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하지만..
그걸 실감하는 것은 그날의 느낌이 평소와 다르다고 느낄 때이다.
오늘 간 썬켄 메도우 주립 공원 감촉이 조금은 낯설 만큼 다르게 다가온다.
이곳을 설명할 때는
으례 손가락처럼 뻗은 롱 아일랜드 섬의 북쪽에 썬캔이 있고
비슷한 위도 상 같은 섬 남쪽에 있는 바닷가 존스 비치를 비교해 종종 말하곤 하는데..
존스 비치는 파도가 그렇듯이 남성처럼 거센 느낌이지만, 이곳 썬켄은 여성처럼 부드럽고 온유하다고 했다.
오늘은 아니다. 썬캔의 매서움이 날서게 감촉되고 있다.
바람이 제법 세기 때문인가..
주차장에 차가 많지 않듯이.. 보도를 걷는 이들도 많지 않다.
쌩스기빙데이가 다가왔듯..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니 당연한 것이라 하면서도..
나에겐 쌩한 날카로움이 느껴지는데.. 짝님과 친구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바람이 있지만 걷기 딱 좋은 날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짝은 날 보고.. "옷이 추워보이는데, 자켓을 더 입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요?^^"
바닷물은 보통 때 보다 더 검푸르게 보아는 게 존스 비치 바다보다 파도는 약하지만 기세는 거세게 다가온다.
평소 하늘처럼 파아란 빛깔을 보여주던 바다가 오늘은 한바탕 싸우다 나온 바다처럼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듯 검푸른 물 빛깔이다.
오늘 기분이 어떠니, 썬캔아?..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듯 은근히 물었다.
대답도 안 한다. 그러면서 아주 크지 않지만 힘이 들어간 밀물과 썰물질을 계속할 뿐이다.
바람은 여전히 거세다.
갈매기들이 그런 바람을 타고 비행 연습을 하고 있다.
바람을 탈 줄 알면
전혀 힘을 들이지 않고 머얼리 높이 비행할 수 있다고 갈매기 리빙스턴은 말했지.
높이 멀리 비행하기를 바란다면 지금처럼 낮은 곳에서 바람을 타는 연습을 열심히 해야만 할껄..
사람이든 동물이든 타고난 능력이 중요하지만.. 평소 얼마나 연습하느냐에 그의 미래가 변하지 않는가..
평소 게으르지 마시게.. 후회가 없으려면..
모든 성현들의 한결같은 말씀이다.
과거 뱃사람들은 용왕님에게 늘 감사를 드렸다..
오늘도 바다를 조용히 달래주며 많은 물고기를 보내달라고.()..
바다로 나아가는 날이면 빠지지 않고..
그런데 도시화가 된 어부들은 과거처럼 용왕님에게 감사를 드리지 않는다.
소위 과학 기술의 발달로 이번 물고기 사냥이 어떤 결과를 얻을지 잘 예측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용왕님 도움에 의지할 필요가 적어진 탓이다.
과거에는 감사를 모르면
미물이나 동물과 무엇이 다르냐고 꾸짖었는데..
이제는 감사는 커녕 자기들이 잘났고 최고라 뻐기고 있다.
추수 감사절인 쌩스기빙데이가 근처로 오건만 입으로만 감사할 뿐,
다 자기가 잘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시는 걸로 여기는 것이다.
"어마, 저기에 사슴이 있어요!^^"
친구님이 즐거운 목소로리 외친다. 친한 중딩 동창을 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듯..
그 말에 귀가 솔깃해져 폰을 들고 보도 옆 숲길로 다가갔다.
곰과 사슴은 다르니까.^^.
네 마리..
아니 여섯 마리쯤 어른과 어린 사슴 가족이 낮은 가지 잎을 먹고 있다가 우릴 쳐다본다.
사슴들을 사진에 담아도
담담히 쳐다볼 뿐 도망치거나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미 적지 않은 경험 탓이리라.
그 보다 "사진을 담으려면 주는 게 있었어야지. 공짜로 찍냐!" 는 듯 시쿤둥 바라본다.
걷기를 나올 때 가져온 게 없으니.. 미안합니다.().. 하며 사진을 담는다.^^..
옆에 걷는 미국인들은 줄 게 없으니 사진도 찍지 않겠다는 듯 뻣뻣이 스쳐 지나가고..
자주 오는 곳이 아니니 이곳에 사슴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없었다.
존스 비치 동쪽 크트머리에는 사슴을 조심하라는 싸인이 있을 만큼 사슴이 많지만..
오래 지속되고 있는가뭄 탓에
미 서부뿐 아니라 동부인 뉴욕도 물이 마르고 있다.
비 소식이 있던 게 꽤 오래 되어 들풀은 메말라 밟으면 부서질듯..
나뭇잎도 파삭 마른 갈색 잎이다. 건초나 마른 이파리로 사슴들이 바른 영양 섭취가 될까?.
심각하지 않은 얕은 걱정을 하며..
동쪽 보도 끝에 이르러 무진장 송사리 마을이 있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장소로 걸어간다.
수년이 흘렀지만.. 어마어마한 송사리 무리를 보고 놀랐던 경험이 있어 '무진장 송사리 마을'이라 이름 지었는데..
과연 오늘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물이 차가워져서 그런가?.. 그리고 지금 썰물 때라 물이 빠져나가는데 기세가 역시 세다.
지구에 가까이 다가온 달 때문인가 보다.. 그러니 이렇게 물이 세게 흐르지..
바닷물이 유난히 검푸르게 보인 것도 드센 밀물과 썰물 탓이었나?.
선지식이 말씀하시길..
인연이 있기 전에 아무것도 없었다.
인연이 생기니 사물과 생명이 태어나 자란다.
인연이 사라지면 모든 게 사라진다.
오늘 썬켄의 매서움도 인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우리는 그 인연을 모르니 놀람이 있고, 실수를 하고, 안타까워한다.
그런 인연이 무엇인지.. 확연히 알 날이 오기는 할까..
썰물이어서 물이 빠지는데..
그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무서울 만큼..
무진장 송사리 무리가 사는 습지의 갈대 중간이 넘게 물에 잠겨 있다.
그 모습을 보다 문득 이곳 이름 sunken meadow.. 가라앉은 초원..이라는 게 떠올랐다.
바닷물에 잠겼거나 갈대 중간 이상만 아슬하게 보이는 풍경을 보며.. 가라앉은 초원이 떠올랐을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어디에도 그렇다는 근거가 보이지 않으니.. 나만이 그리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ㅎㅎㅎ^^
걷기를 마치고 근처 코스트코에 들렀는데..
평일임에도 사람이 부쩍 부쩍.. 인간 송사리들이 여기에 다 몰려 있네..
매장 입구에 이런 게 보인다.
라면이 선물 세트라..^^
대동강을 팔아먹은 아이디어를 낸 봉이 김선달 후예가 서울 어딘가에 있는가 보다. ㅎㅎㅎ^^
이 날 밤에 뜬 보름달의 햇살 아니 달살은 헤드라이트처럼 밝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