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부처님 오신 날
옛날에 아주 가난한 청년이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답니다.
그런데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다른 사람들은
야단법석들을 하는데, 그 청년은 너무 가난해서
어떻게 할 수가 없더랍니다.
저녁이 되어도 기름이 없어서 불도 못 켜 놓고
깜깜한 밤에 문을 열어 놓고 있다가 문을 닫고
자고는 그 이튿날 아침에 나무를 하러 지게를
지고 가는데 발에 뭐가 걸리적거리더랍니다.
그래서 보니깐 큰 돌이더랍니다.
그래서 그걸 캐서 보니까 조그마한 미륵이더랍니다.
그러니까 미륵부처님이 땅에 묻혔는데 그 총각이
캐낸 거죠.
캐내 가지고선 물에다 넣고는 깨끗하게 씻어서는
일으켜 세워서 돌을 놓고서 앉혀 놓으니깐 아주
희한한 부처님이 오셨더랍니다.
그래서 그 청년은 너무나 좋은 거예요.
부처님 오신 날이라고 해도 가난해서 불도 못 켜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기는 부처님을 모셨으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래서 그냥 울었답니다.
울면서 가난하기 때문에 어머니가 편찮으셔도
장가를 못 들어서 식사도 못 해 드린다는 것을
얘기하면서 장기판을 하나 만들어 가지고선
장기를 두자고 그랬답니다.
부처님께 말입니다.
장기를 두자고 하니깐 '그래' 하면서 자기가 또
대답을 하는 거죠.
자기가 말을 하고 자기가 대답하고, 장기를
놓고도 자기가 대답하고 자기가 말하고.
그렇게 하면서 '부처님이 만약에 지시면 나 장가도
들게 해 주시고 어머니 병도 낫게 하시고 집안을
좀 살게 해 주시고, 만약에 제가 지면은 어디서
얻어서라도 음식을 차려드리겠습니다' 이랬거든요.
그러면서 또 '그럼 그렇게 해라' 하고 자기가 대답을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참 했는데 정직하게, 아주 자기 꺼나
부처님 꺼나 정직하게 놔서 했는데 아슬아슬하게
자기가 이겼거든요.
그러니까 부처님더러 '꼭 약속한 대로 해 주십시오'
하고선 앉았다가 '내가 엉뚱한 짓을 한 거지. 엉뚱하게
부처님한테 말씀을 한 거지. 부처님이 뭘 알아서 우리
같은 사람을 살려 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비스듬히
나무에 기대서 잠이 들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꿈에 그 부처님이 일어나시더니 "너는 장기를
둬서 이겼으면서도 왜 여지껏 드러누워 만 있느냐!
요 넘어 절에 가면 너의 색시가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다.
그러니까 빨리 가봐라."
하는 소리를 듣곤 그 절에 가다가 그만 발에 돌이 채여서
넘어졌습니다.
넘어져서 깨보니까 꿈이더란 말입니다.
'아 ,이건 꿈이 아니야. 꼭 부처님 오신 날 오셔서 나를
살려주시는 거야' 하고 생각하고는 그 길로 그 너머 절에
가니까 색시가 탑을 돌더라는 얘기입니다.
탑을 돌면서 어저께 저녁에 밤에 잘 때 꿈에 '여기 가면은
신랑이 있을 거라고 그래서 왔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나는 색시가 있다고 해서 왔다고 했습니다.
그냥 부부로서 부처님께서 부처님 오신 날 맺어 준 모양이라고
하면서 둘이 시집 장가가고, 갔다 오니깐 어머니도 병이
씻은 듯이 나으시고 또 이웃에서, 동네는 없지만 아랫동네에서
밭을 몇 뙈기 주면서 마름(지주 대신에 소작지를 관리하는
사람)으로 해 먹으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잘 살았는데 그 사람은 정직하게
했으니깐 그렇게 하고 사는데, 그 동네에 아주 가난한
사람이 있는데 아주 마음이 고약하고 나쁘더랍니다.
그 나쁜 사람은 부처님한테 와서 또 장기를 두기 시작을
하면서 아주 자기 좋은 대로만 해 가지곤, 엉뚱하게 좋은
집으로 알고 가서 색시를 만나서 잠이 들었는데, 자다가
보니깐 지붕 위로 모두 사람들이 가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떠억 깨서 보니깐 개천 밑이래요.
개천 밑에 있는 큰 집이 좋아서 거기서 잤는데 아주 벌을
받았다는 얘기죠.
그러니까 그냥 보통 얘기이지만 그게 그냥 보통 얘기가
아닙니다.
#묘공대행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