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원문을 읽으며
오늘 동안거
백일관음기도 입재를 했다.
예전에는 대절버스를 운행해서
많은 분들이 기도에 동참하셨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그렇게도 못하니
겨우 법당을 채울 정도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올 수 있는
신도님들의
답답함과 불편함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천은사는
한 달에 한번 신중기도 법회를 한다.
처음 이곳에 부임했을 때는
이런저런 기도와
수행 프로그램들을 생각했었다.
그러나 살아보니
시골 산중 사찰의 특성상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초하룻날 기도를 3일간으로 늘려
기도중심의
법회를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한 달에 한 번
유일하게 하는 법회이다 보니
온 마음을 다해 기도를 했다.
우리나라 불자들의
기도방법은 거의 비슷하다.
천수경이나 다른 경전을 독송한 후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고 축원해서 마치는 것이다.
오늘도 기도를 열심히 하고
축원문을 정성껏 읽었다.
고요하게 앉아
가족 축원이 나올 때를 기다리는
보살님들을 보면
거룩한 느낌마저 들었다.
축원문의 내용에는
온갖 소원들이 다 들어있다.
단골메뉴인
‘사대강건 육근청정’
---즉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를 발원합니다’
만 되어도
“부처님 감사합니다.”할 것을
‘관재구설 삼재팔난 사백사병 일시소멸’
도 모자라
‘자손창성 부귀영화 안과태평 복덕구족’
을 추가하고
‘각종시험 준비자 우수성적 무난합격’
을 거쳐
마무리는
만사여의원만 형통지대원’이다.
이 축원문대로라면
이 세상에서
이루지 못할 소원은 없다.
만약 축원하다가
이름이
누락되기라도 한다면 난리가 난다.
어떤 때는 실수로 빠져
다음날 제일먼저
두 번 읽어 드린 적도 있다.
이런 분들께
불교는 인과를 가르치며
마음자리 깨치는 것이 목적이지
복을 비는 것이
아니라고 어떻게 말을 하겠는가?
오직 가족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우리 어머니들의 저 간절함을
어찌 ‘기복’이라며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니라고 하겠는가?
‘즉심시불’을 ‘짚세기불’로 잘못 알아들어도
그 마음만
지극하면 ‘한 소식’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모든 처소에서
기도하는 분들의 그 간절한 소원들이
모두 이루어지길 축원 드린다.
[불교신문3635호/2020년12월5일자]
동은스님
/삼척 천은사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