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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자유게시판

다시 12월에 ----동은스님

작성자고구마감자|작성시간24.12.01|조회수73 목록 댓글 4

다시 12월에  

 

 

얼마 전 정기검진 

하느라 병원에 갔었다. 

 

병원이 늘 그러하듯이 

 

이 육신을 받은 

이상 겪어내야만 하는 

 

픈 중생들의 고통과 

한이 서려 있는 곳이다. 

 

어쩌다 나도 병고가 

끊이지 않는 몸이 되다 보니 

 

병원 드나드는 것이 

예삿일처럼 되었다. 

 

병원에 와 보면 안다. 

 

두 발로 

멀쩡히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힘든 검사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문득 인생의 고난이 

화두가 되어 나가는 

 

층수 누르는 것도 

잊은 채 명하니 서 있었다. 

 

문이 막 달히려는데 

환자를 누인 침대가 들어왔다. 

 

흔히 있는 일이라 

한쪽 옆으로 비켜셨다. 

 

무심코 눈길이 침대로 

간 순간 온몸이 서늘했다. 

 

그랬다. 

 

아마도 오랜 시간 투병을 했음직한 

마른 체구 위에 

하얀 시트가 씌워진 '주검'이었다. 

 

한 엘리베이터안에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나와. 

 

금생의 고단한 몸을 다해 

마친 주검이 같이 선 것이었다. 

 

출가 후 나는 가끔 

초발심의 간절했던 

첫 마음이 퇴색되어 갈 때면 

 

병원 응급실이나 

장례식장을 찾아갔다. 

 

삶과 죽음의 그 현장에서

 

'왜 사는가?'라는 

화두가 온몸으로 꽉 차 

오를 때까지 행선을 하곤 했다. 

 

한때는 이 육신 뭐 그리 

대단하냐며 

초월 한 듯 산 적도 있었다. 

 

그러던 내 앞에 마치

 

''그래. 이럴 땐 어떤 경계냐?" 하며 

꾸짖듯 이분이 나타난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장례식장 쪽으로 가는 

그분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나의 이 힘든 치료의 노력도

 

결국 언젠가는 저렇게 

삶을 마쳐야만 한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준 짧은 순간이었다. 

 

새해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면서 

이러저런 다짐을 했었는데 

 

벌써 한 해가 다 간다. 

 

올해 마지막 날에 

"12월 32일이 있었으면---" 

 

이생의 마지막 날에

 

 "한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하고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 

 

오늘 아침 투덜대며 나선 

출근길이 선물로 

주어진 32일 수도 있고, 

 

다시 삶을 시작하는

기적의 첫날 일 수도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했더라면' 하고 

후회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처절하게 

12월 32일을 살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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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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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뗏목 | 작성시간 24.12.01 나무아미타불 🙏
  • 작성자비천상 | 작성시간 24.12.01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덕분입니다 _()_
  • 작성자지혜의 숲 | 작성시간 24.12.01
    나무아미타불.().
  • 작성자들마을(전법심) | 작성시간 24.12.01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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