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신할배와 막걸리
공양간 앞
주차장이 시끌시끌하다.
마을 주민들이 삼짇날을 맞아
절 뒷산
쉰움산 산신님께
'산멕이’ 의식을
하러가는 중이었다.
쉰움산은 한자로
오십정산(五十井山)인데
산봉우리 넓은 바위에
크고 작은 움이 50여 개 패여
우물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이다.
두타산의 신령한 기운이
모여진 곳에다
모양까지 기이하니
예로부터 치성 드리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동네 어르신은
쉰움산 산신령님이 한국
삼대 산신님 중에 한 분이라며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근자에 영동지방 산불이
자주 발생하면서
산 기도를 못하게 한 후
그 분들의 기도처는
천은사 산신각으로 옮겨졌다.
그런데 작은 문제가 생겼다.
산신님께 막걸리나
소주공양을 올리는 것이다.
친절하게도 안주옵션은
오징어나 박하사탕이다.
자주 공양물을 치워야 할 때는
공양간에 막걸리나
소주가 쌓일 정도다.
어떤 이가 공양간에
있는 이 술들을 보면
스님들이 술을 좋아하나
하고 깜짝 놀랄 것이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산신님께 몰래
올리는 것을 말릴 수도 없고,
우리 산신님은 막걸리보다
내가 즐겨 마시는 보이차를
좋아하신다고 넌지시
써 붙여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산신탱화에는 대부분
호랑이가
산신할배를 지키고 있고
그 옆에서 동자승이
화로에 차를 달이고 있는데
언제부터 막걸리를 좋아한다는
가짜뉴스가 돌아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차는 예부터
서민들이 구하기 힘드니까
나름 생각해서 대신
곡차인 막걸리를
올리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이곳 영동지방은
유난히 산신신앙이 강하다.
신라 범일국사를
'대관령국사성황’으로 만들어
강릉 단오제에
주신으로 모실 정도이다.
불교가 전래되면서
토속신앙인 산신을 받아들여
도량 한쪽에 따로 모신 것은
민초들의 서리서리 맺힌
한들을 풀어주기 위함이다.
바닷가 절에서는
가끔 용왕님 전에
생선을 올리는
어부도 있다고 한다.
막걸리든 생선이든
공양을올리는
지극한 마음은 아름답다.
그런데 이제 제발
산신탱화 좀 자세히 보고
산신님이 좋아하시는
차를 올렸으면 좋겠다.
같이 올리는 다식이
맛난 과자이면 더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