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기도
올해 62세의 김갑주(가명) 씨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도인이다.
갑주씨는
일찍이 약관의 나이에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입산수도하기 위해
속세와 인연을 끊고
산으로 들어와 평생을
기도하고
명상하며 지냈다고 한다.
그는 인간의 육신을
부정한 것으로 보고
육신으로부터 비롯되는
모든 탐욕과
번뇌를 끊음으로써
마음을 흐리게 하는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참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갑주씨에게도
간절한 소망 하나가 있었다.
바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던 수행으로
얻을 수 있는
여러 신비한 능력 중에
자신의 전생을 알아볼 수 있는
숙명통을 가지는 일이었다.
갑주 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간절히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본시 기도란
한 영혼의 염이고 원이다.
이 염원은
자기를 둘러씨고 있는
영혼의 집단에
작용을 미칠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것의
강력한 반향에 의해서
자신의 자성을 변화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자성이 강해야
인연을 뛰어
넘을 수가 있는데,
그래야만이 자신이
바리는 염과 원을 이루어
절대성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염과 원이
무엇을
향한 것이냐에 따라
반향은
자신의 조상일 수도 있고
산신령일 수도 있으며,
잡귀일 수도 있고
예수나 부처일 수도 있다.
그 반향되어 오는
힘의 성격에 따라서
염원의 실현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그래서
올바른 종교를 선택해서
참된 신앙생활을 하지 못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길로 빠질 수 있는 위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 기도의 세계다.
어쨌든 지금의 갑주씨는
다른 사람의 전생을
꿰뚫어보는 숙명통을 얻어
많은 중생들을
제도하는 위치에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도인이
우리 연구소를 찾은 것은
자신이 가진 영적 능력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자신의 전생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였다.
리딩이 시작됐다.
그러자 진여 씨는
기침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리딩을 청한 사람이
영적으로
많이 오염되어 있을 때
그 사람의 나쁜 기운이
자신의 영적 통로에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행동이다.
질문: 이 사람의
영적 능력은 어디에서 왔습니까?
리딩: 산에서 공부를 하다
죽은 스님의 영혼이 와 있습니다.
질문: 죽은 스님은
이 사람과 어떤 인연입니까?
리딩: 전생에 같은 도반이었습니다.
질문: 도를 공부한 스님이
왜 떠나지 않고
다른 육신에 머물고 있습니까?
리딩: 그 스님은 생전에도
속가의 인연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미망에
가려 구천을 방황하다가
이 사람이 자신을
원해 들어왔다고 합니다.
질문: 그럼 이 사람의 능력은
그 스님과 연결돼 있습니까?
리딩: 그렇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중음계
(사람이 죽은 뒤 49일 동안을 말함)에
머무르는 귀신들은
산이나 물 또는 바위나
큰 나무같은 비인간의 식에
결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속에서는 바로
이런 존재들을 신이라 부릅니다.
질문: 이 사람이
원을 세워 기도한 것은
다른 영적인
존재와의 접신이 아닌,
자성의 힘을 강하게 하여
절대성의 세계(진여의 바다)로
나아가는 것이었는데
어디에 잘못이 있습니까?
리딩: 이 사람에게는 잘못이 없습니다.
다만 이 사람이
과거생에 지은 업력의 힘이
지금의 생과 연결돼 있어
잠시 접신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을 뿐입니다.
질문: 이 사람의
과거생을 설명해주십시오.
리딩: 이사람은
과거생에 법력이 아주 높은
큰스님을 시봉하는 상좌승이었는데
그때 큰 스님의 위명을 등에 업고
불자들에 온갓
감언이설로 지은 카르마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 업력의 통로를 따라
죽은 스님의 영혼이 들어와 있습니다.
질문: 어떤 카르마입니까?
리딩: 큰스님이 돌아가신 후
자신을 따르는
속가의 인연을 따라 환속했는데
그때 큰스님의 상좌라는 명분을 앞세워
그릇된 신통술로 많은 중생들을
현혹시킨 구업으로 지은 카르마입니다.
질문: 만약 이 사람이 원하고
진여씨가 옆에서 도와준다면
그 스님의 영혼을 보낼 수 있습니까?
리딩: 닮은것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작용합니다.
이 사람은 지금의
질문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리딩이 끝나고
차를 나누면서
갑주씨는
리딩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얼굴 표정이 밝지 못했다.
그러면서 무언가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는지
바깥을 내다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귀신은 삶과 죽음의
중간세계에 잠시 머무는
불완전하고 일시적인 존재이지
영혼 그 자체가 아니다.
그런데 자칫
귀신의 특성과 영혼의 특성을
동일한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면,
영혼의 세계를 파악하고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혼란이 올 수 있다.
지상에 살아 숨쉬는 모든 생명체는
자연의 법칙에 의해
서로 먹고
먹히며 생명을 유지해 나간다.
하지만 사후의 영혼은
우주에너지에 연결돼 있기 때문에
지상의 물질에너지와는 무관하다.
영혼은 오로지
생명체가 가지는 현상이다.
그런데
죽고 난 뒤 우리 영혼은
생명의 특성이 사라진 상태로
윤회와 인연의 뿌리가 된다.
생명이 사라진 후의 영혼은
생명계와 직접적인 관계가
소멸된 아뢰야식으로존재하며
모든 생각ㆍ의지.판단
희노애락으로부터 자유롭다.
따라서 귀신이란
보통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살아있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판단하고 집착하며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가 아니다.
귀신은
생명체도 아니고 사후 영혼도 아닌
그저 생명체의 잔상일 뿐이며
일시적으로
삶과 죽음 사이에 존재하는
중간체일 뿐이라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그래서 귀신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서
다른 생명체의 의식이나
전오식을
안식처로 삼을 수밖에 없다
.
즉, 자기와 주파수가 맞는
---(인연이 있는)
사람의 몸속에 들어가
그 몸을
자기 안식처로 삼는 것이다.
또한
귀신은 사후에 마땅히 끊어야 할
집착과 욕망이
남아 있는 상태이므로
윤회를 위한 다음 단계인
저승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귀신은
영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편의상 그렇게 부를뿐이다.
앞서 말했듯이
기도는 한 영혼의 염원이며
그것이 무엇을 향하는지에 따라
반향되어
오는 힘의 성격이 다르고
그에 따라 영원의 실현에도
커다란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또
----'영적인 존재의 힘을 얻는다' 는 것은
모두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이
원인이 되어 영계에
반향을 일으켜 실현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혼자 산에
들어가 기도를 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
매우 위험한 일이 된다.
왜냐하면 그 산속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영역의
많은 반영혼적 존재들이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반영혼적
존재들은
전오식이 없기 때문에
자꾸만
살아있는 사람의 몸을 통해
자신들의 업식을 표현하려고 한다.
그래서
기도하기 위해 산으로 들어온
귀문이 열린 사람들의
염과 원의통로를 따라
쉽게 그 사람의
일부가 되어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