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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불교방

열매야,나오너라 1

작성자이슬기|작성시간14.08.14|조회수66 목록 댓글 8

열매야, 나오너라.

 

 

어느 마을에 수행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젊어서부터 열심히 공부를 했기 때문에 지혜가 아주 뛰어났습니다.

게다가 철 아닌 과일을 얻는 주문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한겨울에도 날마다 아침 일찍 바구니를 들고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오늘은 이 나무가 좋겠군.’

수행자는 숲 속에 서 있는 알라나무 앞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일곱 걸음 떨어진 곳에 서서 그 주문을 외우면서 물 한 그릇을 나무에 부어주었습니다.

그러자 마른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고 새 잎이 스멀스멀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있는 다른 나무들은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는데 수행자가 주문을 외운 나무만이 진한 녹색 빛을 띠며 잎이 자라났습니다.

잎이 어느 정도 자라자 이번에는 가지마다 예쁜 꽃봉오리가 맺혔습니다.

꽃봉오리가 차차 벌어지면서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탐스럽고 우아한 연분홍 꽃송이였습니다.

수행자는 계속 주문을 외었습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열매야, 나오너라.”

그러자 곧 꽃잎이 떨어져 바람에 눈처럼 날리고, 그 자리에서는 열매가 맺히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먹음직스런 큰 과일이 되었습니다.

달콤한 향내가 사방으로 퍼졌습니다.

투둑,

툭.

과일은 나뭇가지를 두드리면서 떨어졌습니다. 과일을 다 떨어뜨린 나무는 다시 잎을 다 떨군 겨울나무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수행자는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허리를 굽혀 나무에게 절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갖고 간 바구니에 과일들을 주워 담았습니다.

“으흠.......아주 먹음직스럽게 잘 익었군.”

수행자는 과일들을 시장에 내다 팔았습니다.

“과일이요. 과일, 한 겨울에 갓 따온 과일.”

수행자가 이렇게 외치자 시장 사람들은 너도 나도 달려 나와 과일을 사 갖고 갔습니다.

수행자는 그 돈으로 늙으신 부모님을 위한 먹을 것도 사고, 살림살이에 필요한 물건도 샀습니다.

그 무렵.

마을에는 여기 저기 다니면서 학문을 닦다가 들어온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젊은이도 어느 날 수행자가 파는 과일을 사 먹어보았습니다.

그리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한 겨울에 이렇게 맛있고 싱싱한 과일을 구할 수 있다니 저 수행자는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이 겨울에도 이런 과일을 구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무슨 비밀이 있을 거야. 나도 그걸 알아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한 젊은이는 몰래 수행자의 뒤를 밟아보았습니다.

수행자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숲으로 올라갔습니다.

씽.

오늘따라 바람이 몹시 세게 불었습니다.

나뭇가지에 쌓였던 눈들이 바람에 흩어졌습니다.

‘어제 저 나무의 과일을 땄으니 오늘은 이 나무가 좋겠군.’

수행자는 불어오는 눈보라를 피하면서 나무 밑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중얼중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주문을 외우고 있구나. 나도 저런 주문을 배우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귀를 쫑긋하고 엿들었으나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눈보라를 실은 바람 때문에, 수행자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너무 작기 때문에, 그리고, 수행자가 외우는 주문이 길기 때문에.

“........수리수리 마하수리.......열매야, 나오너라.”

수행자의 주문에 따라 잎이 돋아나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고, 열매가 고운 빛을 띠며 먹음직스럽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세상에.......세상에.......어쩌면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본 젊은이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열매가 다 떨어지자 수행자는 허리를 굽혀 합장 인사를 하고 열매를 바구니에 주워 담았습니다.

‘꼴깍. 정말 저 주문을 배워보고 싶다.’

젊은이는 수행자가 숲을 떠나기 전에 얼른 산에서 내려 와 수행자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집에는 수행자의 부모와 아내가 있었습니다.

“도사님을 뵙고 싶어서 왔습니다. 도사님은 어디 가셨습니까?”

젊은이는 다 알고 있으면서도 시치미를 뚝 떼면서 물었습니다.

“숲 속에 갔습니다.”

“이 겨울에 숲 속에는 왜요?”

“아, 과일들을 따러 갔어요.”

“이 추운 겨울에 무슨 과일이 있습니까?”

“우리 남편은 한겨울에도 과일을 열리게 하는 주문을 알고 있거든요.”

“아, 그렇군요. 부인께서도 그 주문을 알고 있습니까?”

젊은이는 부인이 알고 있으면 잘 꾀어서 알아낼 셈이었습니다.

“어머나, 그런 중요한 주문이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한테도 통하겠습니까? 저는 한 마디도 모릅니다. 왜요? 알고 싶으십니까?”

‘이크, 저 부인도 학문이 상당히 높구나. 내 말 한 마디로 내 마음을 알아버리다니.’

젊은이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가시는 게 좋을 거예요. 당신 같은 분들이 많이 찾아왔었는데, 모두 실패하고 내려갔거든요.”

“그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저는 아무리 어렵더라도 참아낼 수 있는데.......”

“글쎄요. 그럼 한 번 기다려 보세요.”

“고맙습니다. 부인은 참 예쁘고 친절하시군요.”

바로 그때 수행자가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젊은이는 얼른 달려 나가 수행자가 들고 오는 바구니를 받아 들었습니다.

“뉘시오?”

“아,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주문을 배우고 싶다고 찾아온 분이래요.”

젊은이가 허리를 꾸벅하면서 인사를 했습니다.

“나중에 실망할 텐데.......지금까지 우리 집에 찾아왔던 분들은 모두 실망하고 돌아갔습니다. 그 주문은 까다롭고 힘이 들어서 쉽게 배워지는 게 아니거든요.”

“제자로 받아만 주신다면 정말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젊은이가 다시 한 번 꾸벅 절을 했습니다.

“있고 싶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소. 그러나 이 주문은 아무나 외울 수 있는 게 아니랍니다. 어느 정도 학문이 깊어져야만 외울 수 있다오. 나중에 그냥 내려갈 일이 있더라도 내 원망은 마시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공연히 세월만 낭비했다고, 나보고 이렇게 어려운 것이라고 왜 진작 말해주지 않았느냐고 원망하면서 내려간 사람들이 지금까지는 많았거든요.”

그날부터 젊은이는 수행자의 집에 머물면서 수행자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어때요? 이번에는 정말 각오가 단단한 사람이 온 것 같은데요.”

그날 밤 아내가 수행자에게 말했습니다.

“각오는 단단히 되어 있지만 저 사내의 관상을 보니 인간성이 틀려먹은 것 같아서 안 될 것입니다. 사람의 바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주문 같은 것은 결코 통하지 않거든요.”

“인간성이요? 오늘 당신의 과일 바구니를 받아주지 않았나요? 그리고 나보고도 예쁘고 친절하다고 칭찬해 주었는데.”

“그게 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눈속임이요. 당신도 주의하시오.”

한편 젊은이는 그날부터 정말로 열심히 수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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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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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이슬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8.14 곧 준비하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 작성자법안(法眼) | 작성시간 14.08.14 관세음보살
  • 답댓글 작성자이슬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8.14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염화미소 | 작성시간 14.08.14 나무아미타불_()_
  • 답댓글 작성자이슬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8.14 곧 속편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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