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불. 극락으로의 초대
나의 염불 수행과 선화 상인 도량과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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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염불 수행에 대해
진지하게 몰입하게
된 것은 LA 한의대 재학 당시,
대만의 어떤 스님과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선(禪)에 관한 법문을 많이 들으면서
몸은 비록 사회에 몸담은 재가인이나
마음은 언제나 좌선을 갈구하던 터라,
그때만 해도 중국 스님이 내게 들려준
염불 법문은 참으로 생소하게만 느껴졌다.
그분은 나에게 우리의 식심( 識心)은
찰나지간에 900회의 생멸을 지급하므로
염불 수행이 아니면 제어하기 힘들며,
또한 지금은 말법 시대라 뛰어난
선지식을 만나기가 너무도 어렵기에
염불 수행이 안전하며.
비록 선수행이 깊어져
자신이 어느 태 속에
들어갈지를 안다 할 지라도
생사 그 자체를 초월하기는
실로 쉽지 않음을 절실하게 알려 주었다.
그리고 한번
우리의 아뢰야식 속에 깊이 새겨진
염불의 씨앗은
금강의 종자처럼
몇 생을 두고 사라지지 않으며
어느 생엔가는 반드시 열매 맺게 되리라는 것,
우리의 인생은 생각보다 길지 않으니,
열심히 염불하여
정토왕생을 기약하라는 말씀을 남기고
스님은 대만으로 돌아가셨다.
그러나 그분이
가신지 채 반년도 지나지 않아서
내게 들려주었던
법문이 하나도
빠짐없이 내 삶에 재현되리라고는
당시 나는 미처 상상하지 못하였다.
염불의 인연은
의외로 빨리 내게 다가왔다.
1997년 한의대 졸업을 앞두고
과로.. 영양실조.. 결
가부좌..등의 원인이 겹쳐
오른쪽 대퇴부에 심한 골절상을 입고
USC 병원의
응급실에 실려 가게 된 것이었다.
너무도 심한 통증 때문에
나는 곧바로
아미타 부처님을 부르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염불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절규에 가까웠다.
낯선 타국의 병동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생사의 관문 앞에,
그간 준비해 온 생사에 대비한
공부가 너무도
미진한 것임을 나는 그때 절감하였다.
수술 직전 나는
대만에 계신 스님과 그 지인에게 조념
----(죽음을 앞둔 사람을 위하여
대신해주는 염불)을
당부하고 수술대에 올랐는데,
그 덕택이었던지
수술 도중 이상한 꿈을 꾸었다.
뿌연 안개 속에서
온통 하얀 옷을 두른 이가 나타나 내 이마를 만져주자
불덩이처럼 뜨겁던 몸이 갑자기 가뿐해졌고,
멀리서 검은 법복을 입은
이들이 줄을 지어 염불을 하는 가운데
나는 땀에 흠백 젖은 옷을
던지고 새 옷으로 갈아입 꿈이었다.
뒤늦게 안 일이지만 골절된 대퇴부의 골입자가
폐색전을 일으켜 아주 위험한 수술을 했다고 한다.
그때서야 나는 염불이
나의 생명을 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무량수경의 말씀 그대로 나는 염불의 감응으로
이생에서 팔십억 겁의 생사 죄를
사면 받고서 새 생명을 얻을 수가 있었으며,
짙은 안개 속에서 뵌
하얀 옷의 그분은 바로 관세음보살이었다.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진심이 우러나서 깊은 참회를 했으며
이후로는 보리도에
회향하는 삶을 살겠다고 발원하였다.
이러한 나의 원과 침회가 불보살님께 통하였던지
몇 년 뒤 나는
선화 상인의 LA 지부 도량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 당시 중국말을 한마디도 못 했던 내가
선화 상인의 도량에서
수행을 하게 된 것은 아마도 염불의 공덕인 듯하다.
중국 스님들께서는 나를 위해
특별히 영문 번역을 곁들여 주셨기에
나는 어렵지 않게
선화 상인의 법문을 접할 수가 있었다.
비록 상인께서 세상에 계시지는 않지만,
그분의 제자 스님들께서는 여전히
하루 한 끼만 먹고 계율을 엄정히 지키며,
날마다
상인의 육 성법문을 경청하기 때문에
만불성성을 비롯한 상인의 지부 도량에는
어디서건 마치 그분이 살아계시는 것 같다.
