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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자유게시판

요즘 스님들이 잊어버린 가사의 무게

작성자무주상|작성시간00:12|조회수52 목록 댓글 1


이번 법회는 여담처럼 가볍게 시작됐지만, 그 속에는 정성과 형식에 대한 큰스님의 오래된 원칙이 담겨 있었습니다.

초 하나를 밝히는 일에서부터 시주를 하는 일, 수좌라는 이름의 무게, 가사를 수하는 예법, 그리고 금강경의 한 구절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는 여러 갈래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말씀들은 결국 한곳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형식에는 그 형식을 지탱하는 실질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당의 작은 것 하나에도 정성이 필요합니다


큰스님께서는 다른 절 사진을 보시다가 촛불에 눈길이 머무셨습니다.

초를 감싸고 있던 반야심경 비닐을 떼지 않은 채 그대로 불을 붙여놓은 모습이었습니다.

초가 타면서 비닐도 함께 타버리면 법당에는 향이 아니라 비닐 타는 냄새가 남습니다. 절을 하러 갔다가 오히려 마음이 상해서 나오게 되는 일이라고 큰스님께서는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아주 작은 일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큰스님께서는 이런 작은 부분에서 그곳을 관리하는 사람의 정성이 드러난다고 보셨습니다.

법당을 장엄한다는 것은 크고 화려하게 꾸미는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초 하나를 밝히는 일에도 그에 맞는 정성과 예를 다하는 것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시주는 누구를 이롭게 하는가


이어서 큰스님께서는 화엄경의 한 구절을 들어 보시의 참뜻을 짚으셨습니다.

> "시주를 하더라도 중생을 이롭게 하는 데 써야지, 중생을 미혹하게 하는 데 쓰면 죄가 된다."

내가 아무리 좋은 뜻으로 낸 돈이라 하더라도 그 돈이 결국 사람을 바르지 못한 길로 이끄는 데 쓰인다면, 그 시주를 무조건 공덕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무엇에 시주하는지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채 그저 동참한다는 이유만으로 내는 보시는 세간의 표현을 빌리면 '절 모르고 시주한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세속에서 돈을 투자할 때도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아보고 투자합니다.

시주도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얼마를 냈느냐보다 먼저 살펴야 할 것은

그 시주가 결국 누구를 이롭게 하고, 어디로 사람을 이끌고 있는가입니다.

형식만 남은 이름, 사라진 실질


법문 중 큰스님께서는 수좌(首座)라는 호칭 이야기도 꺼내셨습니다.

큰스님의 말씀에 따르면 수좌는 본래 수행자 가운데서도 가장 청빈하고 모범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에게 붙이는 존칭이었습니다.

화려한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가장 낮고 조용한 자리에서 수행에 몰두하는 사람을 높여 부르는 이름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큰스님께서는 오늘날 이 호칭이 본래 지녔던 무게와 다르게 사용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하셨습니다.

화려한 칭호와 방송 출연, 세간의 이름값이 앞서는 사람에게 오히려 더 큰 호칭이 붙고, 정작 말도 잘하지 못하고 글도 잘 쓰지 못하지만 묵묵히 수행에만 몰두하는 사람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아 초청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큰스님께서는 이것을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칭호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실제 삶과 수행이 그 이름의 무게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렸습니다.

수좌라는 이름은 그대로인데 그 이름에 걸맞은 수행이 사라진다면 결국 이름만 남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뒤이어 나온 가사 이야기와도 그대로 연결됩니다.

가사(袈裟), 그 옷에 담긴 본래의 뜻

법문은 자연스럽게 가사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가사(袈裟)는 산스크리트어 카사야(kāṣāya)를 음역한 말로, 본래 ‘탁한 색’, ‘무너진 색’이라는 뜻의 괴색(壞色)을 가리킵니다.

화려하고 정갈한 새 천이 아니라, 사람들이 버린 헝겊 조각을 모아 물들이고 기워 만든 분소의(糞掃衣)에서 비롯된 옷이라는 것입니다. 좋은 옷감에 대한 욕심과 집착을 버리겠다는 뜻이 그 색과 바느질 자국 하나하나에 새겨져 있는 셈입니다.

또한 가사의 조각을 이어 붙인 모양이 마치 논밭의 두렁과 같다고 하여 복전의(福田衣)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 옷을 입은 수행자가, 공양을 올리는 이들에게 복을 심는 밭이 되어준다는 상징입니다.

그러니 가사는 그저 승려의 제복이 아니라, 무소유의 정신과 중생에게 복을 짓는 자리라는 두 가지 뜻을 함께 지닌 옷입니다.

