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수와 붓다의 방문을 받다
촌장은 바게트 아이랜드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줄곧 언짢은 표정을 지으며 흥분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바게트 아이랜드가 말을 그치고 자리에 앉자 매우 흥분한 상태로 " 더러운 예수쟁이 놈들 같으니라고, 너희들이 감히 거룩한 부처님의 이름을 더럽히다니, 천벌을 받을 것이다. " 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천장에 달린 줄을 잡아당겼다. 그러나 맞은편 쪽에서 문 세 개가 열리더니 칼을 든 삼십명 가량의 병사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촌장이 손을 들고 명령을 내리자 병사 열 명이 앞으로 나와 바게트 아이랜드 뒤쪽 벽에 일렬로 늘어섰다. 우리 일행은 급작스러운 사태에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하지 못하고 얼어붙은 듯이 앉아 있었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흐른 후 섬광처럼 밝은 빛이 촌장이 서있는 바로 앞 테이블 위쪽에서 비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의 눈이 마치 무슨 명령이라도 내릴 듯이 손을 들고 있는 촌장의 얼굴로 향했다. 그때 그 앞에 어슴푸레한 형상이 나타나더니 매우 강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멈추어라." 하고 말하는 소리를 모든 사람들이 들었다. 그 말은 촌장과 어슴푸레한 형상 중간에 불같은 글씨로도 나타났다. 꼼짝도 못하고 동상처럼 서있는 것을 보아서 촌장도 그 말을 이해한 듯했다. 어슴푸레한 형상은 점점 더 분명한 모습으로 변했다. 우리는 전에 본 적이 있는 예수인 줄을 알아차렸다.
그런데 또 다른 어슴푸레한 형상이 예수 곁에 나타났다. 우리는 대단히 놀랐다. " 촌장과 병사들은 그 형상 앞에서 꼼짝도 못하고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그들은 새로 나타난 형상이 누구인지 아는 것 같았다. 예수께서 나타났을 때보다 훨씬 더 두려워하며 굳은 채로 서 있었다. 두 번째 형상도 점점 그 모습니다 분명해졌다. 그가 예수께서 하신 것처럼 오른손을 들었다. 그러자 병사들이 들고 있던 칼이 댕그랑 하는 소리를 내면서 바닥에 떨어졌다. 실내에는 깊은 침묵과 고요가 흐르고 있었기에 그 소리가 방 전체에 울렸다.
빛은 눈을 뜨고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강렬하게 빛났다. 잠시 후 병사들의 지휘관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 부처님 세존이시여. " 하면서 팔을 앞으로 내뻗었다. 그러자 촌장도 " 진짜 부처님이시다. " 하면서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두 호위병이 그를 부축해 일으켰다. 그는 말을 잊은 채 꼼짝도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맞은 편 끝에 서 있던 병사들은 " 부처님께서 더러운 예수쟁이 놈들과 그들의 대장을 혼내주려고 오셨다. " 라고 소리치며 와르르 앞으로 몰려나왔다.
그때 붓다께서 모든 사람을 볼 수 있도록 테이블 뒤쪽으로 물러나더니 손을 들고 말했다. " 멈추라고 한 것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다. 세 번씩이나 멈추라고 했다." 그가 한 단어 한 단어 발음할 때마다 예수께서 말씀하실 때와 마찬가지로 불꽃 글씨가 나타났다. 그 불꽃 글씨는 사라지지 않고 그대고 남아 있었다. 병사들은 그 자리에 꼼짝도 못하고 서서 붓다가 손을 쳐들 순간에 취한 자세대로 어떤 사람을 손을 들고 있는 채로 또 어떤 사람은 한쪽 발을 바닥에 뗀 채로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붓다는 예수에게로 걸어가서 왼손을 들어 올린 예수의 팔에 갖다 대며 말했다. " 다른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나는 여기 있는 나의 사랑하는 형제를 지지합니다. " 그리고 자기의 오른 팔을 예수의 어깨 위에 걸쳤다. 그들은 그 자세로 잠시 있다가 테이블 앞쪽으로 가볍게 걸어 나왔다. 촌장과 지휘관과 병사들은 말을 잊은 채 창백한 얼굴을 하고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촌장은 뒤로 물러나 벽에 기대어 놓은 자신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때 비로소 사람들 사이에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내 생각으로는 우리 중에서 그러한 광경이 벌어지는 몇 분 동안 제대로 숨을 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붓다는 예수와 팔짱을 깨고 촌장 앞으로 걸어가서 벽이 울릴 정도로 강한 어조로 말했다. " 우리의 사랑하는 형제들을 더러운 예수쟁이 놈들이라고 욕하다니, 그런 무례한 일이 어디있나? 그대는 방금 전에도 동생을 고쳐달라고 간청하는 어린 소녀를 무자비하게 쫓아 버린 일이 있다. " 그러나 (에밀대사의 모친을 가리키며) 이 훌륭한 분은 그 간청을 들어주었도다. " 그는 촌장에게 물을 퍼붓듯이 말했다. 대단히 흥분해 있는 것 같았다.
