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에 간 사람들 - 광덕과 엄장, 욱면
염불을 통하여 왕생을 이루고자 하는 '염불왕생'은
신라 때 크게 성행하였고 잘 나타난다
실제로 우리가 잘 아는 원효 대사는 이 정토 사상을
일반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신라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 아미타 염불을 가르쳤던 분이다.
그래서 신라 시대에는 집집마다 염불 외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원효 대사의 제자였던 '광덕과 엄장'은
원효 대사가 가르친 바를 열심히 닦아 극락에 갔다고 한다.
'삼국유사'에 있는 내용을 따라 우리도 극락 이야기를 펼쳐 보자.
문무왕 때 원효대사의 속가 제자 중에 광덕과 엄장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은 누구든지 먼저 극락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알리자고 약속했다.
광덕은 분황사 서쪽 동네에 은거하여 신 삼는 것으로
생업을 삼아 처자를 데리고 살았다.
엄장은 남악에 암자를 짓고 화전을 일구어 농사를 지었다.
어느날 석양이 붉게 타는 저녁에 엄장의 집 창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미 서방으로 가니 자네는 잘 있다가 속히 나를 따라 오게."
엄장이 문을 열고 둘러보니 하늘에서 풍악 소리가 들려오고
밝은 빛이 땅에까지 비치고 있었다.
이튿날 엄장이 광덕의 집을 찾아가 보니 과연 광덕이 죽었다.
그래서 그 아내와 함께 유해를 거두어 장사를 마치고
광덕의 아내에게 말하였다.
"남편은 이미 죽었으니 이제 나와 같이 사는 것이 어떻겠소."
그 아내가 좋다고 하여 엄장은 그 집에 머물렀다.
밤에 잘 때 엄장이 관계를 하려하니 광덕의 아내가 말하였다.
"스님이 정토를 구하시는 것은 마치 고기를 잡으러 나무에 오르는 격입니다."
엄장이 놀라서 물었다.
"광덕도 이미 그러했는데 나라고 안 될 것이 무엇이오?"
광덕의 아내가 대답하였다.
"남편께서는 저와 동거한 지 10여 년이 되지만 일찍이 하룻저녁도
한자리에서 자지 않았는데 하물며 더럽힘이 있겠습니까.
다만 밤마다 몸을 단정히 하고 반듯이 앉아서
한마음으로 아미타불을 외거나 16관을 실천하였습니다.
16관이 절정에 이르면 밝은 달빛이 방에 들어오고 때로는
그 빛을 타고 그 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았습니다.
그의 정성이 이러하였으니 서방정토로 아니 가고 어디로 가겠습니까.
무릇 천 길을 가는 자도 한 걸음에서 알아볼 수 있습니다.
지금 스님의 태도는 동으로 간다고는 할 수 있을지언정
서방정토로 간다는 것은 모를 일입니다."
이 말을 듣고 엄장이 부끄러워 하며 물러나와 몸을 깨끗이 하고
뉘우쳐 일심으로 16관을 닦아 극락으로 갔다.
엄장은 한 때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었던' 모양이다.
나중에는 뉘우치고 열심히 염불을 하여 극락에 갔지만,
오히려 광덕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극락에 태어나는 것도 좋지만 결혼하여 10년이 지나도록 한번도
아내와 잠자리를 하지 않으면서 아미타불을 외우고 왕생만을 추구했다는
광덕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시각으로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염불왕생'이 그만큼 성행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보다 더 절절한 염불 수행을 한 '욱면설화'가 '삼국유사'에 전해지고 있다.
밤을 새워 염불을 하다가 쏟아지는 잠을 쫓기 위해 손바닥을 뚫어
노끈에 묶어 이를 흔들었다고 하니
그 소원이 간절하다 못해 오히려 처절한 느낌마저 든다.
경덕왕 때 강주(지금의 진주)에 신도 수십 명이 극락세계에 뜻을 두고
그 고을에 미타사를 세운 뒤 1만일을 기약하는 계를 만들고 염불을 외웠다.
그때 귀진의 집에 욱면이라는 한 여종이 있었는데 욱면은 늘 주인을 따라 절에 가
법당 안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뜰에 서서 스님을 따라 염불하였다.
그것을 보고 주인은 욱면이 주제넘은 짓을 한다고 생각하여
매일 벼 두 섬씩을 주어 하루저녁에 다 찧게 하였다.
그러나 욱면은 초저녁에 벼를 다 찧어놓고 절에 가서 염불하기를
밤낮으로 조금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욱면은 뜰의 좌우에 긴 말뚝을 세우고 두 손바닥을 뚫어
노끈으로 꿰서 말뚝에 잡아매고 합장하였다.
그리고는 잠이 오면 이를 좌우로 흔들어 잠을 쫓았다.
그때 하늘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욱면낭자는 당에 들어가서 염불하라."
절의 스님들이 그 소리를 듣고 욱면에게 권하여 불당에 들어가 정진하게 되었다.
얼마 후에 하늘의 음악이 서쪽에서 들려오자
욱면의 몸이 허공으로 솟아올라 대들보를 뚫고 나갔다.
그리고는 자기 몸을 버리고 부처님 몸으로 변하여 연화대에 앉았다.
그리고는 큰 빛을 내면서 날아 가는데 공중에서는 풍악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그 법당에는 지금도 욱면이 뚫고 나간 자리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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