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불사/김동선 시인
밤늦도록 그 지성의
독경과 투명한 목어木魚
소리에 긴 겨울 쌓인
낙엽들도 적요에 몸 풀고
바위틈에 누워 또 저리도
해탈解脫 중이다.
삶은 고해苦海 일지라도
욕망의 비늘 말끔 떨어내면
올봄 나무들도 득도得道하여 사리 하나를
잘 구워낼 것 같다.
영령탑 앞에서 조상께
참배하고 탑돌이 하면
"우리 자손 " 하며
또 저리도 반겨주시리니
일제히 부스스 귀를 열어놓고 숲을 뛰쳐나온
나무들이 밤새워 신화
같은 눈꽃 피워내고
깨닫지 못하고 번뇌에
가슴 않는 미천한 중생
부처님 자비 구도하는
일상이다.
조아리고 울다 연꽃 이슬에
닦고 흰 눈빛 육신으로
청청하게 살리니
한 폭의 구름은 경전이고
새소리 풍경風磬에
맞물려 이 땅은 하나의
사찰일 뿐
불토佛土에 산여울 흐르고
맑은 지혜 청아한 독경에
산천의 일체一切가
법당이다.
- 김동선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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