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을 틔우고
잎을 펼치고
열매를 맺고
그러다가 때가 오면
훨훨 벗어 버리고
빈 몸으로 겨울 하늘 아래
당당하게 서 있는 나무.
새들이 날아와
팔이나 품에 안겨도
그저 무심할 수 있고,
폭풍웅가 휘몰아쳐
가지 하나쯤 꺾여도
끄떡 없는 요지부동.
곁에서 꽃을 피우고
꽃나무가 있어
나비와 벌들이
찾아가는 것을 볼지라도
시샘할 줄 모르는
의연하고 담담한 나무.
한 여름이면
발치에 서늘한 그늘을 드리워
지나가는 나그네들을
쉬어 가게 하면서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
덕을 지닌 나무.
나무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저것 복잡한 분별없이
단순하고 담백하고
무심히 살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 법정스님 -
다음검색
스크랩 원문 :
수수꽃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