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 급한 의사
어느 나라에 임금님이 병환이 났습니다. 나라 안에 용하다는 많은 의사들이 임금님의 병을 고치려고 온갖 치료를 다했으나 병은 좀처럼 낫지를 않았습니다.
이웃 나라에 용하다는 의사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얼른 그 의사를 모셔왔습니다.
그 사람은 정말로 명의였습니다.
임금님을 이리 저리 진찰해 보더니,
“우유를 잡수시고 체하셨군요? 이 병에는 무 즙과 배 즙을 섞어서 잡수시면 금방 낫게 됩니다.”
하고 말했습니다.
당장에 시녀들이 무 즙과 배 즙을 만들어 왔습니다.
임금님의 병은 그것을 먹고 나자 거짓말처럼 깨끗이 나았습니다.
임금님은 물론 나라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기뻐했습니다.
임금님은 어떻게 하면 그 은혜를 갚을 수 있을까 하고 궁리한 끝에 신하들에게 돈 천 냥을 주어서 의사의 고향에 좋은 집을 한 채 지어 주라고 시켰습니다.
신하는 곧 의사의 고향으로 내려가서 커다란 집을 지어 주고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의료 도구도 새로 마련해 주었습니다.
주위의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 지어진 집은 정말로 으리으리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집 주위에 목장과 과수원도 마련해 주었습니다.
신하들이 모두 마련해 주고 돌아오자 임금님은 의사를 불러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했습니다.
‘아니, 그토록 오랫동안 못 고치던 병을 고쳐주었는데 아무 보상도 하지 않고 그냥 돌아가라고 하다니......’
임금님의 뜻을 알 수 없었던 의사는 몹시 못마땅했습니다.
그래서 임금님에게 치료비를 달라고 했습니다.
“얼마나 주면 될꼬?”
“예, 백 냥은 주셔야지요.”
의사는 약간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그래, 더는 필요 없고?”
“예. 그 정도면 됩니다.”
임금님은 빙그레 웃으며 의사에게 백 냥을 주었습니다.
의사가 집 가까이에 이르자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멋진 집이 있었습니다.
“아니, 내가 없는 동안에 아주 멋진 집이 한 채 생겼군요? 누가 이렇게 으리으리한 집을 지었답니까?”
의사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거요? 글쎄요. 내가 듣기로는 어떤 의사의 집이라고 하던데.”
‘어떤 의사의 집? 누가 또 의사가 되어 이 마을로 이사를 왔나?’
의사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여보. 당신 이제 오시우?”
저쪽에서 부인이 의사를 보고는 달려왔습니다.
“그렇소. 그런데, 저 집에 누가 이사를 왔소? 의사네 집이라고 하던데.”
의사가 큰집을 가리켰습니다.
“이사를 오기는요? 저 집이 바로 우리 집이에요.”
“우리 집?”
“어머, 당신, 여태 모르고 있었수? 당신이 임금님의 병환을 치료해 주었다고 내리신 상이라고 하던데요.”
‘아차, 그랬었구나.’
의사는 그제서야 성질 급하게 투덜거리며 임금님에게 치료비를 내놓으라고 했던 것을 후회했습니다.
그리고는 임금님이 있는 궁전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