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연꽃위에 내리는 비 - 한태주 작성자조우|작성시간23.06.09|조회수80 목록 댓글 0 글자크기 작게가 글자크기 크게가 *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파르르 떠는데 눈여겨 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 순간 이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간다 그 떨림의 이쪽에서 저쪽 사이 그 순간의 처음과 끝 사이에는 무한히 늙은 옛날의 고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어느 시간에 속할 어린 고요가 보일 듯 말 듯 옅게 묻어있는 것이며 그 나른한 고요의 봄볕 속에서 나는 백년이나 이백년 쯤 아니라면 석달 열흘 쯤이라도 곤히 잠들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석달이며 열흘이며 하는 이름만큼의 내 무한 곁으로 나비나 벌이나 별로 고울 것 없는 버러지들이 무심히 스쳐가기도 할 것인데 그 적에 나는 꿈결엔 듯 그 작은 목숨들의 더듬이나 날개나 앳된 다리에 실려온 낯익은 냄새가 어느 생에선가 한결 깊어진 그대의 눈빛인 걸 알아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풍경의 깊이 / 김사인』 다음검색 스크랩 원문 : 수수꽃향기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북마크 공유하기 신고하기 댓글 댓글 0 댓글쓰기 답글쓰기 댓글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