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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불교방

가을 동화 1

작성자이슬기|작성시간14.08.24|조회수53 목록 댓글 6

가을 동화

 

1.

뽀얀 안개비가 내렸어요.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마을은 뽀얀 안개에 휩싸여 흡사 환상 속에 나오는 성 같이 보였습니다. 마을뿐이 아니었어요.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뒷산도, 마을 저 앞으로 보이는 냇가도 모두 환상 속에 나오는 그림처럼 아른거렸습니다.

석이는 어서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들고 있던 피리를 불었습어요.

삘리리---.

피리 소리가 끈적끈적하게 안개비 속으로 흩어졌어요.

피리 소리를 듣고 염소들이 석이 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다른 날 같으면 쫄랑쫄랑 모여들었을 염소들이 오늘은 벌써? 하는 눈빛으로 좀처럼 몰려들지를 않았어요. 그러면서 눈앞에 있는 풀들을 뜯어먹느라고 정신이 없었지요.

하기야 다른 날 같으면 아직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아니었어요.

그들은 양쪽 배가 통통하도록 풀을 뜯어먹어야 했고,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거든요.

매애---.

그들은 아직 돌아갈 때가 아니란 듯이 고개를 흔들면서 울음소리를 냈어요.

 

2.

"비가 오고 있잖아."

석이는 하늘을 쳐다보았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새파랗던 하늘에서 하염없이 안개비가 내렸어요.

"가기 싫단 말이지? 좋아, 그럼 더 뜯어먹어."

석이는 피리를 옆구리에 끼면서 주머니 속에 손을 찔러 넣어 보았어요. 집에서 나올 때 양 주머니 불룩하게 넣었던 풋대추의 매끈한 살갗이 만져졌습니다.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지?'

석이는 대추 하나를 꺼내어 입안으로 넣고 꾹 깨물었어요.

달콤한 단물이 입안 가득 사르르 고였어요.

비는 여전히 조금 전처럼 그렇게 내리고 있었어요

바람이 살짝 불자 노랗게 물들기 시작한 은행잎이 하얀 안개비를 홈빡 뒤집어 쓴 채로 퍼들거렸습니다.

'가을은 어디에서 오는 거지?'

석이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보았어요.

그리고 고개를 길게 빼어 안개비에 묻힌 사방을 둘러보았어요.

안개비에 가려져 가까운 곳만 조금 어룽거렸을 뿐,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3.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녹색이었던 은행잎이 누릇누릇하게 물들어 가는 것을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신비했어요. 은행잎뿐만이 아니었지요.

마당가에 있던 감나무 이파리도 주홍빛으로 물이 들고, 들판에 곡식들도 누렇게 물이 들고.....

사람들마다 가을이 온다고 이야기했어요.

"벌써 가을이 오네."

"세월은 참 빨라, 가을이 왔구만."

석이는 그 말들이 참 궁금했어요.

'가을이 오다니.....도대체 가을은 어디에서 어떻게 올까?'

꽤액!

안개비 저쪽에서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지나가고 있었어요.

비가 오지 않았으면 꼬리에 유리창이 총총히 박힌 졸개들을 데리고 달리는 기차 머리가 보였겠지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고개 넘어 저쪽에서 달려오는 기차처럼 그렇게 가을이 오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어딘가에는 가을을 만드는 누군가가 있을 거야.'

기차는 긴 여운을 남기고 벌써 지나갔지만 석이의 머리 근처에서는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고 있었어요.

'찾아 가 봐? 가을이 어디에서 오고 있는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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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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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이슬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8.25 고맙습니다. 행복하십시오.
  • 작성자염화미소 | 작성시간 14.08.24 감사합니다_()_
  • 답댓글 작성자이슬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8.25 오늘도 즐거운 날 되십시오.
  • 작성자修行心 | 작성시간 14.08.24 고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이슬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8.25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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