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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의뢰인보다 한술 더 뜨는 명태균 사건 변호사들 / 엄상익 변호사

작성자유당(幽堂)|작성시간24.12.09|조회수120 목록 댓글 2

의뢰인보다 한술 더 뜨는 명태균 사건 변호사들 / 엄상익 변호사  

 

창 밖에는 11월의 늦가을이 지나가고 있다. 겨울을 알리는 냉기 서린 비가 내리고 있다.

 회색 구름으로 덮인 하늘 아래 바다가 말을 잃은 채 우울하게 누워 있다.

 방파제 끝에 있는 자그마한 남자의 뒷모습 같은 무인 등대에서 노란 불빛이 명멸하고 있다. 

잔잔한 찬송가의 멜로디가 파문을 일으키면서 방안에 출렁이고 있다.

 내가 맞이한 오늘 아침의 모습이다.

요즈음 뉴스 화면에서는 '명태균'이라는 남자가 온 세상을 흔들어 놓고 있다. 

대통령의 부인과 친했다는 걸 배경으로 막말을 설사같이 쏟아내고 있다.

 자신의 처지와 분수를 넘어선 것 같다. 살아있는 권력에 가까이 있으면

 그렇게 자기도취에 빠지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런데 명태균 사건의 변호사들이 한 술 더 뜨는 것 같다.

 여기저기 방송에 출연해 정치판에 균열을 일으키는 파열음을 일으키고 있다. 

의뢰인을 위한 대리전인지 아니면 자신이 뜨기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대통령 부인부터 시작해서 연관된 사람들이 자기 관리를 못하는 것 같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자신을 어떻게 관리해 왔을까 살아온 길을 되돌아본다. 

장애물이 가득 설치되어 있는 트랙 같기도 하다. 

인생길에 버려져 있던 똥을 밟고 미끄러진 적도 있는 것 같다.

지금도 어제 일어난 것처럼 기억에 생생한 사건이 하나 있다. 

30년 전쯤 언론에서 '대도'라는 이름을 붙여준 상습 절도범의 재심 사건을 맡은 적이 있다.

 언론이 반짝 관심을 보였다. 절도범이 아니라 그가 숨어 들어간 정치인이나 

장관, 재벌가의 금고 속이 궁금했던 것 같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절도범의 입을 통해 알게 된 그 시절의 처참했던 

인권 유린이었다. 그런 얘기는 법원도 언론도 재미없어 했다. 

정의나 인권이란 단어를 쓰면 세상은 시큰둥해하는 것 같았다. 

나는 세상의 관심을 끌기 위해 다른 미끼를 던져 보았다. 

김종필 총리의 집 비밀창고에 르누아르의 작품과 미국 대통령에게서 받은 

선물이 있다는 가십거리를 던졌다. 기자들이 벌떼같이 몰려들고 방송국의 

카메라들이 검은 렌즈들을 내게 들이댔다. 상업주의 황색 언론의 속성이었다. 

경제부총리 집에 있는 거액의 유가증권이나 재벌가의 보석 더미가 세상을 

태울 수 있는 불쏘시개라는 걸 알았다. 그런 얘기들만 좋아하고 흥분하는 

경박한 세상이었다. 호기심의 뒤에는 나에 대한 야유와 빈정거림이 나타났다. 

한 방송에서 사회자와 패널들이 나를 두고 이런 말을 했다.

"별 볼 일 없는 변호사가 스타 범죄자를 맡은 걸 계기로 한번 떠보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들의 눈을 통해 본 나의 모습이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눈이 있었다.

 내가 보는 나와 남이 보는 내가 있다. 적이 보는 나의 모습도 있다.

 모두가 보는 눈이 다르다. 내가 나를 보는 눈은 믿을 수 없다.

 불륜도 로맨스로 보는 자기합리화의 색깔이 가득 끼어 있기 때문이다. 

적이 보는 눈이 더 예리하고 정확할 수가 있었다. 증오와 야유의 거품을 걷고 보면 말이다.

 나를 객관화하기 위해서는 적의 평가에 귀를 기울여야 맞을 것 같았다.

 그래야 내 눈이 열리고 귀가 뚫릴 것 같았다.

나는 '정의의 붓으로 인권을 쓴다'는 변호사의 길을 가고 싶었다. 

변협회관 로비의 벽에 새겨진 구호다. 내가 본 불의를 시간과 공간의 벽을 넘어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나는 언론에 당근을 던져주고 인권 문제를 덤으로 써달라고 부탁했었다. 

변호사의 투쟁 전략이었다. 어느 날 담당 검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공명심이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왜 자꾸 교도소 내의 문제점들을 언론에 떠듭니까?"

법조계의 투쟁은 그렇게 변증법적 구조를 가졌다.

 검사의 말처럼 내 행동 속에는 공명심도 들어 있었다.
어려서부터 긴 세월을 함께 지내온 친구가 있다. 예리한 감성과 현명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우정을 유지하면서도 경쟁을 하는 마음을 가지기도 했다. 그가 나에 대해 이런 평가를 했다.

"너는 어려서부터 미련해. 그런데 잘나고 싶어 하지. 그런데 어떤 때는 미련하게

 지르는 게 먹히기도 하는 걸 보면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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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무진장 - 행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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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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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이보명화 | 작성시간 24.12.09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 작성자들마을(전법심) | 작성시간 24.12.09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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