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페에 보현정사를 소개한 분은 묵언하심님이다. 그곳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한없이 끌렸던 곳인데 마침 묵언하심님의 초대가 있었다. 한달에 두 번 하는 정기법회에 우리 카페 회원을 초대한 것이다.
보현정사는 작은 토굴이라고 했다. 작다는 건 아마 도량의 겉모습인 규모를 두고 한 겸손의 말일 것이다.
간간이 올라오는 행사 사진을 보면 그곳은 결코 작은 도량이 아니었다. 우리는 오늘 그것을 확인하러 보현정사에 간다!!
토요일 오후 3시를 조금 넘긴 시각, 일행은 대구 월드컵 경기장 1주차장에 모여 두 대의 승용차에 나눠타고 문경으로 출발했다.
사무사님, 가을소나타님, 지희님, 바라(대도행님), 하니님, 평등심님, 연보리...
게시판에 올려진 약도에는 분명 문경새재 IC라고 했는데 이 놈의 착각병이 문경 IC로 입력을 하는 바람에 우리가 탄 차는 엉뚱하게도 문경인터체인지로 내려 버렸다. ㅎㅎ
이 와중에 시간이 30여분 지체되었으니...(사무사님, 죄송했습니다. ()^^*)
시간이야 지체되었거나 말거나, 운전하시는 분(사무사님)은 길 찾느라 힘이 들거나 말거나, 내다본 풍경들은 싱그럽기 그지없다. 사방이 온통 산이다. 겹겹이 겹쳐진 능선들에 한창 녹음이 짙다.
초여름 산이 내뿜는 짙은 향기에 가슴속 꽈리가 있는 대로 부풀어진다.
우여곡절 끝에 새재휴게소 앞에서 만난 두 팀은 언제 길을 헤맸냐는 듯 다시 가볍게 출발한다. 보현정사가 이제 코앞이겠기에...^^*
문경새재라면 어지간히 높이 올라와 있는 지형일텐데도 각서 산장 쪽으로 가는 길은 다시 치솟는 오르막길이다.
차량 두 대가 비켜설 자리도 없는 비포장 외길을 따라 오르자니 오지 산간마을로 드는 기분이다. 각서산장이란 표지를 따라 갈림길에서 왼쪽길로 들었다가 일행은 좁은 산길을 다시 되돌아나와야 했다.
수풀에 묻힐듯 가늘게 이어지는 길가에 온갖 꽃들이 피어있다. 그래서 백화산인지도 모르겠다.(한자 검색해 보지 않았음, 딴지 걸기 없기..ㅎㅎ)
차창을 스치는 나뭇가지, 키 큰 풀, 바람들에 이윽고 보현정사의 냄새가 묻어난다.
아까 30여분 기다린 것이 억울했던지 이번에는 저쪽 팀에서 늑장이다. 길가 풀밭에다 차를 주차하고 우리팀이 기다리자니 돌아온 일행의 손에 산딸기 봉지가 들려있다. 신맛이 단맛보다 강했지만 이게 어인 딸기, 손에 빨간 물이 들도록 집어 먹었다. ^^*
-딸기로 모자라 지금 우리는 오디를 따고 있심더 ^^*, 지희님
-묵언하심님, 뒷쪽은 우리보다 일찍 도착해 계신 무심님
대구에서 일찍 출발하느라고 했는데도 5시가 훨씬 넘어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올라가자니 수풀 사이로 보현정사가 보인다. 멀리 묵언하심님이 보이시길래 손을 흔들었더니 일행을 알아보시고 절 밖 까지 마중을 나오신다. 그런데 뒤에 따라 나오는 분은?
우리 카페 무심님이 온다는 예고도 없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으니....
-사무사님, 묵언하심님, 평등심님
-반가이 맞아 주시는 보현정사 주지스님 ()()()
반가이 인사를 나누고 있자니 보현정사의 주인장이신 현공스님께서 환한 얼굴로 맞아 주신다.
일행은 곧바로 적광전에 들러 참배를 마쳤다.
-부처님 전에 꽃공양을 올리고....은행나무로 조성된 비로자나부처님, 무채색입니다
-만져봐도 된다는 말씀에 조심스레 부처님 가까이들 갔습니다. ()()()
참배를 마친 뒤 묵언하심님의 안내로 도량을 구경하자니, 아래쪽 울력 팀에서 동원령이 울린다.
우리가 법당 참배를 하는 동안에도 이곳 신도님들은 뒷마당의 기와를 불사현장으로 옮기는 일을 하고 있던 터이다.
나르지 않으면 저녁공양이 없다니 앞 다투어 기와를 운반한다. 이곳 분들은 노가다(?)에 익숙하신지 요령이 빼어나다. 지그재그로 서로 마주보며 열을 지어 서서 기와 두 장을 포개어 옆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이다.
