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란?
운명
너무 거대한 듯 하면서도 오늘은 너무 가벼웠다.
이 사람의 운명이 여기까지라면
나의 운명은 어디까지 일까?
운명, 그토록 오래 푼 숙제지만
운명, 정말 존재하는 걸까?
운명, 포기하기엔 무섭고
거역하기엔 두려운 무엇.
운명이란?
“연기 말고는 재미있는 게 없다.”
몇 년 전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었다던
배우 김주혁씨 교통사고 비보
서울 가는 기차에서 TV화면 속보로 떴다.
오보일거야 에이 설마.
한 번도 만나 적이 없던 그의 교통사고 소식
그의 이름 옆에 문득 숫자 45
어! 나와 같은 나이네
어머! 어떡해.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건 뭐지?
아니 이렇게 갑작스레...
아무리 교통사고라지만
어쩜 이리 한순간에 삶이 끝나 버릴 수 있단 말인가!
오늘 내 생일인데
지난번 내 생일이 내 기일이었으면 좋겠다던 컬럼을 쓴 적 있는데
오늘 내 마흔다섯 생일날
나와 동갑인 그는 운명을 달리했다.
마음이 무거웠다.
그렇게 조금은 우울한 기분으로 강의를 마치며
늦은 밤 기차에서 운명을 생각해 본다.
운명
너무 거대한 듯 하면서도 오늘은 너무 가벼웠다.
이 사람의 운명이 여기까지라면
나의 운명은 어디까지 일까?
운명, 그토록 오래 푼 숙제지만
운명, 정말 존재하는 걸까?
운명, 포기하기엔 무섭고
거역하기엔 두려운 무엇.
막연히 사람들은 운명을 믿을까?
똑똑한 사람에게 물어보아야 하나?
철학자에게 물어보면 될까?
만신한테 찾아가 물어볼까?
그렇게 다시 운명이 궁금한 내 마흔다섯의 생일이다.
김주혁, 이렇게 아까운 별이 이렇게 아쉽게 지다니
이분의 가족들은 과연 어떤 비통한 심정일까?
분명 우리처럼 아니 우리보다 더 아주 더 많이 노력하고
자신의 길을 걷기위해 연예인이란 특별한 직업을 업으로 삼기까지
얼마나 마땅히 많은 피와 땀 눈물을 흘렸을까
모르는 사람도 이렇게 당황스러운데
본적 없어도 이리도 황당한데
가족들은 미쳐 미쳐 몸살이 날 것 같다.
늦은 밤 서울에서 대구 2시간이 이토록 잠시의 한숨일까
내 가족의 비보처럼 갑자기 오래도록 슬픈 건 뭘까
적당히 같은 시대를 살아왔을 동질감일까?
좀 더 성공한 사람이라 내가 더 애타는 미련일까
폭풍우가 번개를 치게 하는 순간처럼
그는 갔고
홍수에 쓸려나간 흔적 앞에 선 듯
황량한 이 기분은 뭘까?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들 앞에
운명이란 이미 운명이 아니다.
어쩜 운명은 어쩜 사람으로 태어났기에 사람이니까
사람이라서 믿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 초인간적인 힘을
원론적인 철학적인 전문적인 개론적 운명의 정의 말고
우리 삶에 운명이란 무엇일까?
운명, 그래 운명은 가장 그 사람다워야 한다.
아기는 아기답고 어른은 어른답고
학생은 학생다울 때 가장 자연스럽듯
운명도 그 사람다워야 한다.
대통령의 운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되면 운명이 달라졌듯
어쩜 우린 우리에게 정해진 운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자기다운 삶을 살 때 가장 자기다울 수 있는 운명
그래 운명은 자기다운 것이리라
배우 김주혁 그는 불꽃처럼 화려했던 삶이 그의 운명이었듯
언제 죽을지 어디서 죽을지 어떻게 죽을지
하나도 알지 못하고 둘도 알 수 없기에 운명이지
그래 그래서 운명은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되고가 없다.
그냥 지금 이 순간 가장 자신다워야 한다.
가장 자신다울 때 운명도 그러하리라
마흔 다섯
생일날 반 구십 앞에
조금은 생각이 깊어 우울했던 어느 가을에
내 또래 그는 그렇게 불꽃같은 운명을 살다 갔고
언제 죽을 모를지 나는 내 운명을 꺼내본다.
마땅히 내 모습을 불평불만 할 수 없기에
딱 내 삶은 내 운명이다.
왕비로 권선영으로 두 녀석의 어미로 난 딱 요까지
내 운명을 나답게 정의해 살리라
한 때 펄떡 펄떡 거리던 내 젊음도 내꺼였고
지금 조금 철들어 가는 이 어설픈 중년도 내꺼니까
다음 나의 어른 된 늙음도 내꺼리라.
내가 녹아 내 운명이 되었고
내 운명엔 내가 녹아 있으니
운명이란 그런 것이리라
가장 자기다운 것
짧은 글에 기차는 벌써 동대구를 알린다.
늦은 밤 세상이 정체된 듯 검게 물든 밤
나는 이제 다시 처음 살아보는 46살을 시작한다.
그래 운명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가장 나답게 나를 사랑하고
왕비재테크 당신과 함께
왕비재테크에서 이 글을 애독하는 더 멋진 그대와
우리는 적어도 잔혹한 운명을 살기보다
어설프게 비겁한 운명을 살아내기보다
남의 운명을 살아주기 보다
가장 자기다운 삶
가장 당신다운 삶
가장 뜨거운 삶
가장 불꽃같은 삶
그런 운명을 살아내자고요
태어났으니 사는 게 아니라
가장 자기다운 인생을 살아가는 하루
당신의 뜨거운 시간 우리에겐
이 하루도 운명입니다.