" 어린 소녀의 요청에 제일 먼저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그대였다. 그런데 그대는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고 나서도 그대의 책임을 대신 진 분을 더러운 예수쟁이라고 욕했다. 가서 고통으로 신음하던 아이가 어떻게 회복되었는지 보라. 또 오두막이 어떻게 변했는지 보라. 아마 그 집이 이렇게 형편없는 오두막이었던 데에는 그대의 책임도 있다. " (에밀대사 쪽으로 몸을 돌리고) 이 분이 아이를 깨끗한 침대로 옮겨 뉘었다. 아이가 누워 있던 자리를 보라. 그야말로 쓰레기 더미이다. 그런데도 그대는 순결하고 고귀한 자나 입을 수 있는 자색 옷을 입고 편안하게 앉아서 그대나 다른 누구도 해치지 않는 사람들을 더러운 예수쟁이 놈들이라고 욕했다. 그대는 정말 고집불통이다. 그러면서 어찌 부처의 제자랍시고 이 사원의 주지 노릇을 하고 있을 수 있나. 부끄러운 줄 알라."
말 한마디 한마디가 촌장과 그가 앉은 의자 그리고 그의 뒤에 드리워진 휘장을 때리는 듯 했다. 촌장은 몸을 떨었고 휘장은 마치 강한 바람이라도 불 듯이 펄럭거렸다. 붓다의 말은 우리 귀에 영어로 들렸다. 그런데 촌장에게는 자기들 말로 드리는지 다 알아 듣는 것 같았다. 붓다는 몸을 돌려 금덩이를 들고 있는 두 사람에게로 다가가더니 금덩이를 받아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들이 그에게 금덩이를 건네주자 그는 금덩이를 가지고 촌장에게 다시 와서 손을 내밀라고 했다. 촌장을 몹시 떨면서 손을 내밀었다.
붓다는 촌장의 양손 바닥 위에 금덩이 두 개를 떨어뜨렸다. 금덩이는 촌장의 손위에 떨어지는 순간 사라져 버렸다. 붓다가 말했다. " 보라 금덩이조차도 그대의 손에서는 날아가 버린다. " 금덩이는 촌장의 손에 떨어지는 순간 원래 그것을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이 앉아 있는 테이블 앞에 나타났다. 붓다는 촌장이 내밀고 있는 두 손을 꼭 잡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 형제여, 두려워 말라. 나는 형제를 심판하지 않는다. 형제를 심판하는 것은 형제 자신일 뿐이다. " 라고 말했다. 붓다는 촌장이 안정을 되찾고 마음이 가라앉을 때까지 그의 손을 잡은 채 조용히 서 있었다. 촌장이 안정을 회복하자 잡았던 손을 놓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 그대는 칼을 쓰는 데도 빠르지만 잘못된 점을 뉘우치는 것도 빠르군. 그러나 기억하라.
그대가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것은 그대 자신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일이라는 것을. " 붓다는 예수 곁으로 다가가서 " 우리는 인류 전체의 선과 형제애를 이루기 위한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 라고 말하며 다시 예수 팔에 팔짱을 끼었다. 붓다가 말했다. " 형제여, 일이 다 잘 된 것 같군요. 이제 당신 일을 하시면 되겠어요." 예수가 대답했다. " 정말 훌륭하십니다. 무어라 감사를 드려야 할 지 모르겠군요." 그들은 서로 마주서서 정중히 인사를 나눈 후 문으로 걸어나가 사라졌다. 실내는 즉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로 시끄러워졌다. 촌장, 지휘관, 병사들, 그리고 그 자리에 참석하고 있던 다른 사람들 모두가 자기소개를 하면서 우리에게 악수를 청했다.