사진을 찍느라 아무래도 저녁공양을 굶게 생겼다. 하여 찍기를 대충 마무리 하고 열에 끼어 들어 손에 기왓가루 조금 묻히는 걸로 다행히 저녁 공양 대열에 동참할 수 있었다.
-진두 지휘 중이신 주지스님, 하니님이 억쑤로 좋아하시네요.ㅎㅎ
-뒤에 보이는 전각이 보현정사의 주전각인 [적광전], 비로자나목불이 모셔져있습니다.
윗쪽 좌측은 선원과 지대방
-선원에서 내려다본 풍경...왼쪽 작은 지붕이 해우소..
-소나타님은 기운이 좀 딸리시는가 본데요. ㅎㅎ, 소나타님, 평등심님, 바라(대도행님)
-무심님, 사무사님, 무심님은 오신다는 말도 없이 혼자 미리 와 계셨지요. 인생을 참 재미있게 사시는 분...-
그것도 울력이라 힘을 써서 얼굴들이 발간건지 아니면 함께 하는 일에 재미를 들여 상기된 건지, 수돗가로 몰려드는 법우님들 얼굴이 지는 햇살 속에 붉으레 곱다.
드디어 저녁 공양시간, 마당에 길게 놓여진 뷔페상에 자연식 먹거리가 푸짐하다. 미나리, 오이, 상치, 쑥갓, 두부된장....
보현정사 법우님들과 우리 회원들이 섞여 한 그릇씩 쓱쓱 비벼 뚝딱 먹어 치웠다.
마루에 앉아 밥을 먹다 말고 고개를 들어보니 멀리 저 만치 앞산이 내다보인다. 주흘산이라 했다. 흙을 밟으며 마당가에 앉아 밥을 먹어 본지가 몇 년 만인지? 어느새 생각은 유년의 마당으로 내달리고 있었다.
-소쿠리에 단지 뚜껑에 소복 소복 담긴 무공해 야채들...이런 뷔페식 드셔보셨나요? ^^*
-삼매에들 빠져 계신듯..ㅎㅎ
-디저트입니다. 수박, 참외, 떡...멀리 보이는 산이 주흘산이라고 합니다.
도량 곳곳은 어디 한 곳 허술한 틈이 없었다. 뜰 앞의 풀 한포기, 돌 하나 마저도 꼭 있어야 할 자리인 듯 풍경은 조화의 극치를 보여준다.
전체의 모습도 그러했지만 구석구석의 작은 풍경들을 봐도 자연스러우면서도 그렇게 조화로울 수가 없었다.
묵언하심님의 설명으로는 적광전과 비로자나부처님상을 비롯한 모든 작품이 우리나라 최고의 장인, 예술가들이 빚은 작품이라고 했다. 법당 내부는 말할 것도 없고 도량 곳곳에 놓여진 외등이며, 솟대 하나에도 장인의 정신이 숨 쉬고 있었다. 저 깊은 곳에서부터 저절로 찬탄이 터져 나온다.
-유명 작가분이 만드셨다는 솟대, 돌탑과 참 잘 어울렸다.
사진으로만 봤던 이 도량에 끌렸던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의 정점엔 역시 현공스님이 계셨다.
소탈하신 듯 격의 없이 대해 주시는 그 말씀 속에서 강한 법력이 뿜어진다. 부드러운 듯 강한 성품이 봄볕인 양, 그런가하면 여름날의 폭포수인 양 부드러이 또 강하게 쏟아진다.
-사진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 부득이 1부, 2부로 나누어 올립니다_
-다실입니다. 멍석이 깔려있네요. 들창 너머 풍경 또한 일품이지요.
-다실 뒷태... 정감이 폭폭 솟는 풍경이지요.
-사무사님 품에 안겨 졸고있는 녀석은 절집 고양이 美虎입니다. 참 깜찍 발랄했지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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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양촌댁 작성시간 08.06.15 좋아요.조아요.넘조아요. 보살님들의 표정이 극락이네요.ㅎㅎㅎ제가 대구에서 살았기에 혹시나 아는분 계시나 해서 봤는데 안계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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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隨作 작성시간 08.06.15 보현정사 정말 특이해보입니다. 스님도 소탈해보이십니다. 저런 절도 있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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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관음행자 작성시간 08.06.15 아름다운 절,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가보고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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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격외도리 작성시간 08.06.15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만 보면 포교당 하시는스님들도 다들 돈모아서 산 속에 이런 암자 지어 떠나고 싶어 하신답니다. 누군들 시내 포교당에서 일생을 마치실려고 하겠습니까? 저렇게 좋은 곳에다 토굴이라도 지어서 살고싶어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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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격외도리 작성시간 08.06.15 좋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만 보면 포교당 하시는스님들도 다들 돈모아서 산 속에 이런 암자 지어 떠나고 싶어 하신답니다. 누군들 시내 포교당에서 일생을 마치실려고 하겠습니까? 저렇게 좋은 곳에다 토굴이라도 지어서 살고싶어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