큰스님께서는 이런 본뜻 위에서, 가사를 수하는 순간이 갖는 의미를 매우 무겁게 설명하셨습니다.

큰스님의 설명에 따르면 남방불교의 전통에서 비구는 가사를 수하면 부처님 외에는 그 누구에게도 절을 하지 않습니다.

왕에게도 절하지 않습니다.

가사를 수한 수행자가 예배드리는 대상은 오직 부처님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장례식과 같은 자리에서도 가사를 입은 채로 고인에게 절하지 않는다고 설명하셨습니다.

죽은 이에게 예를 갖추고 싶다면 먼저 가사를 벗고 평상복인 장삼만 입은 상태에서 절을 한다는 것입니다.

큰스님께서는 오래전 스승의 장례를 치를 때도 상주를 비롯한 스님들이 가사를 입은 채로 절하지 않았던 일을 말씀하셨습니다.

가사는 단순한 승려의 제복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신자들에게 법을 설하고, 공양을 받는 것과 같은 중요한 순간에 수하는 옷이기 때문에 그만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아무 때나 걸치는 옷이 되어버리면 가사가 본래 가지고 있던 무게 역시 함께 가벼워진다는 것입니다.

왜 비구는 머리를 깎는가


같은 맥락에서 큰스님께서는 비구가 모자를 쓰는 문제도 말씀하셨습니다.

큰스님의 설명에서는 머리를 깎은 모습 자체가 이미 수행자임을 나타내는 하나의 표지입니다.

그런데 머리를 깎아 수행자의 모습을 드러내놓고 다시 그 위를 모자로 가려버린다면 본래 삭발이 가지고 있던 의미와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도 큰스님께서 문제 삼으신 것은 단순히 '모자를 써도 되는가, 안 되는가'라는 규칙 하나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왜 머리를 깎았는지, 왜 가사를 입는지, 왜 그런 형식을 만들었는지 그 뜻을 잊어버린 채 겉모양만 관습처럼 남는 것을 경계하신 말씀으로 들렸습니다.

금강경 속 한 구절, 우슬착지(右膝着地)


큰스님께서는 금강경의 한 대목도 새롭게 풀어주셨습니다.

경전에는 부처님께 법을 청하는 장면에서

편단우견(偏袒右肩),
우슬착지(右膝着地)


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는 모습입니다.

큰스님께서는 이 장면을 오늘날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자리에서 완전히 일어나 부처님 앞에 서는 모습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셨습니다.

큰스님의 해석에 따르면 부처님 앞에서는 함부로 완전히 일어서지 않으며,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는 우슬착지의 자세 자체가 이미 몸을 일으켜 예를 갖춘 상태라는 것입니다.

또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는 편단우견 역시 당시 인도의 승가와 남방불교의 가사 착용 전통 속에서 이해해야 하며, 오늘날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중국식 예법을 그대로 경전 속 장면에 대입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말씀하셨습니다.

경전 속 짧은 표현 하나에도 당시의 복식과 예법, 수행자의 몸가짐이 함께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가사 한 벌에도 지켜야 할 무게가 있습니다


이번 법문을 들으며 저는 가사의 형식 자체보다 왜 그 형식을 그토록 엄격하게 지키려 했는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초 하나를 밝히는 일에도 정성이 필요합니다.

시주 한 번에도 그것이 어디에 쓰이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수좌라는 이름에는 그에 걸맞은 수행이 있어야 하고, 가사를 수한다면 그 가사가 상징하는 삶과 예법을 함께 지켜야 합니다.

경전 속 한 동작도 그저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니라 그 형식이 생겨난 뜻을 살펴야 합니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같은 곳으로 향합니다.

형식은 본질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잊지 않도록 지켜주는 그릇입니다.

그런데 그 그릇을 아무렇게나 다루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형식만 남고, 그 안에 담겨 있던 뜻은 사라집니다.

수좌라는 이름은 남았는데 수행의 무게가 사라지고,

가사는 남았는데 가사를 수하는 의미가 사라지고,

예법은 남았는데 왜 그렇게 했는지를 모르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큰스님의 말씀을 이렇게 받아들였습니다.

형식을 버리라는 말씀이 아니라,
형식에 다시 그 무게를 돌려놓으라는 말씀.

가사 한 벌을 어떻게 입느냐는 작은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수행자가 무엇을 귀하게 여기며 살아가는지가 담겨 있습니다.

가사 한 벌에도 지켜야 할 무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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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맛장 | 작성시간 7분 전 new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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