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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자유게시판

무제

작성자단감농부|작성시간24.12.21|조회수71 목록 댓글 0

종범스님이 젊었을 때 통도사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안심입명'이란 말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었더랍니다.

 

안심입명이란 말이 맹자에도 나오는데,

맹자에서 나오는 안심입명이란 말과 불교에서 말하는 안심입명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고 샆어서 당시 암자에 기거하고 계신 경봉스님을 찾아 가셨답니다.

 

더운 여름날에 땀을 뻘뻘 흘리며 암자에 찾아가서 경봉스님께

맹자에 나오는 안심입명과 불교에서의 안심입명이 무슨 차이가 있는냐고 여쭈어 보자,

경봉스님은 그에 대한 대답은 안 하시고,

 

"묻는 그 놈이 무엇이냐?"라고 되물어셨답니다.

 

경봉스님이 되물어셨던 그 질문이야말로 정말 훌륭한 가르침이라고 종범스님께서

법문에서 말씀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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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0여년 전 쯤일까?

당시 불교공부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인데,

 

내가 키우던 진돗개 잡종이었던 개가 두 마리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사를 가게 되면서 그 개를 키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정말 내 몸처럼 사랑했던 개들이라서 그 개들을 잘 키워 줄 사람들을 

백방으로 찾아 봤지만 아무도 키워려고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사날짜는 다가오는데,

"아, 이걸 어쩌지...? 그냥 풀어 놓아 버릴까? 그러면 또 누군가를 헤치거나 잡혀서 죽겠지 "

온갖 생각 생각을 다 하다가 차라리 내개 못 키울바에야 저 개들이 죽어 버리는 게 자기들도 더 편하지 않을까?

죽는 건 잠시인데 그 순간만 넘기면 죽음이라는 상태가 차라리 더 편하지 않을까라는

희안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개장수에게 덜렁 팔게 되었는데,

개장수에게 팔고 나서, 그 다음날부터, 아차!! 내가 잘못 생각을 했구나!!

어찌어찌 그 개장수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다시 찾아 오려고 했지만, 그 개장수는 이미 처분한 상태라

그 개들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했습니다.

 

아, 가슴을 치며 후화해 본들 이미 소용도 없고 너무 괴로웠습니다.

차라리 다른 집을 구해서라도 그 개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어야 했는데

내가 미쳤었구나하는 마음으로 울면서 며칠을 보내다가,

 

공부를 많이 한 어떤 스님에게 찾아가서 그 괴로움을 호소했습니다.

 

그 때 그 스님에 제게 하시는 말씀이,

"불교는 개를 숭배하는 종교가 아니예요"

딱 그렇게 말씀하시는 바람에 달리 다른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스님의 그 말씀은 저의 괴로운 마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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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 와서 가끔 종범스님께서 경봉스님께 찾아가서 들었다는,

"묻는 그 놈이 무었이냐?"라는 말씀과,

 

내가 들었던, "불교는 개를 숭배하는 종교가 이니예요"

라는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만약 지금 나에게 어떤 사람이 예전에 나처럼 개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찾아와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을 해 주겠습니다.

 

"개를 비롯한 모든 사물은 실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건 전부 당신의 환상입니다.

 

불교의 핵심을 추려 놓은 반야심경을 깊이 참구하세요.

반야심경엔 분명이 세상의 물질과 그 물질을 관찰하는 마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 놓았어요.

 

그러니 개에 관한 당신의 괴로움은 환상에 대한 집착에 지나지 않습니다.

개도 없고 당신도 없습니다. 왜 그런지 그걸 깊이 참구해 보세요.

그게 불교공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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