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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불교방

가을 동화 2

작성자이슬기|작성시간14.08.27|조회수58 목록 댓글 6

4.

 

석이는 두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어요.

자꾸만 걸어가 보면 어딘가에서 가을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거든요.

뽀얀 안개비가 여전히 계속되었어요.

바람이 지나면 안개비가 바람에 펄럭이는 옷감처럼 흐느적거렸습니다. 안개비가 옷자락처럼 펄럭거리는 곳에는 무더기로 핀 작은 들꽃들이 가만가만 속살거리고 있었어요.

빨강, 노랑, 주황, 보라, 하양......

그들은 하얀 이를 가지런히 드러내 놓고 구김살 없이 웃는 소녀들처럼 참 예뻤어요.

석이는 어느 새 꽃송이 위로 살짝살짝 걷고 있었습니다.

바닥에 양탄자처럼 깔려 있는 들꽃들, 아름드리 커다란 나무들, 나무 사이에 앉아 있는 크고 작은 바위들. 바위 사이로 흐르는 맑은 물....... 이들은 석이가 즐겨 읽는 동화책 속의 환상의 나라 궁전 같이 느껴졌어요.

'저 속에 오두막집이 있고, 오두막집에는 괴물에게 납치 당한 아주 예쁜 공주가 살고 있을 거야. 내가 지나갈 때 구해 달라고 손을 흔들지 몰라. 그러면 나는 괴물을 처치하고 그를 멋지게 구해줘야지.'

석이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안으로 들어가 보았어요.

"으음, 으으음, 살려 줘."

어디선가 가냘픈 신음 소리가 들렸어요. 석이는 소리나는 쪽으로 급히 달려가 보았어요.

 

5.

 

커다란 바위 옆에는 할아버지 한 분이 쓰러져 있었어요. 찢어진 모자, 다 떨어진 허름한 옷, 떨어진 구두, 옆에 함께 넘어져 있는 지팡이.....

찢어진 모자 틈새로 제멋대로 흩어진 머리칼이 불쑥불쑥 나와 있었고, 구두 사이로는 때가 꼬질꼬질한 발가락이 삐죽하게 나와 있었어요.

석이는 잠시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어요.

'아주 예쁜 공주를 만나야 하는데 꼭 마귀 할아범 같은 사람을 만나다니.....'

"나 좀 살려 줘, 배가 고파서 쓰러졌어. 먹을 것을 좀 달라고."

할아버지가 눈을 부스스 떴어요. 유난히 큰 코에다 툭 쏘아보는 눈빛이 무서워보였어요.

석이는 표정을 고쳤어요.

남을 도와 줄 때에는 도움을 받는 사람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생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는 아빠의 말씀이 생각났기 때문이었지요.

석이는 한 손으로 주머니 속에 있는 대추를 모두 꺼내어 할아버지에게 내밀었어요.

할아버지가 벌떡 일어났어요. 그리고 석이가 꺼낸 대추를 두 손으로 빼앗다시피 움켜잡더니 아주 빠른 속도로 입 속으로 집어넣어 우두둑 우두둑 소리가 나도록 먹기 시작했어요. 씨앗까지 모조리 가루로 만들어 삼키는 것 같았지요.

'몹시 배가 고팠나 봐.'

석이는 얼른 한쪽 주머니에 있던 대추까지 몽땅 꺼내어 할아버지에게 내밀었어요. 마음이 뿌듯해졌어요.

남에게 무엇을 아낌없이 나누어준다는 게 이렇게 즐거울 수가 있을까, 하고 석이는 생각해 보았지요.

 

6.

 

그 때 할아버지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어요.

"고맙다. 넌 정말 착한 마음을 가졌구나. 그런데, 너, 지금 어디 가는 길이냐?"

"......가을이 어디에서 오는가 보려고 찾아가는 길이었어요."

"갈 필요 없다. 네 마음을 보렴. 가을은 착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 마음 속에서부터 오는 거란다."

"마음을 보라고요? 마음이 어떻게 보여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기 자신은 자기 마음을 볼 수 있지. 남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것 같아도 자기 자신만은 알 수 있거든."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누구세요?"

"나? 그냥 지나가는 나그네란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요술 할아버지 같아요."

"마음대로 생각하렴."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찾아 짚더니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어요.

금방 안개비 속 저 멀리 갔어요.

갑자기 뽀얀 안개비 속으로 어둠이 곰실곰실 다가오는 게 보였어요.

'응? 내가 정말 환상 속으로 들어갔었나? 그 할아버지는 누구였을까?'

석이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손에 들고 있던 피리를 입에 물었어요.

삘릴리, 삘릴리----.

안개비 속으로 흩어지는 피리 소리가 경쾌했어요. 염소들이 몰려들었어요.

"이젠 가야지."

석이는 어둠이 곰실곰실 몰려오는 안개비 속으로 염소들을 몰기 시작했어요.

마을에 불이 하나 둘 켜지고 있었어요

환상의 나라 속에 켜지는 별빛 같은 불빛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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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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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이슬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8.28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법안(法眼) | 작성시간 14.08.27 관세음보살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이슬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8.28 늘 고맙습니다.
  • 작성자修行心 | 작성시간 14.08.27 고맙습니다...
    관세음보살_()_
  • 답댓글 작성자이슬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4.08.28 나무아미타불.......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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