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어떤 사람이 지성으로 경전을
베껴 쓰는데, 얼마나 일심으로 전념했던지
오직 베껴 쓰는 데만 정신이 팔려 다른
에고의 감정이나 생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날이 이미 어두컴컴해졌는데도
어두운 줄 모르고 여전히 쉬지 않고 계속
경전의 내용을 거침없이 베껴 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옆에 와서
“날이 이렇게 어두컴컴해졌는데 불도
전혀 켜지 않고 어떻게 그렇게 경전을
베껴 쓸 수 있습니까?”라고 놀라 물었다.
그러자 경전을 쓰던 사람은 그만 에고의
감정 생각이 생기면서 더 이상 베껴 쓸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밝고 어둡다고 하는 분별의 생각은 중생들의
한계를 짓는 허망한 견해이자 속된 감정이다.
그래서 일심으로 전념할 때는 망상과 감정이
모두 텅 비어 버려 오직 경전 베껴 쓰는 것만
극도로 집중하여 날이 어두워진 줄도 모른 것,
또 날이 어두워지면 빛이 없어 글씨를 쓸 수
없다는 한계 짓는 생각조차 모른 것이다.
그러다가 남이 옆에서 끄집어 흔들면서
그만 무명이 생겨나고 감정이 일어난 것,
망상이 움직이자 광명과 암흑이 즉각 확연히
구별되고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수행공부의 길은 정말로 분명하게
몰입하는데 정성을 기울이는 것에 있는 것이다.
에고의 감정이 일지 않아 무념무상하다면
한계를 짓고 변별하는 사견(邪見)이 있겠는가.
사견이 없다면 그것이 바로 올바른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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