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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불교방

여우와 두레박 2

작성자이슬기|작성시간14.08.12|조회수111 목록 댓글 14

이렇게 생각한 농부는 다시 새 두레박을 우물에 갖다놓고 농사일을 하는 척하면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나 낮에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밤?’

농부는 밤에도 우물 옆에 숨어서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자 여우들이 또 우물가로 내려왔습니다.

‘허. 우물을 파놓고 두레박을 준비해 놓았더니 여우들까지도 사용하고 있군.’

농부는 속으로 흐뭇한 생각을 했습니다.

여우들은 물을 마시며 떠들면서 잠시 소란을 피우더니 산으로 몰려갔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다른 여우들이 몰려갈 때 뒤에 남는 여우들이 몇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여우 대장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두레박에 얼굴을 처넣더니 물을 다 마시고 난 뒤에 두레박을 기둥에다 힘껏 부딪쳐서 깨뜨려 버렸습니다.

“제발 그런 짓 좀 하지 말라고.”

다른 여우들이 말렸지만 여우 대장은 낄낄거리면서 듣지 않았습니다.

‘옳거니, 바로 저 놈이었구나. 저 놈이 이 우물에 무슨 원한이 있어서........’

농부는 이렇게 생각하고 곧 집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두레박 만드는 목공소로 가서 여우가 한 번 얼굴을 넣으면 빠질 수 없도록 튼튼하게 만들어달라고 주문을 했습니다.

두레박이 다 만들어지자 농부는 다시 우물가에 갖다 두었습니다.

밤이 되자 농부는 몽둥이를 하나 들고 나무 뒤에 숨어 있었습니다. 잠시 후 여우 떼들이 왁자지껄 떠들면서 또 나타났습니다.

여우 대장은 역시 전과 같이 머리를 두레박에 파묻고 물을 마시더니 두레박에 얼굴을 넣은 채 땅바닥에 힘껏 부딪쳤습니다.

우당탕, 퉁탕.

두레박은 둔탁한 소리를 내었습니다.

그러나 두레박은 깨어지지 않고 두레박 안의 넣은 머리는 빠지질 않았습니다.

여우는 한 번 더 땅바닥에 부딪혀 보았습니다.

두레박을 땅위에 부딪칠수록 점점 더 머리는 깊이 박혀서 이제는 머리를 뺄 수가 없었습니다.

“어? 어어? 이거 왜 이러지?”

여우 대장이 깜짝 놀라 머리를 이리 저리 흔들어 보았습니다.

“네 이놈 잘 됐다. 밤마다 두레박을 깨어 놓은 놈이 바로 네 놈이었구나. 어디 한 번 이 몽둥이 맛 좀 봐라.”

농부가 들고 있던 몽둥이로 여우의 몸뚱이를 내리쳤습니다.

“으악! 으아악.”

여우가 펄쩍펄쩍 뛰면서 비명을 질렀습니다.

농부의 몽둥이는 계속 여우의 몸을 두드려댔습니다.

“으악, 도와 줘. 얘들아, 나 좀........”

여우 대장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습니다. 두레박을 뒤집어써서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는 방향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허겁지겁 달아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웅덩이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겨우 농부의 몽둥이에서 벗어났습니다.

“재미있다면서?”

“우리가 그렇게 말렸을 때 듣지 않고 계속 그런 짓을 하더니 잘 됐다.”

산속으로 먼저 달아났던 여우들이 놀려댔습니다.

여우 대장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평생 동안 두레박을 쓰고 허우적거리며 살아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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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修行心 | 작성시간 14.08.13 아이로 돌아간 느낌으로..읽어요.
    고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이슬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8.14 감사합니다.
    주변에 아이들이 있으면 읽어주세요.
  • 작성자석향산 | 작성시간 14.08.14 _()_
  • 답댓글 작성자이슬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8.14 좋은 하루 되십시오.
  • 작성자dj덕조 | 작성시간 14.08.15 동화와 답글 모두가 정말 잼있네요
    마음씀씀이를 되돌아 보게 합니다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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