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제자
베토벤이 어느 지방 도시로 여행을 갔을 때였다.
그 지방 음악가가 연주회를 한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포스터에는 ‘베토벤의 제자 o o o의 연주회’라는 문구가 들어 있었다.
“아니, 저럴 수가 있나? 저거 완전히 사기꾼 아니야.”
같이 갔던 친구가 펄펄 뛰었다.
“그 사람에게 가보세.”
“그럼, 가야지. 가서 혼을 좀 내주어야지. 어떻게 남의 이름을 몰래 도용해서 저런 연주회를 한단 말인가?”
두 사람은 그 연주가의 집으로 찾아갔다.
“죄송합니다.”
찾아 온 사람이 베토벤이라는 것을 안 그 연주가가 하얗게 질린 얼굴을 푹 숙였다.
“죄송하다니? 이래도 되는 거요? 아니, 어떻게 한 번도 배우지 않은 사람이 베토벤의 제자라고 광고를 낼 수가 있느냐 말이오! 이건 사기 아니오!”
옆에 따라온 친구가 화를 버럭버럭 내며 소리를 질렀다.
“이 친구야, 좀 가만있어. 자네 이번에 연주할 곡을 한 번 쳐보겠나?”
베토벤은 화를 내며 펄펄 뛰는 친구를 제지하면서 연주가를 향해 조용히 말했다.
연주가는 피아노 앞에 앉더니 떨리는 손으로 피아노 건반을 치기 시작했다.
“잠깐, 그 부분은 조금 빠르지 않는가? 조금 여유를 갖고 천천히 쳐야지.”
“예. 선생님."
연주가가 그 부분을 다시 쳤다.
“됐네. 나는 자네를 가르쳐 주었고, 자네는 내가 가르쳐 준대로 쳤으니 이제 자네는 내 제자일세. 두려워하지 말고 연주회 잘 하게.”
베토벤은 그 연주가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선생님.”
연주가는 너무나 감격해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아니, 이 사람......”
친구가 베토벤을 쳐다보면서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