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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자유게시판

감자 울력---현진스님

작성자고구마감자|작성시간26.06.16|조회수60 목록 댓글 1

감자 울력

 

 

감자 캐는 울력이 있던 날이다. 

여름 안거를 시작한 뒤 첫 

율력이라서 다른 때보다 서둘렀다. 

 

고무신은 흙이 잘 들어와 일을 

할 때에는 오히려 성가시다. 

 

양말이 흙투성이가 되는 

게 싫어 운동화를 신었다. 

 

절저고리를 단단히 동여매고 

밀짚 모자까지 쓰면 밭일 

할 채비가 대충 끝나는 셈이다. 

 

팔뚝에 토시까지 갖춘 스님네는 

행동이 야무져 보기에도 좋다

 

대중 울력은 빠지는 

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어른 스님네부터 행자

까지 팔목을 걷어

붙이고 땀을 흘리는 시간이다. 

 

뒷방의 노스님들까지도 

힘든 밭일을 함께 

하는 것을 자주 보아 왔다. 

 

이 곳은 아직까지 울력의 

정신이 잘 지켜지고 있다

 

화엄전 뒤 넓은 채마밭 

대부분이 감자밭이다. 

 

위쪽은 들깨를 심고

아래쪽은 고추와 상추를 심었다. 

 

감자밭은 일꾼들 몇 명이 며칠은 

박 일해야 할 만큼 꽤 넓다. 

 

한해 동안 먹고도 남지 싶다. 그래도

림을 꼼꼼히 하는 원주 스님은 

 

"가뭄이 들어 감자 알이 작아졌어요"

 

하며 토실토실 살이 오르지 

않은 것을 못내 아쉬워한다. 

 

사실 감자를 다 캐는 동안 주먹만큼 

굵은 감자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감자 캐는 일도 요령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호미로 

파헤치다가는 감자가 상한다. 

 

호미 끝에 감자가 찍히거나 

상처가 나면 그 곳이 썩어 들어가기 

때문에 오래 보관할 수가 없다. 

 

그냥 푹푹 파내는 게 아니라 

이랑 바깥 쪽에서 깊이 

호미질을 하는 게 비결이다

 

그렇게 하니 알이 흙덩이째로 

고스란히 드러나곤 했다. 

 

또 한줄씩 맡아서 하는 게 수월하고 

능률도 몇 곱절 난다는 걸 알았다. 

 

그러지 않고 우왕좌왕하면 이랑 

한줄 정도는 그냥 둔 

채로 일을 끝내기가 십상이다. 

 

그래서 원주 스님은 뒤쪽에서 

괭이를 들고 다니며 이랑마다

확인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한곳에 여러 개 달려 있는 감자를

캐냄 때 보품을 찾은 것처럼 신나서

 

 "스님, 여기 좀 보세요. 한 무더

기나 되요" 라고 한 걸로 보아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밭자락이 절반이 더 되게 

비워지면서 스님네의 

손놀림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일에 탄력이 붙은 것이다. 

 

감자 줄기를 뽑아 내면. 그 이랑을 

따라 호미질을 하고 뒤이어 감자를 

주워 담는 동작을 계속 되풀이하였다. 

 

한 가마니가 금방 채워질 만큼 

일을 빠르게 한 것은 다들 

제 일처럼 열심히 한 덕택이다. 

 

이 이랑 저 이랑을 부지런히 뛰어

다니며 감자를 줍던 한 스님은 

 

고무신에 흙이 차는 것이 귀찮은지 

예 맨발이 좋다는 식이었다

 

울력은 땀이 흐르지 않을 

만큼 쉬엄쉬엄 하라는 말도 있지만 

어디 그게 될 법이나 한가. 

 

무엇보다도 비구 스님들은 

무슨 일이든 후딱 해치우는 성질이 

몸에 밴 까닭에 더욱 그렇다 

 

오늘 같은 일을 느슨하게 

하면 도리어 기운만 빠진다. 

 

이런 살림살이는 일상의 공부에서

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치이기도 하다

 

날이 그리 뜨겁지 

않아 일을 빨리 끝낼 수 있었다. 

 

여름 장마가 오기 전에 

감자 캐는 일을 마칠 수 있도록 

 

알맞은 날을 정한 건 소임자 스님

의 오랜 경험 덕이 아닐까 싶다 

 

때를 놓치면 대중의 공부 

분위기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손발이 척척 잘 막아 하루 

일감이 반나절로 줄어들었다. 

 

그 사이에 넓은 감자밭이 빈 들판

이 되어 버린 게 믿어지지 않았다

 

감자를 담은 자루들을 한곳에 

모아 놓고서 일을 마무리지을 때에

햇살이 많이 엷어져 있었다. 

 

오늘 같은 날에는 몸에서 끈적끈적 

묻어나는 땀 냄새도 싫지 않다. 

 

수행자로서의 내 삶이 당당하게

느껴진다. 그것은 자기 일에 

충실했다는 단순한 사실 덕분이다. 

 

절 집안의 육력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는 수행이다

 

일도 늘 하던 사람이 잘 하는가 보다. 

 

오랜만에 호미질을 반나절

했다고 손에 물집이 

잡히고 어깨까지 묵직하다. 

 

몸을 크게 움직이는

일을 자주 하지 않은 탓일 게다

 

일본의 어떤 스님이 우리 나라 

절을 방문하고 세 가지 

사실에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울력이 적다는 것과 일꾼을 사는 것, 

그리고 그에 따른 

불필요한 노임 지출이 그것이다.

 

스님들이 너무 

편하게 지낸다는 뜻이다. 

 

흔히 소임자 스님들이

 

'울력을 꼭 사중 일로만 생각하는 

자세 때문에 일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또 노스님들은 "큰절을 

그저 묵었다 가는 하숙집쯤으로 

여기고 남의 집 보듯 한다"

 

면서 꾸짖으신다. 

 

이러한 지적은 내 생활만 돌아

보아도 십분 고개가 끄덕여진다. 

 

차츰 타산적이고 이기적으로 

굳어 가는 내 일상이 무섭다. 

 

아무튼 수행자가 타성에 

는다는 건 자기 질서에 둔감

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까 먹은 햇감자 생각이 자꾸 난다. 

 

포슬포슬하게 잘 삶은

감자는 담백한 맛이 으뜸이다. 

 

그리고 다른 식품보다 조리법이 

여러 가지라서 물리는 일도 없다. 

 

또 고혈압을 예방하는 

건강 식품이기도 하다

 

여러 개 먹은 탓인지 지금까지 

속이 거북하다.절식을 잘 못하는 

도 내게는 큰 병이다. 

 

앞으로 삶고, 볶고, 튀긴 햇감자 

요리를 공양 때마다 

맛보는 즐거움도 괜찮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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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들마을(전법심) | 작성시간 26.06.16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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