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12월에
얼마 전 정기검진
하느라 병원에 갔었다.
병원이 늘 그러하듯이
이 육신을 받은
이상 겪어내야만 하는
아픈 중생들의 고통과
한이 서려 있는 곳이다.
어쩌다 나도 병고가
끊이지 않는 몸이 되다 보니
병원 드나드는 것이
예삿일처럼 되었다.
병원에 와 보면 안다.
두 발로
멀쩡히 걸어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힘든 검사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문득 인생의 고난이
화두가 되어 나가는
층수 누르는 것도
잊은 채 명하니 서 있었다.
문이 막 달히려는데
환자를 누인 침대가 들어왔다.
흔히 있는 일이라
한쪽 옆으로 비켜셨다.
무심코 눈길이 침대로
간 순간 온몸이 서늘했다.
그랬다.
아마도 오랜 시간 투병을 했음직한
마른 체구 위에
하얀 시트가 씌워진 '주검'이었다.
한 엘리베이터안에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나와.
금생의 고단한 몸을 다해
마친 주검이 같이 선 것이었다.
출가 후 나는 가끔
초발심의 간절했던
첫 마음이 퇴색되어 갈 때면
병원 응급실이나
장례식장을 찾아갔다.
삶과 죽음의 그 현장에서
'왜 사는가?'라는
화두가 온몸으로 꽉 차
오를 때까지 행선을 하곤 했다.
한때는 이 육신 뭐 그리
대단하냐며
초월 한 듯 산 적도 있었다.
그러던 내 앞에 마치
''그래. 이럴 땐 어떤 경계냐?" 하며
꾸짖듯 이분이 나타난 것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장례식장 쪽으로 가는
그분 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나의 이 힘든 치료의 노력도
결국 언젠가는 저렇게
삶을 마쳐야만 한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준 짧은 순간이었다.
새해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면서
이러저런 다짐을 했었는데
벌써 한 해가 다 간다.
올해 마지막 날에
"12월 32일이 있었으면---"
이생의 마지막 날에
"한번쯤
다시 살아볼 수 있다면.." 하고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
오늘 아침 투덜대며 나선
출근길이 선물로
주어진 32일 수도 있고,
다시 삶을 시작하는
기적의 첫날 일 수도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했더라면' 하고
후회할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처절하게
12월 32일을 살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