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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 용궁 단골식당

작성자껑꺼이|작성시간14.01.22|조회수1,322 목록 댓글 34

[식당밥 일기] 평생 단골을 만드는 ‘단골식당’

  • 고객 중심의 식당

    대구광역시에 업무가 있어 서울 양재동에서 승용차로 빗길을 달렸다. 목적지인 대구에서 점심식사를 할 수도 있지만 일행에게 진짜 좋은 식당을 소개하고 싶었다. 경북 예천 단골식당. 이번 방문이 두 번째다.

    열흘 전 단골식당에서 처음으로 식사를 했다. 단번에 단골식당의 모든 것에 반했다. 맛, 가격, 업주의 마인드 등 좋은 음식점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섯 명의 일행이 순대국밥 3그릇과 오징어불고기, 돼지불고기, 순대를 주문했다. 이왕 예천까지 왔으니 골고루 맛을 보고 싶었다.

순대국밥은 밥을 말아서 나오면 4500원 따로 나오면 5000원, 오징어불고기 등 단품 메뉴는 모두 7000원이다. 우선 가격이 편안하다. 육류 등 식재료는 모두 국내산이다. 유명해지면 가격부터 올리는 식당들에 비하면 손님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모두 외식과 관련 일에 종사하는 일행은 음식이 나오자 연신 카메라를 들이댄다. 직업병이다. 마침 우리 테이블로 서빙을 하는 사람은 업주였다. 서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주인의 느낌이 전혀 안 든다. 관찰력이 좀 부족한 사람이 보면 종업원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한창 점심시간이라 손님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참을성 많은(?) 업주는 순대국밥 쟁반을 들고 차분한 미소를 지으면서 기다린다. 그 표정에는 짜증이나 귀찮음의 기색이 전혀 없다. 바로 전날 인천의 유명한 쌈장집의 권위적인(?) 태도와는 완전 비교된다. 쌈장집은 손님에게 사진도 허락을 받고 찍어야 한다고 된통 지적부터 했다. 그리고 카운터에서 우리 일행을 계속 주시한다. 아주 부담스러운 일이다. 감시를 당하고 있으니. 신발장 열쇠 분실시 0000원 음식을 남기면 1000원 등 온통 작은 식당 안에는 금지일색이다. ‘유세(遊說)’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식당을 온 것인지 무슨 교화원에 온 것인지 기분이 묘하게 불쾌했다. 솔직히 그 집 해물쌈장 맛은 유명세에 비해 평이했다. 바지락 양은 부실하고 미리 만들어 논 반찬은 허접했다. 모든 것이 손님 중심이 아니고 식당 중심이다. 공중파 방송 3사에 다 나갔다고 해서 스스로 유명하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맛도 탁월하지만…

다시 단골식당으로 돌아와서 순대와 순대국밥이 나왔다. 순대는 돼지냄새가 안 나고 맛깔스럽다. 쫀득쫀득하니 일반 순대와 격이 다르다. 순대국밥은 국물이 진하지만 잡내가 없어 정말 깔끔하다. 업주에게 국물에 대해 물으니 우리 가게의 노하우라고 하면서 씩 웃는다. 일본 돼지뼈(돈코츠) 라면집에서 이곳을 벤치마킹하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순대국밥을 다섯 명이 3개를 주문하니 알아서 여분 그릇 두 개를 재빠르게 가져다준다. 불내가 제대로 나는 연탄불로 구운 오징어불고기와 돼지불고기도 아주 훌륭하다. 양질의 식재료를 사용해서인지 양념에서는 풍부한 감칠맛이 난다. 한결같이 음식이 다 맛있다.

보통 맛집은 한 두가지 혹은 두 세가지 정도만 뛰어나면 유명세를 탄다. 그러나 단골식당은 국밥이나 불고기 등 모든 먹을거리가 하나하나 다 좋았다. 업주의 선한 마음과 집중력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나를 제외하고 모두 처음 방문한 일행도 연신 맛있다고 그릇을 싹싹 비운다. 얼마 전 까다롭기로 유명한 모 맛집 파워블로거도 단골식당에 대해 극찬을 했다. 요즘 방송에서 맹활약을 하는 그 파워블로거는 맛 외에 음식점의 기본적인 요소를 예리하게 평가한다.

외국인에게 알리고 싶은 지극히 한국적인 식당

품질에 비해 오직 유명세로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도심권의 이름만 알려진 식당에 비하면 단골식당은 서민적인 한국의 맛을 제대로 구현하는 곳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유명세로 외국인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브랜드가 강력한 일부 음식점을 보면 어떤 부분에서는 외국인에게 감추고 싶은 구석도 있다. 위생이나 상품력(맛)에서 전혀 아닌 경우를 번번이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에 외국에서 식당 전문 컨설팅을 하는 교포가 한국의 유명한 한식당을 방문하여 업주의 청산유수 같은 언변에 혹했지만 주방 환경을 보고 곧 그 생각을 바꾸었다고 한다. 단골식당 외관은 허름하다. 그러나 서빙을 할 때 머리에 캡을 써서 머리카락이 들어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대박식당으로 손님으로 분잡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람냄새가 솔솔 난다. 그렇지만 역시 핵심은 상품력이다. 외국인에게도 이곳의 불고기와 국밥 맛은 일품일 것이다. 외국인에게 이게 진짜 한국의 불고기와 탕반의 맛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식사를 다하고 나서 메뉴판을 다시 보니 안동소주 21도가 5000원이다. 안동소주 원가를 정확히 모르지만 분명히 착한 가격이다. 평생 단골이 될 것 같다는 길한 생각이 들었다.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읍부리 299-2 (054-653-6126)

글,사진 제공 /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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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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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애순이 | 작성시간 14.11.12 맛 좋죠
  • 작성자이쁜남자 | 작성시간 14.11.20 자주 가던곳이네요~
  • 작성자푸른바다진주 | 작성시간 15.01.06 지나갈때마다 들르는^^
    담에 또가야 겠어요
  • 작성자만복 | 작성시간 15.02.12 작년 추석때 고향 성묘가다가 들렀는데 정말 맛이 일품 이였습니다.
  • 작성자높이비상 | 작성시간 15.06.01 맛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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