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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불교의 장

남회근 선생의 설법(230) : 사람의 정신은 왜 공허하고 쓸쓸할까요?

작성자자적헌|작성시간23.04.12|조회수120 목록 댓글 1
스스로 인생관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에 중심 사상이 없어서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할 일이 없으면 매우 고통스러워하는데, 이것은 중심사상의 수양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마음에 하나의 중심 사상을 가지고서 스스로 어떤 경지에 이르러 있어야 합니다. 내면에 그런 중심 사상이 없다면 인생은 상당히 공허할 것입니다. 할 일이 있어서 바쁠 때는 느끼지 못하지만, 일을 놓아 버린 뒤 무료하게 지내야 할 때는 견딜 수 없게 됩니다. 이런 궁함은 경제적인 궁함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말로에 이르면 만사가 허망해지는데, 아들딸들은 곁을 떠나 버린데다 배우자마저 저 세상으로 가 버려 혼자 쓸쓸히 지내는 것은 정말 견디기 쉽지 않습니다. 이 때에는 꼭 자신만의 세계에서 즐기는 풍월이 있고, 자기 수양이 있어야 됩니다. 이런 경지가 있어야 비로소 “군자라야 궁함을 견딜 수 있다.“(君子固窮)는 말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의 문학과 예술 수양이 없는 인생은 살아가기가 고통스럽습니다. 특히, 사회나 정치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상당히 고독합니다. 후세인들은 문학과 예술 수양이 없을 경우 대부분 종교의 길을 갔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순수한 종교가 요구하는 구속도 견디기 어렵기 때문에, 문학과 예술, 음악의 경지를 즐기는 것이 더 낫습니다. 그리고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는 음악 가운데서도 성악이나 취주 악기보다 손으로 연주하는 거문고나 북 같은 악기가 적합합니다.
훗날 변천하여 이룩된 시詩와 사詞는 음악적 경지를 가지고 있지만, 소리 높여 노래 부를 필요는 없습니다. 나직이 내키는 대로 읊어도, 음악적인 정취에 젖어들고 문학적 세계에 도취될 수 있습니다. 최근에 보면 연로한 많은 친구들이 퇴직했지만, 자식들은 커서 떠나 버린데다 자신은 할 일이 없어서 하루 종일 뭘 해야 좋을지 모르며, 하다못해 카드놀이도 사람이 없어서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전통 문화의 옛 길을 따라 문학과 예술 수양을 하라고 권하면서, 그렇게 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마음의 안주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수천 년 동안 우리 옛 선비들은 인생이 저물어 가도 하루 종일 바빴습니다. 왜냐하면 학문 수양이란 영원히 끝이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붓글씨를 예를 들어 봅시다. 붓글씨는 일생을 쓰더라도 졸업할 수가 없으며, 누가 꼭 잘 썼다고 단정적으로 평가하기도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사람들은 글씨를 잘 쓰기는 하지만, 꼭 서예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그가 글씨를 잘 쓰기는 하지만, 서법書法을 반드시 알고 있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글씨를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의 글씨를 보자마자 글씨를 배운 적이 있음을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詩와 사詞도 이러합니다.
과거 수천 년 동안 노인들은 붓글씨를 쓰고, 시를 짓고, 사도 지으면서 일생 동안 끝없이 바쁜 듯 살았는데, 그들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심리적으로 한 가지 희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곧, 그들은 자기가 쓴 글씨나 시․사가 영원히 남아 전해지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사람이 8,90세까지 산다 하더라도 결국 수명은 한정된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이 쓴 글씨나 시․사를 시간적인 제약을 초월하여 영원히 남김으로써 자신의 명성을 후세에 전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인생을 대단히 즐겁게 살았고, 끝까지 희망과 진취적 정신을 가득 품고 있었습니다. 나 자신도 만년에 접어들었지만, 나이가 중년 이상이 되면 심정이 쓸쓸해지기 쉬운데, 그 원인은 정신수양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이러한 인생의 도리를 깊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詩와 악樂의 교화를 대단히 중시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음악가도 아니었고, 노래도 잘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악경󰡕樂經을 수정했지만, 실전되었습니다.


공자는 자신이 시 삼백 편을 정리한 주요 목적이 어디에 있다고 말했을까요? “한마디로 말하면, 사람들의 생각에 사악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一言以蔽之, 思無邪)는 것입니다.


사람은 생각이 없을 수 없습니다. 다만, 생각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고 올바른 길로 가도록 이끌기만 한다면 된다는 것입니다. 남녀 간의 사랑을 예로 들어 봅시다. 학문하는 사람이라면 남녀 간의 사랑을 해서는 안 될까요? 세상에 이런 사람은 없습니다. 저는 사회 각계각층의 적지 않은 사람을 만납니다. 출가한 비구 ․ 비구니 ․ 신부 ․ 수녀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나는데, 저는 그들이 마음속의 번민을 호소하는 것을 듣습니다. 그러면 저는 말합니다. “그대는 사람이지 신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 사람에게는 사람의 문제가 있기 마련이니, 한사코 생각으로 그 문제를 끊어 버리려고 하지 말라. 끊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생각이 있으며, 또 무릇 생각에는 문제가 있기 마련입니다. 문제가 없다면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자가 말한 ‘사무사’(思無邪)는 바로 이를 두고 말한 것입니다. 사람의 생각에는 문제가 있기 마련이어서, 엄정한 문화 교육을 거치지 않으면 올바른 길을 가지 못합니다. 그래서 공자는 “시 삼백 편을 정리한 주요 목적은 바로 생각에 사악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첫째 요점은, 요즈음 말로 하면 모든 정치 문제, 사회 문제는 단지 사상 문제란 것입니다. 사상을 순수하고 바르게 하기만 하면 무슨 문제든 해결됩니다. 우리가 알듯이 전 세계에 걸친 동란(動亂)은 사실 사상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철학을 강의할 때, 오늘날 세계에는 진정한 철학가가 없다고 말합니다. 학교에서 말하는 철학은 기껏해야 다른 사람의 철학 사상을 연구하는 데 불과할 뿐입니다. 특히, 논문을 쓸 때에는 소크라테스가 어떻게 말했다고 한 줄 베끼고, 공자가 어떻게 말했다고 한 줄 베끼는 식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철학을 베끼기만 하고 자기 철학은 아무것도 없으니, 이런 철학은 졸업 증서일 뿐입니다!


  오늘날은 세계적으로 진정한 사상이 필요하며, 동서고금을 융회(融會)하여 진정으로 하나의 사상을 낳아야 합니다. 오늘날은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상이 빈곤한 시대이므로, 우리는 우리의 전통 문화를 반드시 발휘해야 합니다.


논어강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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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들마을(전법심) | 작성시간 23.04.13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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