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온 엽서
점심 공양 때
엽서가 하나 도착했다.
멀리 중동 요르단 암만을
기행 중인
스님께서 보낸 것이었다.
글 쓴 날을 보니
거의 두 달 넘게 걸렸다.
교육원에서 부장 소임을
보고 있는 스님께서는
50여 명의 스님들과 함께
이집트. 이스라엘, 요르단을
거치는 문명기행 중이셨다.
그리고 드디어 역사적인(?)
예루살렘 방문을 하루 앞두고
그 벅찬 설렘을
엽서에 적어 보내셨다.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 스님들이 단체로,
이교도의 성지를
방문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기획하고 실무를 담당한
스님 입장에서는
얼마나 가슴 떨리는
순간이었을지 짐작이 되었다.
스님은 엽서에서
'미국 갱스터 랩의
선구자인 2pac(투팍)은
대표곡 'Change(변화)"에서
'Somethings will Never Change
(어떤 것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라고 했지만.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탄생했듯이'
이번
조계종 스님들의
이스라엘 방문도
그에 상응할 만한
놀라운
변화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모든 문명의
위대한 유적과 변화들은
모든 이들의
희망과 바람의 소산이기에---, (중략)
우리는
백마 탄 초인이 아니라.
우리 각자의 삶과 수행으로
매 순간 기적의 순간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 으로
끝을 맺었다.
나는 엽서를
천천히 몇 번 읽었다.
그 사막 한가운데서
강원도 산골짝에 사는
이 산승을 생각하며,
한자한자 써 내려간 스님의
정성어린 글과 시대적인 안목에
사뭇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다.
이 시대 진정한
종교의 의미와 사명은 무엇인가?
'행복'이라는
같은 목적지를 두고,
내가 가는 길은 맞고
너는 틀리다며
곳곳에서 갈등을 유발시키는
이들의 행복
기준은 과연 어떤 것인가?
지난 부처님오신날에는
이웃 동네 성당 신부님이
오셔서 축사를 해주셨다.
하나님이건 부처님이건 알라건,
서로 행복하게
잘 살라고 가르치셨는데
어리석은 중생들은
오늘도 티격태격 싸움질이다.
올 연말 크리스마스에는
신부님이 계신
성당에 미사를 드리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