상인께서는
살아 생전에 수많은 육성법문을 남기셨는데,
그 법문을 통하여 특히 재가 신도들에게는
삼귀의와 오계를 받을 것,
일상생활 속에서
불자의 행실을 다질 것을 역설하셨다.
만불성성에서 삼귀의와 오계를 받는 이는
살생, 투도, 사음, 망어, 음주를 금하는--
오계를 수지해야 하며,
반드시 종신재계를 지켜야 한다.
비단
사찰 내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철저하게 육식과 오신채를 금지하고,
금주와 금연 등 이러한 불자의 기본 규법을
선지식의 가르침을 받들어 조용히 실천해가는
도량의 신도들을
대하면서 나는 많은 감명을 받았다.
어릴 때 한국 절의 산문을 드나들며 보았던
---- '알음알이를 버리라'는 그 말씀도 돌이켜 보면.
상인께서 항상 말씀하시는
---- "불교는 하나를
배우면 하나를 실천하는 것이다."라는 것과
같은 맥락의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일례로 상인의 아미타경 강설.에서도
---"이생에서 정토 .법문을 만날지라도
만약 당신이 계속하여 선근을 심지 않으면,
장래 보리의 열매를 맺을 수 없을 것이다."라는
법문에서 알 수 있듯이,
상인은 불법에 의거하여
수행하는 것이 선근을 심는 것이라 하셨다.
다시 말해 불법은
우리에게 술 마시지 말고, 훔치지 말고,
거짓말 하지 말고, 삿된 음행을 하지 말라는
등등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런 것 을 하나라도
실천하지 못하면
불법의 열매를 맛볼 수 없다는 것이다
상인은 계속해서 말하기를
---"이전에 지은 죄업은
극락세계에 가지고 갈 수있으나,
염불 법문을 안 연후에도
응당 지어서는 안될
죄업을 알면서 계속 짓는다면
이것은 그 죄를 한층 무겁게 하여
비단 극락세계 로 갈수없을 뿐만 아니라
아예 극락세계와는
인연이 없는 것이다."라 고하셨다.
이는 정토에 왕생하는
세 가지 자량 가운데서
특히 실천을 강조 한 것인데,
정토 법문이 비록 말법 시대의
가장 중요한 하나의 법문으로 보편화되어 있고
대업왕생, 지명염불 등의
방법으로 쉽게 닦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와 같은 지혜로운
선지식의 권고를 외면하고서
혼자 전도되게 닦는다면,
자칫 위험한 법문이 될 수도 있는것이다.
중문으로 된
상인의 모든 경전 강설집에는
반드시 쉬운 풀이라는 말이 따르는데.
그 이유는 스님께서 불법의 불모지인
서양세계에서 서양인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불법을 널리 펴고자 알기 쉬운
방편 설법을
하셨기 때문에 그렇게 부른 것이다.
그러나 쉬운 풀이라고 해서
내용이 결코 소흘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자들이 등한시해서는 안될
요긴한 내용만을 모아놓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삼장의 깊고 심오한 뜻을
알기 쉬운 말로 거르고 또 걸러내어서
불법에 무지한 이들이 소화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펴신 상인의 이와 같은 절절한
자비심은 과히
위대한 대승 보살이라고 할 것이다.
이전에 나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전 해설집이나 선문답에 부딪혀 종종
불법수행에서 방향을 못 잡고 헤맨 적이 있었다.
그러던 내게
선화 상인의 쉬운 경전 강설과 법문은
마치 꿈속에서 현장법사가 손오공을 데리고
나의 자성의 집에 찾아와 주신 것이라고나 할까?
불교와 나의 인생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해 주신
선화 노스님이 무척 고맙고
또한 나처럼
인생과 불법에의 많은 갈구와 노력을 쉬지 않는
우리 한국의 불자들이 내 마음에서 잊히지 않아,
나의 중국어 수준이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일이 중한사전을 보고서 번역을 시도해 보았다.
특히 많은 재앙과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염불 법문이 매우 시급한 것 같아서
선화 상인의
여러 법문집 가운데 이 책부터 시작한 것인데.
다행히 각산 정원규 선생님께서
일찍이 선화 상인의 보배로움을 인식하시고서
이미
능엄신주법문과 능엄경 강설을
한국 불자들에게 소개한 바 있으니,
상인의 법문이
이 땅에 전해질 기연이 도래한 듯싶다.
선화 상인의 이 염불 법문을 통하여
많은 불자들이
염불 수행으로 자성의 향광장엄을 이루어
조속히 극락정토에 왕생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LA에서 염불인 이정희 삼가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