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조선사의 장두백해두흑 화두에
<동림상총東林常揔*>는 다음과 같이 송하였습니다.
[*동림상총東林常揔:1025~1091. 송대 임제종 황룡파 개조, 황룡혜남에게 20년간 참구하여 대법을 이음. 황제로부터 조각照覺 선사 호를 내려받고 문하에 늑담응건, 개선행영, 소동파가 있음.]
百非四句絶何言 백비사구절하언
사구백비 끊고 떠나 어떻게 말 하려는가?
黑白分明定正偏 흑백분명정정편
흑과 백이 분명할 때 정과 편이 정해졌네
獅子窟中無異獸 사자굴중 무이수
사자 사는 굴 가운데 다른 짐승 볼 수 없고
驪龍行處浪滔天 여룡행처낭도천
검은 용이 가는 곳에 하늘 높이 물결치네.
<사구 백비를 끊고 어떻게 말하려는가?> 하니,
여기서 사구四句 백비百非란 분별심식의 언어문자로 제법의 실상을 <유有>, <무無>, <비유非有>, <비무非無> 네 가지로 분별하는 것을 기본 사구四句라 합니다.
그리고 유무有無, 일이一異, 단상斷常, 자타自他에 사구를 대입하여 백 가지로 긍정과 부정, 종합긍정과 종합부정하는 과정을 통하여 궁극의 실상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 사구백비 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분별심식의 언어문자를 일체 끊어버리고 조사(달마)가 서쪽에서 오신 뜻을 말하라 하니, 어떻게 말해야 하겠느냐는 말입니다.
이에 대하여 동림상총 선사는 자답하기를 <흑과 백이 분명할 때 정과 편이 결정되네. > 이라 하였습니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 하면
사구백비를 떠나서 한 마디를 묻는 질문에 마조대사가 말하기를 "지장의 머리는 검고, 회해의 머리는 희더라." 고 말할 때 정正(주主:주인)과 편偏(빈賓:손님)이 정해졌더라는 말입니다.
이어서 동림상총 선사는 이와 같이 정正과 편偏이 정해진 실제 소식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사자 사는 굴 가운데 다른 짐승 볼 수 없고> 라 함은 절대 정위正位(체體)의 소식을 말하는 것이니 이를 부처님께서는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도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와 같은 절대정위의 소식에 머물러서 상대적 편위偏位(용用)의 소식을 모르면 이는 목에 항쇄項鎖를 차고 한쪽 밖에 못 보는 담판한擔板漢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정위(體,空)가 편위(用,色)를 초월하면서 동시에 편위를 떠나 있지 않은 실지소식을 동림상총 선사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검은 용이 가는 곳에 하늘 높이 물결치네>
여기서 검은 용 즉 여룡驪龍이란 풍운조화를 일으키며 신통변화가 자재한 사나운 용을 말합니다.
이 여룡이 자유자재하게 가는 곳에 망망대해의 풍랑이 하늘 높이 치솟더라는 말입니다.
이 한 마디로 본칙에서 마조 선사가 "지장의 머리는 희고 회해의 머리는 검다." 고 말한 전체의 뜻을 다 밝히고 있습니다.
이 송頌은
한시(漢詩)의 엄격한 평측압운법(平仄押韻法)의 형식적인 면과, 자기본래마음의 고고孤高 웅장하고 대기대용이 약동하는 시풍詩風, 그리고 심심미묘한 종지宗旨면에서 조금도 결함이 없는 천의무봉(天衣無縫)의 걸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송 하나만 보아도 당송 팔대 문장가 중 제 일인자로 꼽히는 소동파(蘇東坡)가 자기의 아만심(我慢心)을 꺾고 동림선사를 스승으로 삼을만한 대 선지식이었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천고에 이와 같이 뛰어난 안목을 갖춘 스승 만나기 어렵고, 참으로 이러한 스승 알아보는 빼어난 안목 갖춘 제자 나오기 어려운 것입니다.
동림상총 선사 송에 산승이 말하였습니다.
百尺竿頭進一步 백척간두진일보
백 척 높은 장대 끝에 한 걸음을 나아가니
十方世界是全身 시방세계시전신
시방세계 항사 국토 전부 나의 몸이로다.
<임제선원 조실 현봉 법현 선사
증도가 밥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