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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자유게시판

쑥떡 공양---현진스님

작성자고구마감자|작성시간26.06.18|조회수75 목록 댓글 3

쑥떡 공양

 

단오 하루 앞날 

저녁에 쑥떡이 나왔다. 

 

바짝 주의하여 간경을 몇 

하고 나면 어느새 출출해진다. 

 

그래서 어둠이 설핏설핏 내릴 즈음

마련한 차담은 별미가 아닐 수 없다. 

 

다들 좋아하는 수박이라

하나 쪼개어 

놓으면 금세 동이 나고 만다

 

''이번 공양은 어디서 나왔습니까?''

 

''아랫절 비구니 스님

들이 손수 만들었답니다''

 

다각 스님이 큰소리로 알려 주었다. 

다각은 과일이나 차를 내놓는

일을 도맡아 하는 아래 소임이다. 

 

안거 철엔 이러한 

대중 공양이 아서 다각 스님

들이 고생을 많이 한다. 

 

올 들어 처음 먹는 쑥떡이지 싶다.

 

''비구니 스님들이 만든 

떡이라 그런지 아주 맛있네요''

 

산중에 산다는 게 이래서 좋다. 

무엇이든 나누어 먹는다. 

 

비구니 스님들이 정진 시간을 쪼개어 

단오떡 빚기 울력을 한 모양이다. 

 

원반형으로 곱게

빚은 쑥떡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정성이 진하게 묻어 나온다. 

 

삼륜청정三輪淸情淨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는지 모르겠다

 

주고받는 이가 즐겁고 음식 

또한 돋보이니 더욱 맛있다

 

지난해이던가 백련암 큰스님께서 

법문하는 자리에서 간식

문제에 대해 일러주신 적이 있다

 

''요새는 선방이고 강원

이고 묵느라고 공부를 못해. 

 

하루 세 끼도 많은데 간식까지 

한다고 야단이니 정말 큰일이야''

 

큰스님께서 늘 강조

하시는 수행오칙이 있다.

 

세 시간 넘게 자지 말 것. 그래서 

해인사 선원은 네 시간 잔다. 

 

스님께서 한 시간 양보하신 게다.

 

묵언할 것

책을 보지 말 것: 쓸데없이 눈을 

팔아 망상을 피우지 말라는 말씀이다

 

간식하지 말 것

돌아다니지 말 것.

 

이 다섯 가지를 

모두 지키기란 참 힘들다. 

 

한 가지도 잘 지키지 못하고 

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업장을 녹이는 데는 

잠이 우선이고, 도심道心을 

키우는 지름길은 식욕이 제일''

 

아랫반 때부터 심심찮게 들어

온 지대방 우스갯소리이다. 

 

그러나 이 말속에는 스스로 

경계하는 뜻이 담겨 있다.

 

 자칫 떨어지기 쉬운 두 가지 마장을 

무엇보다도 조심하고 살피라는 말을 

 

역설의 해학으로 풀이한 

선배 스님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산중의 일상에는 이처럼 

우리의 바른 모습. 뒤틀린 모습을 

살피게 하는 부분들이 참 많다.

 

대체로 비구니 스님네 처소보다 

비구 스님네가 더 풍족하다. 

 

그런 취지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손수 만들어 보내온 

떡인지라 더욱 고맙다. 

 

힘들게 사는 비구니 스님들을 

생각하니 슬며시 

자괴심이 일어 이런 말을 했다

 

''기한飢寒에 도심道心 

낸다고 했는데. 이렇게 잘 먹고서 

 

어디 비구니 스님 공부를 

따라갈는지 모르겠네요."

 

사실 너무 많이 

먹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무게가 자꾸 늘어 간다는 것은 

수행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식욕 조절만 잘하면 공부의 반

성취한다는 

옛 스님의 말씀도 있지 않은가.

 

 

일미칠근一米七斤 . 

 

내 수행에 대한 아무런 점검도 없이 

공양물을 받는 일이 

이제는 몸에 익어 버린 것 같다. 

 

내 수행이 일곱 근이나 된다는 

쌀 한 톨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이 공양이 오기까지 그 공을 헤아리니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탐진치를 끊고 마음을 잘 다스려

오직 수행을 위한 약으로 알고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음이라

 

공양 때마다 오관게를 

떠올리지만 입으로만 외울 뿐이다. 

 

차츰 타성에 젖어 가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다. 

 

초발심의 그 때를 한번 떠올려 본다. 

 

내 덕행으로 과연 얼마만큼의 

공양물을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이렇듯 중 노릇은 법랍을 채우는 

무게만큼  시은의 그림자가 뒤따른다

 

간식의 해악론도 나았다. 

 

밤에 먹는 음식은 독약과 

같다며 입맛을 떨어뜨린 도반은 

이렇게 말했다

 

"해가 진 뒤에 음식을 먹으면 먼저 

위에 부담을 주어 몸이 망가지기 쉽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방귀가 독하고. 

혈액 순환이 원할하지 못하지요. 

 

무엇보다도 정신이 맑지 

못해 공부의 능률이 떨어져요''

 

''그러니까 몸을 돕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망치는 일이네요''

 

"그렇죠, 학은 위를 늘 비우기 

때문에 천 년 수명을 누리고, 

 

돼지는 위가 늘  차있어 

십년을 간신히 넘긴다고 하잖아요."

 

음식이 얼마나 독한지는 단식을 

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단식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몸과 마음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도인이 다 된 기분이 든다. 

 

음식을 배불리 먹으면 

머리가 흐리멍텅해지면서 

 

판단력이 떨어지고 

포만감과 함께 기운이 빠진다. 

 

노스님들은 아침은 든든하게, 

저녁은 가볍게 먹으라고 경고한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는 이는 지혜롭고, 

 

저녁을 많이 

먹는 이는 어리석다고 한다

 

"위의 삼분의 일은 음식으로 채우고 

또 삼분의 일은

숨쉬기 위해 비워 두라. 

 

그리고 나머지 

삼분의 일은 명상으로 채워라''

 

간디의 말이다

 

배가 고픈 듯해야 창음 唱音도 

맑아지고 경문의 뜻도 

확연히 다가오는 게 사실이다. 

 

먹는 양을 줄이는 일은 

잠을 줄이는 일보다 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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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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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재천 | 작성시간 26.06.18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 작성자맛장 | 작성시간 26.06.18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 작성자들마을(전법심) | 작성시간 26.06.18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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