해탈(解脫)하고 / 사천(史天)의 락을(樂) 받고 / 갖은 행실(行實) 다 지니며 / 변화천(變化天)의 락을 받고 / 지계(持戒) 또한 최상(最上)이라 / 화자채천(化自在天) 락(樂)을 받고 / 통달진실(眞實) 명리(名利)하면 / 지혜군자(智慧君子) 놀지 마소 / ......
 
⑫ 서산대사의 별회심곡(別回心曲)
 
세상천지 만물 중에 / 사람밖에 또 있는가 / 여보시오. 시주님네 / 이내 말씀 들어보소 / 이 세상에 나온 사람 / 뉘 덕으로 나왔는가 / 석가여래 공덕으로 / 아버님전 뼈를 빌고 / 어머님전 살을 빌며 / 칠성님전 명을 빌고 / 제석님전 복을 빌어 / 이 내 일신 탄생하니 / 한두 살에 철을 몰라 / 부모은공 못다 갚아 / 어이업고 애닲고나 / 무정세월 여류하야 / 원수백발 돌아오니 / 없든 망령 절로 난다 / 망령이라 흉을 보고 / 구석구석 웃는 모양 / 애닲고도 설운지고 / 절통하고 통분하다 / 할 수 없다 할 수 없다 / 홍안백발 늙어간다 / 인간에 이 공도를 / 뉘가 능히 막을 손가 / 춘초는 년년록이나 / 왕손은 귀불귀라 / 우리 인생 늙어지면 / 다시 젊지 못 하리라 / 인간백년 다 살아도 / 병든 날과 잠든 날과 / 걱정근심 다 제하면 / 단사십도 못살 인생 /어제 오날 성튼 몸이 / 저녁나절 병이 들어 / 섬섬약질 가는 몸에 /태산 같은 병이 드니 / 부르나니 어머니요 / 찾는 것이 냉수로다. / 인삼녹용 약을 쓰나 / 약효험이 있을손가 / 판수 불러 경읽은들 / 경의 덕을 입을 손가 / 무녀 불러 굿을 하나 / 굿 덕인들 있을 손가 / 재미쌀을 쓸코 쓸어 / 명산대천 찾아가서 / 상탕에 메를 짓고 / 부님전 뼈를 빌고 /......
 
가사 일부를 소개한 위의 화청곡 이외에, 육갑화청, 팔상화청, 신년가, 원불, 십악업, 참선곡, 왕생가, 가가가음, 신불가, 성도가, 오도가, 조학유, 어설인과곡, 지옥도송, 방생도송, 아귀도송, 인도송, 별창권악곡, 권선곡, 선중권곡, 명리권곡, 재가권곡, 빈인권곡, 수선권곡 등이 화청곡으로 전한다.
앞서 살펴본 대로 대다수 화청의 가사는 일반 불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다.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하여 중생들이 탐욕과 망상에서 벗어나 불법에 따라 염불하며 착한 마음으로 살고 죽어서는 극락왕생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화청의 리듬 패턴은 3 + 2 + 3 이나 축약된 2 + 1 + 2 와 같은 비대칭적 리듬이다. 이는 전통 한국 음악에서 드물고, 불교음악이나 무속 음악에서 발견된다. 한편, 화청의 선율은 대부분 6박 두 장단이 하나의 단위를 이루는데, 앞 장단은 sol-do'로 상행하여 mi'나 sol'까지 올라간 다음 뒤 장단에서는 re'-do'-la-sol로 하행하여 종지하기 때문에, 두 장단이 합쳐져서 산(山) 모양의 선율형을 이룬다. sol과 do' 두 음에 요성(전통 관악기와 전통 성악에서 ‘떠는 소리’를 말한다)이 있고, sol로 종지하며, 산형 선율형에서 시작 부분의 sol-do' 4도 도약 진행을 빼고는 대부분 do'-re'-do'나 la-sol-la와 같은 순차 진행이 많다. 대체로 민요의 경토리(경기민요가 지니고 있는 음악적 특징)와 유사하다.
불교가사에 곡을 얹은 화청은 범패승이 비공식적으로 배우기 때문에, 보유하는 곡목에서 개인 편차가 크다. 또한 범패승의 공식 학습 레파토리가 아니고, 가사체 음악을 낭송할 수 있으면 누구든 부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불교가사 화청을 격하하고 부르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나아가 불교가사 화청도 ‘화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오늘날의 범패승들은 이 소리들을 <회심곡>, <백발가>와 같이 곡명으로만 부를 뿐, ‘화청’이라 부르지 않는다.
오늘날 불교가사 화청 중 <회심곡>과 같은 곡들은 영산재나 예수재의 공식적인 레파토리로 등장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자칫 이해하기 힘들고 지루할 수 있는 재 의식절차에서, 회중과의 친밀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에서 대중적 인기가 있는 불교가사 화청류의 소리를 삽입하게 되면서 생긴 현상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원래 불교가사 화청은 재 의식절차가 아니라 18세기, 19세기를 거치며 사찰 주변에서 널리 불리던 가사체 음악을 그 대중성 때문에 재 의식에 수용한 음악으로 볼 수 있다.
 
참고문헌
동북아 음악연구소 <<동아시아의 불교음악 연구>>
박범훈 <<한국불교음악사 연구>>
법현 <<한국의 불교음악>>, <<불교음악 감상>>
이성재 <<재미있는 국악이야기>>
이용식 <<민속, 문화 그리고 음악>>
장휘주 <축원화청과 불교가사 화청>
한만영 <<불교음악 연구>>
Byong Won Lee <<Budddhist Music of Ko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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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들마을(전법심) | 작성시간 22.07.18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 작성자梵心(범심) | 작성시간 22.07.20 귀한 작품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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