사원의 집회를 통하여 주지 승려가 말하였다. 저에게는 오늘 새로운 형제가 많이 생겼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동족이나 같은 종교에 속한 사람들만을 형제로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미워하며 편협하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귀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깨달음으로 말미암아 제 속에는 지금 기쁨이 용솟음치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아직 성취해야 할 높은 광휘의 세계가 남겨져 있는 것입니다. 어떤 기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깨달음이 선행되어야만 합니다. 깨달음의 법칙은 사랑의 법칙이고 사랑은 보편적인 형제애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자 자기 종교의 근원으로 돌아가 인간이 덧붙여 놓은 온갖 그릇된 해석을 제해버림과 동시에 나만이 옳다는 이기적인 교만을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면 위대한 연금술사인 하느님이 만들어 놓은 순금, 즉 궁극적인 지혜를 얻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은 여럿이 아니고 하나입니다. "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 천국이라는 보물을 얻으면 지금 여기에서 완전한 영적 깨달음과 해방을 경험하게 되며, 하느님과 자신의 관계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와 같다는 사실을 알 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 속에 잠재된 신적인 가능성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가지고 자신의 뜻에 따라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신약성서에는 천국에 대한 언급이 많습니다. 그것들은 죽은 후에나 이룰 수 있는 허황된 꿈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과 섬김의 삶을 완전히 실현하도록 자극을 주는 이상이요 푯대입니다. 그런데 그 이상은 다름 아닌 누구나 '지금-여기'에서 완전한 신적생명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으면, 또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과 인간이 함께 일한다는 것에 대한 깨달음이 없으면 천국이라는 이상은 실현되지 않습니다. 인간 내면의 영이 가지고 있는 전능한 힘과 변화의 비법에 이르는 문은 누구에게나 항상 열려 있습니다. 그 문을 여는 열쇠는 인간 자신의 생각입니다. 자기 속에 전능한 능력이 잠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손만 대도 문둥병이 낫고 말라비틀어진 팔이 펴지며 온갖 마음과 육체의 질병을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정신을 집중하여 명령을 내리면 빵 덩이가 부풀어 나고 물고기가 늘어날 것입니다. 빵을 데어 나누어주고 기름을 쏟아 부어준다고 해도 결코 줄어들지 않고 언제까지나 풍성하게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들이 명령을 내리면 바다의 풍랑이 멈추고 인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공중으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그들의 명령이 곧 하느님의 명령이기 때문입니다. "
"사람 속에는 하느님의 영이 거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영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오늘날에도 사람의 심령 속에서 말씀하고 게십니다. 따라서 마음을 열고 그 목소리를 듣는 사람은 자기가 곧 세상의 빛이며, 이 빛 가운데 거하는 자는 어둠 속을 헤매지 않는다는 것을 알 게 될 것입니다. 내면에서 울리는 성령의 목소리에 따르는 사람은 자기가 생명의 빛 가운데로 들어가는 문이며, 이 문을 통과하는 자는 영원한 평화와 기쁨을 얻게 되리라는 것을 압니다. 성령의 목소리에 따르는 사람은 영혼의 문을 여는 존재가 내면의 그리스도이며, 자기 속에 거하는 영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우주가 한계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한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연금술사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입니다. "
“ 저는 십자가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십자가를 진 것은 아버지께서 결정하신 것이 아니라 저 자신이 선택한 것입니다. 저는 육체를 파괴해도 보다 더 영광스러운 몸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들도 완전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그 길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 붓다가 나타나 예수의 오른편에 섰다. 주지 승려와 에밀대사가 그들 앞으로 걸어가더니 에밀대사는 붓다의 오른쪽에 주지승려는 예수의 왼쪽에서 무릎을 꿇었다. 예수가 반쯤 들어올린 붓다의 손을 잡았다. 그들은 나머지 손을 무릎을 꿇고 있는 에밀대사와 주지승려의 머리 위에 올려놓고 축복했다. “ 평화! 평화! 평화! 영광스러운 평화가 모든 이의 머리위에 머물지어다. 우리가 사랑하는 형제인 너희를 하느님 사랑의 공회원으로 받아들이노라. 사랑과 우정은 전 세계를 포용하리라. ” 참석자들은 모두 머리 숙여 인사를 하고 옆으로 비켜서서 그 4인이 지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그들이 나갈 때 열두 제자와 여러 명의 참석자가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은 모두 나가서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